2
부산메디클럽

“삶과 예술 동시에 끝났으면” 70대 노장의 ‘물감 소진 프로젝트’

‘땡땡이 작가’ 김용익 초대전, 21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4-02 19:16:3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2018년 마지막 날. 꼬박 50년을 작업에 매달려 왔던 70대 작가가 기습 선언을 했다. 작가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갑자기 계시받은 것. 그 계시는 이름하여 ‘물감 소진 프로젝트’.
김용익 작가의 ‘물감소진 프로젝트 23-3-1: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 국제갤러리 제공
여생 동안 남은 화구를 다 쓰는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주인공은 ‘땡땡이 작가’ 김용익. 오는 21일까지 부산 수영구 국제갤러리 부산점과 서울점 한옥에서 ‘아련하고 희미한 유토피아’로 지난 5년 프로젝트 결과물을 선보이는 그를 지난달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만났다.

“여러 색이 있으니 골고루 소진해 나가자. 그래서 떠올린 것이 칸을 나눠서 척척 바르자는 아이디어였어요. 그런데 한두 점 해보니까 엄청 지루한 거예요. 사람이 할 짓이 못되더라고요.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주기 시작했죠. 조형적 요소가 들어가고 색깔의 배치, 어울림과 안 어울림 이런 것도 들어가면서 발전해 오고 있어요.” 그는 ‘작가는 자기 작업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미술 이론으로부터,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그 사실로부터, 더 나아가서는 삶이나 죽음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진짜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물감 소진 프로젝트는 말하자면 죽음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제의적 행위”라며 “망막적 회화로 위장한 개념적 회화다. 겉으로 보이는 작품은 위장이며 그 이면엔 나의 삶과 예술이 동시에 종말을 맞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설명대로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세모 네모 동그라미가 제각각의 색깔과 형태로 색을 입고 있다. 화구를 아껴 써서 나온 페인팅은 대체로 흐릿하고 색이 옅다. 색상도 도형의 배열도 불규칙해 보이지만 묘하게 조화롭다.

“이번 작업을 설명할 또 하나의 키워드는 헤테로토피아에요. 기존의 배치와 사회의 질서에 대항, 저항하는 거죠. 모더니즘 공간 속의 이질 공간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항의 흔적은 전시장 한 가운데 설치된 ‘땡땡이 화가의 변신은 무죄’ 작품에서 정점을 찍는다. 땡땡이 이미지를 반전시켜 네거티브 형식으로 그린 두 캔버스를 이어 붙인 후 프레임을 씌워 제작한 작품을 전시장 바닥에 기대어 놓음으로써 ‘회화는 벽에 걸리는 것’이라는 상식에 저항한다. 때로는 캔버스에 때 묻지 말라고 붙여놓은 테이프를 그대로 놔두거나 작품 위에 비닐을 씌워 물감을 바른 후 그대로 걸어놓는 방식으로 자유를 실현하기도 한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감상한 후 ‘가까이 더 가까이’서 보면 또 다른 묘미를 만날 수 있다. 자세히 보면 작품 곳곳에 깨알 같은 글씨가 숨어있는데, 작업 과정에서 느낀 작가의 고뇌가 오롯이 담겨있다. 우연히 장식물에 붙어 말라죽은 작고 작은 모기도 그의 작품의 일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7. 7[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8. 8[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9. 9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9. 9주민자치회 정식 출범 원년…유럽 모범사례 현장을 가다
  10. 10박수영 ‘국쫌만’ 300회…888건 민원 풀어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7. 7“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8. 8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7. 7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자연에는 길흉이 없다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여수 ‘돌산 갓김치’와 갓김치 음식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비밀이 사라진 섬, 농담으로 건네는 회한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아이마다 다르게 자라는 이유 外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배미정-나무에 기대어
송현화-Magic Air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곰 두 마리 /황인숙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250만 넘은 ‘치이카와’ 4주째 1위…브래드 피트 ‘하트 오브 비스트’ 2위
‘치이카와’ 3주째 정상…관객 200만 돌파 올해 열 번째 영화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3일 (음 9월 24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1월 2일 (음 9월 23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김인후가 소쇄원 단풍을 읊은 시
이여가 가을 보름달을 바라보며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