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약 제조법 등 국내 들여온
- 실존인물 김지남 팩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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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관 김지남이 아들과 함께 쓴 통문관지.
출처=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
하치경의 역사 장편소설 ‘대역관 김지남’(전 3권)은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우리 역사에서, ‘실질’은 가뭇없이 사라져가고 명분을 둘러싼 지배층의 권력 다툼이 난무하는 상태로 들어선 조선 중·후기를 무대로 ‘백성과 나라를 위한 실질’에 치열하게 집중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주목한 인물은 조선을 질곡으로 끌고 들어간 양반·사대부가 아니라, 중인 계급인 역관이다.
세 권짜리 장편소설 ‘대역관 김지남’에서 작가 하치경은 실존인물인 역관 김지남(1654~1718)을 문학으로 되살려 팩션 기법(역사와 상상력을 결합)으로 생생하고 꼼꼼하게 그린다. 이야기는 휘몰아치듯 전개된다.
역사 기록에 나오는 김지남을 살피면서, 양반·지배층이 헛된 명분에 찌들어가며 백성과 나라를 자기들이 저버리는 줄도 모르면서 저버리고 있던 그 시대 조선에 이만한 쾌남(快男)이 있었구나 하고 놀랐다. 중국을 상대하던 한어(漢語) 역관이던 그는 1682년 조선통신사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온다. 김지남의 역량을 짐작할 수 있다. 그 직후 그는 또한 청나라에 사신단 일원으로 파견됐는데, 이때 온갖 노력을 기울여 중국이 국법으로 유출을 엄금하던 화약 제조법을 알아 와서 국방력 증진에 큰 구실을 한다.
1712년에는 조선이 청나라와 국경선을 확정하는 회담에서 뜻깊은 역할을 해 백두산정계비를 세우는 데 공을 세운다고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등 기록에 나온다.
하치경 작가는 ‘대역관 김지남’ 제1권 ‘조선통신사의 실체’에서 1682년 조선통신사 일정을 상세히 복원·묘사하며 김지남이 백성과 나라를 위해 유황을 들여오려고 필사의 노력을 하는 모습을 그렸다. 제2권 ‘조선의 새 화약을 만들다’는 역사소설로서 한 단계 더 뛰어오른다. 김지남이 조선 사신단을 수행해 청나라를 오가는 장면에 이어, 중국에서 갖은 고생 끝에 구해 온 화약 제조 서적 ‘자초신방’을 바탕으로 여러 차례 실패한 끝에 화약을 만드는 과정을 되살리듯 묘사했다.
제3권 ‘백두산정계비의 진실’은 김지남이 조선-청나라 국경 회담 과정에서 치열한 태도로 국익을 지키려는 모습을 그린다.
조선 시대에 백성의 삶과 나라의 안위·발전을 위해 ‘실질’을 고뇌하고 실천한 인물을 여럿 들 수 있다. 조엄·김육 등이 떠오르고 정약용·박지원을 비롯한 실학·북학파도 있다. 이들은 거의 학자·양반 계층이다. 그런 상황에서 실존 인물인 역관 김지남을 재발굴·재조명하는 작가의 노력이 인상 깊다. 작가는 각 권 끝에 다양한 참고문헌을 밝혀 이 소설이 역사의 사실에 바탕을 뒀음을 알린다. 교열이 다소 가지런하지 못한 점은 있다. 하치경 작가는 감사원 부이사관 출신이며 현재 학교법인 동아학숙 이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