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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으로 끝내긴 아쉬워서…거장 6인 부산서 ‘동시대 미술’展

상지건축 50주년 기념 초대전 ‘21세기 동시대 미술 in 부산’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4-23 19:29:32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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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 인간 두상 파고든 정희욱
- 700점 자화상 그려온 정철교 등
- 부산서 예술 세계 구축한 이들
- 각기 다른 장르 120여 점 선봬
- 내달 17일까지 동구문화플랫폼

이 전시의 시작점을 알기 위해서는 지난해 열린 인문학 강의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미술이 주제였는데, 작가를 직접 초청하는 기획으로 이어졌다. 강사로 나선 미학자 김종기 전 부산민주공원 관장의 추천으로 당시 강연장에 왔던 이는 모두 6명. 대부분 부산에서 배우고 오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온 이들이었다. 이들의 작업이 곧 부산의 동시대 미술(컨템포러리 아트)을 표상한다는 의미가 포착됐다.
정철교 작가의 신암리마을 전경. 상지건축 제공
강연으로 끝내기엔 아쉬움을 느낀 상지건축은 전시를 떠올렸다. 상지는 인문학 강의는 숱하게 열어 왔지만 전시는 처음. 마침 올해 창립 50주년이 겹치면서 그렇게 기념 초대전이 완성됐다.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부산 동구 문화플랫폼에서 펼쳐지는 ‘21세기 동시대 미술 in 부산’展 이야기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준권 정철교 정희욱 노주련 박건 진영섭 작가의 작품 12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를 기획한 김종기 전 관장은 “각기 다른 장르와 스타일로 작업하고 있음에도 21세기 컨템포러리 아트라는 성긴 그물로 엮어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21세기 동시대 미술이 지금, 이곳 부산에서 더 나아가 한국에서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처럼 작품 스펙트럼은 넓다. 한국 판화계의 역사로 평가받는 김준권 작가(한국목판문화연구소장)는 백두대간을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심미 대상이라고 보고 수십 년 답사하며 그 아름다움을 담아왔다. 김 작가가 1980년대부터 한·중·일 전통 목판화에 자신만의 색을 입혀 선보인 수묵·채묵목판화는 전통 동양 산수화와는 또 다른 현대적 관조의 산수로 평가받는다. 색채가 있는 채묵과 무채색 수묵이 조화를 이루면서 지극히 동양적이면서 현대적이다. 결이 만들어내는 붓질이 아닌 압력이 만들어내는 판화의 질감은 자연스럽다.

1972년부터 50년 동안 700여 점의 자화상을 그려온 정철교 작가는 자화상 연작과 더불어 원전 마을 풍경화 연작을 통해 동시대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 작가는 특히 미술관이라는 정형화된 공간을 넘어 병원 우체국 횟집 등 일상 공간을 전시장으로 활용해 삶 속에서 예술을 구현하는 태도로 주목받고 있다.

정희욱 작가의 ‘자소상’ 연작. 상지건축 제공
정희욱 작가는 40년 넘게 인간 두상을 파고든 작가다. 그의 대표작인 ‘자소상’ 연작은 가장 한국다운 것이라 할 불상의 미소를 자기 모습과 겹쳐 보는 작업이다. 가늘고 길쭉한 눈과 작은 입을 가진 자소상은 자신의 세계를 표현함과 동시에 현실세계에 내던져진 인간으로서 현재의 존재를 의미한다.

설치미술가 노주련 작가는 유년 기억을 상징하는 딱지를 자기 언어로 승화해 선보여왔다. 딱지와 큐브라는, 정형화된 형태를 프리즘 삼아 유년 기억을 다시 보고, 이를 다양한 예술적 물질로 거듭나게 하는 데 주력한다.

부마항쟁을 주제로 한 박건 작가의 ‘긁기’연작과 차가운 금속에 따뜻한 에너지를 불어넣는 진영섭 금속공예가의 작품도 만날 수 있다.

강의에서 시작한 이번 작업은 전시를 거쳐 동명의 비평집 제작으로도 이어졌다. 상지건축 대외협력본부장 고영란 상무는 “일반적인 도록과 조금 다르다. 21세기 동시대 미술에 관한 이야기, 작가들의 위치와 지향 등을 밀도 있게 담은 260쪽 분량의 비평지”라고 덧붙였다.

상지건축은 이번 전시와 더불어 동구문화플랫폼 2층에서 또 다른 전시도 연다. ‘부산 남항 재창조 프로젝트’로 이름 붙여진 전시는 상지건축이 경성대, 한국해양대와 더불어 그려본 남항의 미래를 볼 수 있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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