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지 분 머금고
분꽃 널린 고향 옛길
어릴 적 짝지 친구
발걸음에 밟히는데
어디서 고향전설을
분 바르고 사느냐.
여름의 선물처럼 분꽃이 번져가는 고향 옛길. 뜰에도 담장 밑에도 소박하게 무리 지어 어린 날을 밝히던 꽃무리가 오늘을 밝힌다.
붉은 꽃받침 속 하얀 가루를 분처럼 얼굴에 바르고, 꽃술을 꽃받침에 걸어 꽃귀걸이 걸며 놀던 친구. 친구는 발걸음마다 밟히는데 오랜 날 떠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반갑게 인사하는 건 꽃이다.
시인에게 분꽃은 더 이상 꽃이 아니다. 분꽃은 아름답게 분 바른 친구를 불러오고, 전설처럼 환하게 고향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