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시단 중진의 복합문화공간
- 낭독회·밥콘서트 등 행사 치뤄
- “지역민 참여하는 詩치료 구상”
지난 12일 저녁 손음 시인의 초청을 받고 정익진 김예강 김형로 시인이 부산 영도구 청학동(일산봉로 100번길 2) ‘카페 영도일보’에 모였다. 이 모임에 동행했다. 영도구청 근처 주택가 언덕에 자리한 아담한 카페 영도일보 마당과 실내는 풀·나무·꽃·그릇·책장·시집·전축·탁자·의자, 모든 게 자기가 있을 자리에 스며든 듯 자연스러웠고 옛것의 멋이 깃들었다. ‘주인장 손음 시인이 유럽 여행을 자주 다니며 안목을 높였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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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지난 14일 부산 영도구 카페 영도일보에 모인 정익진 시인, 손음 시인(카페 영도일보 주인장), 김예강 시인, 김형로 시인. |
손음 시인은 이렇게 답했다. “아뇨. 저는 아직 해외여행을 안 가봤어요.”(웃음) 그는 199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한 부산 시단의 중진이다. 대화하며, 손 시인이 생활인으로서도 열심히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느꼈다. “8년 전 영도로 이사 왔어요. 그전엔 해운대 신도시에서 20년 살았습니다. 직장 생활도 했고, 광고 일도 하며 열심히 살았죠.”
아주 좁은 땅만 보여도 뭘 심고, 공간 가꾸는 일을 원래 좋아했다는 손 시인은 남편의 도움을 받아가며 열심히 준비해 2022년 8월 카페 영도일보를 열었다. 이 카페는 예약제다. 손 시인은 “카페 영도일보는 카페이면서 복합문화공간”이라고 정체성을 표현했다. 맛있는 유럽풍 음식과 커피를 손님에게 내는 일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복합문화공간으로서 행사도 기획·진행하려니 혼자로는 손이 모자라 예약제로 운영한다는 설명이다.
카페 영도일보는 그간 꽤 많은 예술·문화 관련 일을 거뜬히 치렀다. “‘의문의 낭독회’라는 행사를 한 번 했는데,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더 재미있는 시 낭송회를 시도했죠. 20명 정도 참여한 행사가 참 좋았습니다.” 여기서 탄력을 얻었지 싶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선정의 이음공간이 된 지난해 8월에는 전국 문화기획자 30명이 여기서 왁자지껄 지역문화 발전을 토의했다.
김예강 시인 시집 ‘가설정원’ 낭독회를 지난해 열었을 땐 부산과 서울 등지에서 30여 명이 몰렸다. 가든파티, 잔치 같은 낭송회가 됐다. 손 시인은 “지난해 시 쓰기 수업을 1년 정도 했고, 밥 콘서트라고 조촐하게 소수가 모여 밥 먹으며 문학 정담 나누는 행사도 몇 차례 했다. 올해는 이웃 주민도 참여하는 시 치료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김예강 시인은 “밥 콘서트 할 때 밥과 시를 나누다 도마에 관한 시를 한 편 건졌다”고 말했다. 정익진 김형로 시인은 “문화가 스며드는 공간이다. 예술·문화가 발전하면 걸맞은 공간이 생기기도 하지만, 공간이 먼저 생겨서 예술·문화를 담고 이끈다는 걸 실감했다”고 했다.
손 시인이 4년째 내는 계간 웹진 ‘같이 가는 기분’(누적 독자 6만 명)이 만들어지는 곳도 여기다. 손 시인은 말했다. “비로소 시인이 된 것 같아요. 그간 너무 쫓기고 후달리며 시를 쓴 듯해요. 여기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 시는 더 많이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