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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도수군통제사 복직 명령…軍 재건 책임감에 무거운 어깨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60> 정유년(1597년)8월1~12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6-16 18:39:25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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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도 전함도 대포도 없으니
- 백의종군 뒤 해야 할 일 태산
- 창고 불태우고 도망간 관리도
- 10월까지 중복해서 일기 기록
- 배설의 비겁한 행적 등 담아

▶정유년(1597년) 8월

백의종군은 끝나고 다시 삼도수군통제사가 되나, 거느릴 군사도 전함도 대포도 없다. 시급히 전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수집하며 군비를 끌어모아 수군을 재건해야 했다. 전라도를 순회하며 백성의 도움으로 수군을 재건해 가는 과정이 눈물겹다. 이달 4일부터 10월 8일까지는 일기가 두 개로 중복되는바, 뒤에 적은 일기를 앞의 것과 대조해 보기 편하도록 뒤에 적은 일기에 밑줄을 쳐서 표시한다. 무엇을 다르게 썼는지를 대조해 봄으로써 그가 왜 그 기간에 두 번의 일기를 썼는지 그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지난 4월 30일부터 6월 16일까지 ‘충무공 이순신 탄신 제479주년 기념 테마전시-조선 바다를 지켜내다’가 기획전시실에서 열렸다. 전시 장면 중 하나다.
8월1일[9월11일]

큰비가 와서 물이 불었다. 늦게 이 찰방(이시경)이 와서 만났다. 조신옥과 홍대방 등도 보러 왔다.

8월2일[9월12일]

잠시 날이 갰다. 홀로 병영 한구석에 앉았으니 어머님 그리운 마음이 그 어떠하랴. 비통함을 이기지 못했다. 이날 밤 꿈에 임금의 명령을 받을 징조가 있었다.

8월3일[9월13일] 맑음.

이른 아침에 선전관 양호(梁護)가 뜻밖에 들어와 교서(敎書)와 유서(諭書)를 주었는데, 그 내용은 ‘겸삼도통제사(三道統制使)를 제수하는 명령’이었다. 숙배를 한 뒤에 삼가 받았다는 서장(書狀)을 써서 올렸다. 이날 바로 길을 떠나 곧장 두치(豆峙) 가는 길에 들어섰다. 오후 8시께 행보역(行步驛)에 이르러 잠시 말을 쉬게 하고, 자정이 넘어 두치에 이르니 날이 새려고 했다. 남해현령(박대남)은 길을 잃고 강가의 정자로 잘못 들어갔기에 말에서 내려 불러왔다. 쌍계동(雙溪洞, 하동의 화계면)에 이르니, 돌들이 뾰족하게 어지럽게 흩어져 있고 막 내린 비에 물이 불어서 간신히 건넜다. 석주관(石柱關)에 이르니, 이원춘(李元春)과 유해(柳海)가 복병하여 지키다가 나를 보고는 적을 토벌할 일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저물어서 구례현에 도착해 보니 온 경내가 적막했다. 성 북문 밖의 전날에 묵었던 주인집에 들어갔다. 주인은 이미 산골로 피란 가고 없었다. 손인필(孫仁弼)이 바로 와서 만났는데, 양식을 지고 왔고, 손응남은 때 이른 감을 따 왔다.

***통제사 복직명령을 받은 당시 그의 심정이 과연 어땠을까를 생각하며 이날의 일기를 다시 읽어보자. 복직의 기쁨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무거운 책임만 그를 짓누르고 있었음을 쉽게 느낄 수가 있다.

8월4일[9월14일] 맑음.

아침 식사 후에 압록강원(전남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에 가서 점심밥을 지어 먹고 말의 병도 치료했다. 고산현감이 군인들을 병사(이복남)에게 넘겨주러 와서 수군에 관한 일을 많이 말했다. 오후에 곡성에 가니, 관청과 민가가 온통 비어 있었다. 이 고을에서 하룻밤을 유숙했다. 남해현령 박대남은 곧장 남원으로 갔다. (8월 12일부터 시작된 남원성전투에 투입됨.)

