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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친 여수로 모신 뒤 수연(장수 축하잔치) 베풀어…그게 생전 마지막 상봉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52> 병신년(1596년) 9월 11일~정유년(1597년) 4월 1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4-14 19:24:15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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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찰사, 효심 감동해 출장 허가
- 암호같은 ‘여진’ 의미 추측 다양

- 모함으로 정유년 2월 한양 압송
- 4월 일기 첫 구절 “옥문 나왔다”

9월11일[10월31일] 맑음.

아침식사를 하고 영광으로 가는데 도중에 신경덕을 만나 잠깐 이야기했다. 영광에 도착하니, 영광군수가 교서에 숙배한 뒤에 들어와 함께 이야기했다. 내산월(萊山月, 법성포에 와있던 한양기생으로 보임)도 와서 만났는데 술 마시며 이야기 나누다 밤이 깊어서 헤어졌다.

9월12일[11월1일]

충남 아산시 음봉면 이충무공묘에 있는 조선 정조 대왕의 어제신도비. 정조는 이 신도비에서 지극한 정성으로 이순신 장군을 추모한다. 이제 연재는 정유년으로 들어간다.
바람 불고 비가 많이 왔다. 늦게 길을 떠나 십 리쯤 가서 어느 냇가에 이르니, 이광보와 한여경이 술을 가지고 와서 기다리고 있기에 말에서 내려 같이 이야기했다. 비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안세희도 왔다. 저물 무렵에 무장(고창)에 이르렀다. 여진(女眞)

9월13일[11월2일] 맑음.

이중익과 이광축도 와서 함께 이야기했다. 이중익이 군색한 말을 많이 하므로 옷을 벗어 주었다. 종일 이야기했다.

9월14일[11월3일] 맑음.

무장에서 하루 더 묵었다. 여진(女眞)卄

9월15일[11월4일] 맑음.

체찰사 일행이 현(무장현)에 이르렀다고 하므로 들어가 인사하고 대책을 의논했다. 여진(女眞)卅

※9월 12일 일기 말미에 여진(女眞), 9월 14일에는 女眞卄, 9월 15일에는 女眞卅으로 암호처럼 기재된 이 글의 뜻을 두고 번역하는 사람들 간에 의견이 나뉜다. 卄(입)과 卅(삽)을 共으로 보고 “종 여진과 같이 했다”는 표현이라고 번역하기도 하나 특이한 견해는 이순신이 정감록 비결을 근거로 “이 나라가 30년이 지나면 여진족에 의해 환란을 당하게 된다”는 암호문으로 이해한다. 각자 추측해 볼 일이다.

9월16일[11월5일] 맑음.

체찰사 일행이 고창에 이르러 점심을 먹고 장성에 와서 잤다.

9월17일[11월6일] 맑음.

체찰사와 부체찰사는 입암산성(장성군 북하면 신성리)으로 가고, 나 혼자 진원현(장성군 진원면)에 이르러 진원현감과 함께 이야기했다. 종사관(정경달)도 왔다. 저물어 관청 안으로 들어가니 두 조카딸이 나와 앉아 있어 오랫동안 보지 못한 감회를 풀었다. 다시 작은 정자로 나가 진원현감 및 여러 조카들과 밤이 깊도록 함께 이야기했다.

9월18일[11월7일]

비가 조금 왔다. 식후에 광주에 도착해 광주목사(최철견)와 이야기했다. 비가 굉장히 퍼붓다가 밤이 이슥한 후론 달빛이 대낮 같더니 새벽 2시경부터는 다시 비바람이 크게 일어났다.

9월19일[11월8일]

바람 불고 비가 많이 왔다. 아침에 행적이 보러 왔다. 진원에 있는 종사관의 편지와 윤간, 조카 봉, 해의 문안 편지도 왔다. 이날 아침 광주목사가 와서 같이 아침식사를 하는데 먼저 술이 시작되어 밥을 먹지도 못한 채 취해 버렸다. 광주목사의 별실에 들어가 종일 크게 취했다. 낮에 능성현령이 들어와서 곳간을 봉하고는 “체찰사가 광주목사를 파직시켰다”고 했다. 최씨의 딸 귀지(14세)가 와서 잤다.

