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아크릴 물감으로 되살린 찰나의 감정

부산 미술계 원로작가 김정명展, 킴스아트필드서 내달 22일까지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5-21 19:03:5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그의 연작 ‘에너지 교감’을 처음 보면 액자 위에 얹어진 것의 ‘정체’가 뭔지 감이 오지 않는다. 풀어진 실뭉치? 벗겨진 전선? 그 정체가 아크릴 물감 덩어리라는 것을 깨닫고 나면 이제는 대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해진다. 손바닥 두 개 만 한 작은 액자 속에는 도록에서 잘라낸 명화가 들어있다. 그림은 구겨지고 접히는 과정을 거치며 3차원으로 거듭난다. 명화와 뒤섞인 아크릴 물감 덩어리는 액자 속 명화에서 얻은 찰나의 감정을 감각적으로 담아낸다.
김정명 작가가 지난 17일 부산 기장군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에 전시된 자신의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하송이 기자
또 다른 연작 ‘삐져 나오다’는 캔버스의 앞면이 아닌 뒷면을 전면에 내세웠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앞뒤가 없고 상하좌우도 없다. 밑에서 위에서 옆에서도 뒤에서도 볼 수 있지만 가능하면 양옆에서 보시라’는 작품 속 문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실제로 옆에서 작품을 들여다보면 그제야 고개가 끄덕여진다. 두 캔버스를 맞붙이면서 캔버스 앞면에 있던 그림이 양옆으로 ‘삐져나온’ 형상임을 깨닫기 때문이다.

‘삐져나온’ 또는 ‘흘러나온’ 형태는 ‘성주괴공’이라는 작품으로도 이어진다. 책에서 물감이 쏟아져 나온 듯한 이 작품은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설치작품 ‘꽃향기를 보다’는 또 다른 시도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유리병에 담긴 색색 물감은 향기를 시각화해 시각·후각의 묘한 교감을 선사한다. 가로 5m가 넘는 대형 회화 작품인 ‘알타미라에서의 만찬’은 또 어떤가. 벽화가 그려진 알타미라 동굴에서 신윤복, 마티스, 고갱, 잭슨 폴록, 고흐 등 미술사에 한 획을 그은 작가들이 모여 만찬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다. 작가가 존경하는, 그래서 영향을 많이 받은 작가들과 함께 전시를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위트와 상상력 넘치는, 때로는 놀이 같기도 한 작품을 선보인 이는 놀랍게도 여든을 앞둔 1945년생 김정명 작가다. 홍익대 미술대학 조각과를 나와 1982년부터 2010년까지 부산대 미술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을 양성한 원로다. 위에서 언급한 작품 대다수가 그가 최근 5년 이내에 새로 선보인 신작이다. “뜻밖의 맘이 불현듯 생기면 하던 일을 멈추고 또다시 저질러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그의 설명처럼 작품은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신선하다.

미술평론가 박영택 경기대 교수는 “일상의 비근한 재료들, 레디메이드 이미지와 재료를 통해 메타미술에 대해 지속적인 놀이를 시도하고 있다. 김정명은 반복되는 놀이 속에서 차이를 만들면서 나아간다”고 설명했다. 다음 달 22일까지 부산 기장군 킴스아트필드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 ‘뜻밖의 맘’에서는 그의 녹슬지 않은, 연륜이 얹어져 더욱 반짝이는 신작을 만날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8. 8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9. 9“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10. 10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6. 6“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7. 7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8. 8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