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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작품전을 독립 전시 브랜드로 키울 것”

이상호 경성대 예술종합대 학장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4-30 19:51:04
  •  |   본지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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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째 ‘디그리쇼’올해 변신 꾀해
- 이번 BAMA에서 23점 팔리기도
- 주제 마련해 기획자 독립권 줄 것

예술가로 살아가기란, 어렵다. 예술활동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서다. 다른 일을 병행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생계의 벽을 넘기 위해 포기한다. 오래된 문제다.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부산지역 대학생 연합 졸업작품전인 ‘디그리쇼’를 이끌고 있는 이상호 학장이 자신의 연구실에서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하송이 기자
2022년부터 매년 연말 부산에서 열리는 전시회 ‘디그리쇼’도 이 같은 고민에서 시작했다. ‘학위’라는 뜻의 영어 단어 ‘degree’에서 따 온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미술 관련 학과 학생들이 자신의 작품을 시장에 처음 내놓는 자리다.

3년째 ‘디그리쇼’를 이끄는 이상호(56) 경성대 예술종합대 학장을 만났다. 이 학장은 “10년 동안 라면 먹어 가며 썩고 나면 겨우 띄엄띄엄 개인전 여는 현실을 깨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SK와 KT 등 대기업을 거쳐 2010년부터 경성대 디지털콘텐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현재 스티븐 레오라는 이름으로 미술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대학에 와서 보니 졸업전시를 많이 하더라구요. 경성대만 해도 건축까지 합하니 13개 과나 되는데, 학과마다 1년에 과제전, 졸업전 하는 데만 2500만 원가량을 쓰는 거에요. 한 대학만 보더라도 합하면 3억 원 정도이고, 부산 전체로 보면 30억 원, 전국은 300~400억 원이나 되는 규모이죠. 문제는 대학에서 그렇게 전시를 많이 하는데 아무도 모른다는 거에요. 전공하는 학생은 피 땀 눈물에 돈까지 들이지만 자기들 잔치로 끝나는 현실이 안타까웠어요.”

비용은 줄이고 규모는 키울 수 있게 연합 전시를 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많은 이가 취지에 공감했지는데도, 정작 정책 반영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21년 포럼이 결성되면서 물꼬가 트였다. 2022년 비영리 민간단체 ‘디그리쇼 한국위원회’가 출범했다. 지금은 부산지역 5개 대학 관련학과 교수 10여 명이 이사로 활동한다.

1년에 한 번 전시에 그쳤던 행사는 조금씩 파이를 키워가고 있다. 부산화랑협회 지원으로 2년째 부산국제화랑아트페어(BAMA)에 참여한 성과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

이 교수는 “올해 16명이 작품을 내놨는데 23점이 팔렸다. 5명의 작가가 컬렉터에게서 포트폴리오도 요청받았다”며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 초년생 작가가 개인적으로 하긴 매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디그리쇼 행사 비용은 부산시의 예산 지원과 협찬으로 조달한다. 실무를 담당할 사무국이 있는 조직은 아니어서 예산 신청은 물론이고 세금계산서 발행까지 모두 이 교수의 몫이다. 후원을 약속했던 곳에서 갑자기 모르쇠로 나올 때는 힘이 쫙 빠진다.

그럼에도 왜 계속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괜히 했다는 생각은 매일 한다”면서도 “직업인으로서의 교수 말고 우리 사회에 어떻게 공헌했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올해 디그리쇼는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졸업작품전’의 한계를 넘어 독립 전시 브랜드로 나아가는 첫 발걸음이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기획자로 참여하고, 참여 작가 폭도 졸업생을 넘어 청년 작가로 넓힐 계획이다.

“디그리쇼라는 이름은 뒤로 미루고 대신 김성연 위원장이 제안한 ‘위기의 계절을 넘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전시할 계획입니다. 작가 선정 등 모든 것을 기획자에게 독립적으로 맡길 생각이에요. 다른 청년 관련 전시회도 기획자의 역할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을 봤는데, 격이 더 올라갈 것으로 봅니다. 그동안 ‘역시 학생 작품이네’라는 반응이 싫었거든요. 이번 전시를 통해 그런 이미지를 타파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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