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림세스트(Palimpsest). 이미 적힌 글씨를 긁어내거나 씻어내는 행위라는 뜻의 라틴어. 옛날, 양피지를 재사용하려고 적힌 글씨를 지우고 새로 쓴 것이 대표적이다. 글과 글, 이미지와 이미지가 중첩되며 ‘1+1’이 아닌 예상치 못한 새로운 의미와 형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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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경 작가의 ‘S24150 Vert C’.
어컴퍼니 제공 |
이수경 작가의 작품은 ‘팔림세스트’로 귀결된다. 그의 추상 작업은 실존하는 ‘무엇’을 추상화한 것이 아니라 직감으로 탄생한다. 그의 작품은 완성된 듯하다 지워지고 다시 겹쳐진다. 여러 레이어가 겹겹이 쌓이는 사이 배경이었던 색이 주인공이 되거나, 색과 색이 겹치며 새로운 형상을 만든다. 직감은 ‘색(色)’으로 표출된다. 보라·초록, 분홍·주황처럼 미술 전공자 관점에서는 생소한 색 조합을 과감하게 쓴다. 이런 파격적인 조합은 생소해서,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 언뜻 지극히 평면적으로 보이지만 띠 다발과 보색의 강렬한 대비는 예상치 못한 무한한 공간감과 입체감을 빚는다. 이수경 작가는 “순간의 직감으로 나오는 행위, 끊임없는 관찰 하에 변형돼 가는 행위, 쉴 새 없이 드나드는 행위가 차곡차곡 쌓여 드러나는 형상 혹은 지워진 흔적이 내 작업의 결과물이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형상이 읽히고 기대하지 않은 조형성이 어우러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오는 6월 15일까지 부산 해운대 갤러리 어컴퍼니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캔버스 작품뿐만 아니라 드로잉이 담긴 아티스트 에디션 티테이블도 처음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