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럽인 증오 담아 부른 ‘커세어’
- 스타크래프트 유닛으로 활동
인기 게임 스타크래프트 속 프로토스의 공중 유닛으로 더 잘 알려진 커세어(Corsair)는 원래 대항해시대 때 지중해에서 활동하던 여러 해적과 해적선을 부르는 단어였다. 그 어원 덕분에 게임 속 커세어는 고향 행성에서 추방당한 외계 종족 프로토스 해적들이 사용하던 해적선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어 공식 번역도 ’해적선’이다.
‘커세어’는 어쩌다 해적의 대명사로 게임 속 외계 종족 프로토스에 까지 영향을 주었을까? 우선 대항해시대 당시의 지중해를 살펴보자. 유럽의 기독교도들에게 북아프리카의 무슬림 해적이었던 바르바리(Barbary) 해적은 배를 약탈하고 마을을 초토화시키는, 말 그대로 재앙이었다. 반대로 몰타에 자리를 잡은 십자군기사단은 이슬람의 배를 보이는 족족 약탈했고, 프랑스에서는 사략 면허증을 받은 합법 해적들이 활동했다. 다양한 해적이 활동하던 지중해였지만 훗날 세계의 패권을 잡는 유럽인들이 증오를 담아 부르던 ‘커세어’는 대부분 북아프리카 해적이었다 보니 바르바리 해적은 커세어의 대표가 되었다. 커세어가 국립해양박물관 4층 항해관에 ‘북아프리카 해적선(사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되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박물관의 북아프리카 해적선은 두 개의 사각 메인 돛대와 함께 사다리꼴 모양의 보조 돛을 가진 전형적인 브릭(Brig) 선이다. 브릭은 해적 활동에 최적화된 배였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노력하는 지금의 기업들처럼 당시의 상선은 필요한 선원이 적고 빠른 스쿠너(Schooner)와 슬루프(Sloop)라는 배를 주로 사용했는데 브릭은 그런 배만큼 빠르면서도 더 많은 인원이 탈 수 있어 상선과의 싸움에서 유리했기 때문이다. 브릭과 함께 북아프리카 해적들은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상대방이 일정 수 이상의 고급 유닛을 모은다면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싸움에서 질 수밖에 없는 게임 속 커세어처럼, 북아프리카 해적들도 비슷한 운명에 처했다.
18세기 말, 독립 직후의 미국은 바르바리 해적에게 엄청난 상납금을 바치는 신세였지만, 1801년과 1815년엔 대규모 원정함대를 파견해 해적과 전쟁을 벌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해적을 눈엣가시로 여기던 영국과 프랑스 등의 유럽 국가들도 해적행위 근절과 기독교도 노예해방을 명분으로 여러 차례 북아프리카 연안을 공격한다.
이 시기 유럽은 1000t이 넘는 전투함을 갖추고 해적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에서 포를 쏴대며 화력으로 해적선을 압도했다. 대포의 발달과 전함의 발전으로 더 이상 해적들은 유럽의 해양 국가의 적수가 되지 못했고, 그렇게 바르바리 해적의 시대가 끝났다.
해적선의 시대는 끝났지만, 게임 속 커세어는 아직 우주를 누비고 있다. 우리가 전혀 바다와 관련 없는 삶을 살고 있더라도 해양 문화는 우리 곁에 녹아있다. 오늘, 우리 삶에 녹아있는 해양 문화를 박물관에서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