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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어느 골목길 이 레스토랑서 30년전 ‘BIFF 출범선언’ 있었다

1996년 칸 찾았던 김동호 前 위원장, 해외 유수 영화제 책임자 대거 초청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4-05-16 19:44:26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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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영화제 만들 것… 모두 찾아달라”

프랑스 남부 도시 칸에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시작을 세계에 알린 ‘역사적’ 식당도 있다. 지난 15일(이하 현지시각) ‘영화 청년, 동호’의 주역으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김동호 전 BIFF 집행위원장은 ‘레스토랑 가브로쉬(Gavroche)’에 관한 특별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프랑스 칸의 유명한 레스토랑 가브로쉬. ‘BIFF의 탄생’ 사연이 서린 곳이다. 김미주 기자
시간은 1995년 BIFF 창설을 한창 논의하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이전부터 국내에서 국제영화제 개최 추진 움직임은 있었지만 진전이 없고, 논의는 잘 이어지지 않았다. 그때 김 전 위원장에게 해외 영화제 참가 경험은 모스크바영화제와 몬트리올영화제뿐이었다. 영화진흥공사 사장 등을 지내며 한국에서도 국제 영화제를 창설할 필요성을 느끼던 시기에 그는 BIFF 초대 집행위원장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1996년 2월 BIFF 조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그는 곧장 같은 달 열린 베를린국제영화제부터 4월 홍콩영화제, 5월 칸영화제를 잇따라 방문했다. 전 세계 영화 전문가가 모이는 칸영화제에서 첫 체류는 짧았지만, BIFF 개최를 위해 김 전 위원장은 많은 해외 영화제 책임자들을 레스토랑 가브로쉬로 초대했다.

이 유명한 식당에 김 전 집행위원장은 칸영화제 집행부와 선정위원, 베를린영화제 마켓·포럼 책임자, 국제비평가연맹·몬트리올영화제 회장 등 10여 명 앞에서 힘줘 말했다. “부산에서 국제영화제(BIFF)를 개최하려고 한다. 아시아 영화에 초점을 맞출 이 영화축제가 열리면 찾아와 달라.” 세계 주요 영화제 집행위원장이 다수였던 이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도와주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가브로쉬 식당을 오랜만에 둘러본 김 전 위원장은 당시의 날짜와 참석자 이름을 모두 읊으며 “가브로쉬에서의 오찬 모임이 BIFF 창설에 자신감을 더욱 갖게 해주었다”고 회상했다. 그만큼 특별한 식당이다. 레스토랑 가브로쉬는 칸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팔레 드 페스티벌과 걸어서 10분 이내 좁은 골목에 있다. 바로 곁에는 1860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레스토랑 다부토(Da bouttau)도 있다.

가브로쉬는 프랑스어 사전에 명사로 ‘파리의 부랑아’, 형용사로 ‘재치 있고 다소 반항적인’으로 나온다. 빅토르 위고의 걸작 장편소설 ‘레 미제라블’과 같은 제목의 뮤지컬·영화를 보면 파리 뒷골목을 누비는 꼬마가 재치를 번득이며 생기를 불어넣고 시민군에게 큰 도움도 준다. 그 꼬마 이름이 가브로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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