***최철견은 이순신과는 같은 해 등과하여 친분이 있었고, 최철견 사위들의 세보에 의하면 일기에 나오는 딸 귀지는 훗날 시집 가서 낳은 딸이 인조의 계비 장렬왕후가 됨으로서 완산부부인으로 봉해졌다 함.

9월20일[11월9일]

비가 많이 내렸다. 아침에 각종 사무를 담당한 아전들의 죄를 물었다. 늦게 광주목사를 만나보고 길을 떠나려 할 즈음에 명나라 사람 두 명이 대화를 청하므로 술을 취하도록 대접했다. 종일 비가 내려 멀리 가지 못하고 화순에 이르러 잤다.

9월21일[11월10일]

비가 개다가 오다가 했다. 일찍 능성(화순군 능주면)에 이르러 최경루(最景樓)에 올라가 연주산(連珠山)을 바라보았다. 이 고을 수령이 술을 권하기에 잠깐 마시고 헤어졌다.

9월22일[11월11일] 맑음.

각종 사무를 담당한 아전들의 죄를 물었다. 늦게 출발해 이양원(화순군 이양면 이양리)에 이르니 해운판관(海運判官)이 먼저 와 있었다. 그는 내가 가는 것을 보고 잠시 이야기하기를 청하므로 같이 이야기했다. 저물어서 보성에 도착했는데 몸이 몹시 고단하여 바로 잤다.

9월23일[11월12일] 맑음.

보성에 그대로 머물렀다. 나라 제삿날(태조의 신의왕후 한씨 제사)이라 공무를 보지 않았다.

9월24일[11월13일] 맑음.

일찍 떠나 병사 선거이의 집에 이르니, 선거이의 병이 매우 위중하여 심히 염려된다. 저물어서 낙안에 가서 잤다.

9월25일[11월14일] 맑음.

담당 아전과 선중립의 죄를 물었다. 순천으로 가서 순천부사(배응경)와 함께 이야기했다.

9월26일[11월15일] 맑음.

일이 있어 순천에서 하루 더 머물렀다. 저녁에 순천부의 백성들이 쇠고기와 술을 차려 놓고 나오기를 청했다. 굳이 사양했으나 순천부사(배응경)의 간청이 있어 잠시 나가 마시고서 헤어졌다.

9월27일[11월16일] 맑음.

일찍 순천을 출발해 어머니를 뵈러 갔다.

9월28일[11월17일] 맑음.

오늘은 남양 숙부의 생신이라 본영으로 왔다.

9월29일[11월18일] 맑음.

아침식사를 한 뒤에 동헌으로 나가 공문서를 작성했다. 종일 앉아 공무를 봤다.

9월30일[11월19일] 맑음.

아침에 옷 담아 둔 농짝들을 꺼내 뒤져봤다. 둘은 고음내(어머니 사는 곳)로 보내고, 하나만 본영에 그대로 남겨두었다. 저녁에 선유사의 군관 신탁이 와서 군사들을 위한 위로연을 베풀 날짜를 말하였다.

▶병신년(1596년) 10월

출장을 마치면서 여수 본영으로 어머니를 모시고 와 수연을 베풀어 드리고 하산도로 귀진한다. 이것이 생전에는 마지막 모자의 상봉이었다. 체찰사는 이순신의 어머니를 향한 효심에 감동해 이순신이 청한 휴가를 이같이 출장으로 해결해 주었다.

10월1일[11월20일]

비가 오고 바람이 크게 불었다. 새벽에 망궐례를 올렸다. 식후에 고음천으로 어머니를 뵈러 가는 길에 신사과가 임시 거처하는 곳에 들렀다. 크게 취해서 그만 돌아왔다.

10월2일[11월21일]

맑았으나 바람이 크게 불어 배가 다닐 수 없었다. 청어 배가 들어왔다.

10월3일[11월22일] 맑음.

새벽에 고음내로 가 어머니를 모시고 일행과 더불어 배를 타고 본영으로 돌아왔다. 종일토록 즐거이 모시게 되니 다행 또 다행이다. 흥양현감(홍유의)이 술을 가지고 왔다.

10월4일[11월23일] 맑음.

식후에 동헌에 나가 종일 공무를 봤다. 저녁에 남해현령(박대남)이 그 소실을 데리고 왔다.

10월5일[11월24일] 흐림.

남양 숙부의 집안 제삿날이라 다녀왔다. 남해현령과 함께 이야기했다. 비 올 조짐이 많았다. 순천부사는 석보창에서 잤다.

10월6일[11월25일]

바람이 불고 비가 많이 왔다. 그래서 어머니를 위한 잔칫상을 차리지 못하고 이튿날로 미루었다. 흥양현감과 순천부사가 들어왔다.

10월7일[11월26일]

맑고 따뜻했다. 아침 일찍 어머니를 위한 수연(壽宴)을 베풀고 종일토록 즐기니 참으로 행복하다. 남해현령은 그 집안의 제삿날이라 먼저 돌아갔다.

10월8일[11월27일] 맑음.

어머니께서 몸이 편안하시니 참으로 다행이다. 순천부사와 작별의 잔을 나누고 전송했다.

10월9일[11월28일] 맑음.

공문을 처리하여 보냈다. 하루종일 어머니를 모셨다. 내일 한산도 진중으로 돌아간다 하니 많이 서운하신 것 같다.

10월10일[11월29일] 맑음.

자정에 뒷방으로 갔다가 새벽 2시에 다락방으로 돌아왔다. 정오에 어머니께 절하고 하직 인사를 했다. 오후 2시쯤에 배를 탔다. 바람 따라 돛을 달고 항해하면서 밤새도록 노를 재촉하여 한산진으로 돌아왔다.

10월11일[11월30일] 맑음. (10월12일부터 12월까지는 일기가 빠지고 없음)



◇정유년(1597년)

이순신은 나라 안의 모함과 나라 밖의 간계에 걸려 투옥되고 고문 당하고 사형까지 가다가 백의 종군으로 풀려난다. 통제사를 꿰찬 원균은 칠천량 전투에서 참패하고 제해권을 뺏긴다. 다시 통제사로 돌아온 이순신은 기적 같은 명량 승첩으로 잠시 빼앗겼던 제해권을 다시 찾는다. 정유년은 이순신에게 너무 가혹했다. 자신에게 다가온 견디기 어려웠던 시련 외에도 어머니를 잃었고, 아들 면까지 잃는다. 그래도 그는 한번 세운 충의 길을 망설임 없이 걸어갔으니 그의 내면이 얼마나 정돈되었기에 그리할 수 있었을까? 정유년 일기는 4월부터 시작되고, 8월 4일부터 10월 8일까지의 일기는 중복되어 있다. 중복된 부분은 날짜별로 함께 실었다. 어떤 부분이 다른지, 왜 중복된 일기를 써야 했는지를 음미해 보기 위해서다.

▶정유년(1597년) 4월

2월 26일 한양으로 압송되어 3월4일 투옥된 후 3월 말까지는 감옥에 있었다. 그래서 그 기간 동안의 일기는 없고, 정유일기는 4월 1일부터 시작된다. 일기 첫 구절이 “옥문을 나왔다”이다. 억울하단 말도 없고 고생했다는 말도 없다. 단지 옥문을 나왔다고만 한다. 이 한마디의 말에서 명량의 대승첩을 거두고 노량에서 사라지는 그의 미래를 예측해 보는 것은 무리일까? 그는 옥문을 나와 백의 종군을 시작한다. 종군 시작 12일만에 어머니를 잃고 좌절하고 탄식하는 영웅의 모습은 너무 서럽다. 그래도 곳곳에서 그를 알아주고 챙겨주는 사람이 많아 그의 여정이 외롭지만은 않았다.

4월1일[5월16일] 맑음.

옥문을 나왔다. 남문(숭례문) 밖 윤간의 종의 집에 이르러, 조카 봉, 분과 아들 울, 윤사행, 원경과 더불어 한 방에 같이 앉아 오래도록 이야기했다. 윤지사(윤자신)가 와서 위로하고, 또 비변랑 이순지가 보러 오니 울적한 마음을 더 한층 이기기 어려웠다. 지사가 돌아갔다가 저녁밥을 먹은 뒤에 술을 갖고 다시 왔다. 윤기헌도 왔다. 정으로 권하는 바람에 사양하지 못하고 받아 마셔 몹시 취했다. 이순신(李純信)이 술병을 들고 와서 함께 취하며 은근한 정으로 위로해 주었다. 영의정 류성룡이 종을 보내 문안하고, 판부사 정탁, 판서 심희수, 이상(二相) 김명원, 참판 이정형, 대사헌 노직, 동지 최원, 동지 곽영이 사람을 보내어 문안했다. 술에 취하고 땀에 젖었다.

※그가 감옥(지금 종로 종각역 1번 출구 부근)을 나와 맨 먼저 간 곳은 종의 집이었다. 이 길이 백의종군길의 시발점이다. 서울 감옥에서 원수진이 있던 초계(경남 합천)까지 길을 백의종군로라 하며 많은 사람들이 그 길을 걸으며 이순신을 배운다.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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