(이하 뒤에 적은 같은 날 일기는 밑줄을 그어 표시함.)

군마(軍馬)를 보내왔다. (…) 압록원(鴨綠院)에 걸어가서 점심을 지을 때 고산 현감 최철강이 군인을 병사(兵使)에게 건네주려고 했으나 (…) 어긋나서 길을 잃고 흩어졌다고 한다. 또한 원공(원균)이 망령됨이 많았다고 말했다. 낮에 곡성현에 이르니, 인가(人家)의 불 때는 연기가 끊어졌다. (…)에서 잤다.

8월5일[9월15일] 맑음.

아침 식사 후 옥과(玉果) 땅에 이르니 피란민들로 길이 찼다. 매우 놀라운 일이다. 말에서 내려 손을 맞잡고 그들을 위로하며 타일렀다. 고을에 들어갈 때 이기남(李奇男) 부자를 만나 함께 고을에 도착하니, 정사준과 정사립이 마중 나왔기에 함께 이야기했다. 옥과현감(홍요좌)은 처음에는 병을 핑계 삼아 나오지 않더니 얼마 후 보러 왔다. 붙잡아다 처벌하려고 했기 때문에 보러 나온 것이다.

날이 맑았다. (군데군데 파손된 글자로 인하여 그 부분 의미를 해석키 곤란함) 압록원(鴨綠院)에 와서 점심을 지어 먹는데, 고산현감이 “군인을 병사(兵使)에게 인도하러 왔는데 거느리고 온 군인들을 인도할 곳이 없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병사가 경솔히 퇴각한 것을 원망하는 눈치였다. 점심 후 곡성현에 이르니 온 경내에 사람이라고는 없어 말 먹일 여물도 구하기 어려웠다. 거기서 잤다.

8월6일[9월16일] 맑음.

이날은 옥과에서 유숙했다. 오후 8시께 송대립이 적정을 탐지해가지고 왔다.

날이 맑았다. 아침 후 길을 떠나 옥과(玉果)땅에 들어서니 순천과 낙안의 피란민들로 길이 메였으며 남자 여자 서로 부축하고 가는 것이 차마 볼수 없었다. 길 옆 큰 홰나무가 있는 곳에서 말을 멈추고 말에서 내려 피란민들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그들은 울면서 “사또가 다시 오셨으니 이제 우리는 살았다”고 하였다. 순천의 군관 이기남이 와 인사하면서 “어디 가서 죽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다. 옥과현에 이르니 원이 병을 칭탁하고 나오지 않았다. 정사준, 사립이 먼저 와서 관청 문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조응복, 양동립도 우리 일행을 따라왔다. 병을 칭탁하고 나오지 않는 현감을 붙잡아 내다가 곤장을 치려고 하였더니 현감 홍요좌가 눈치를 채고 급히 나왔다.

8월7일[9월17일] 맑음.

이른 아침 길에 올라 순천으로 가는데, 도중에 선전관 원집(元潗)을 만나 임금의 유지(有旨)를 받았다. 전라병마사(이복남)의 군사들이 모두 퇴각해 저희 집으로 줄을 이어 돌아가므로 그들에게서 말 3필과 활, 화살 등을 빼앗아 왔다. 곡성의 강정(江亭, 강변 정자}에서 잤다.

날이 맑았다. 바로 순천으로 향하는 도중 고을을 10 리쯤 남겨 놓고 임금의 분부를 가지고 온 선전관 원집(元潗)을 만났다. 길옆에 앉아서 보니 병사(兵使)가 거느렸던 부대가 모두 뿔뿔이 흩어져 갔다. 이날 닭 울 녘에 송대립(宋大立)이 순천 등지로 가서 적의 정세를 정찰해 가지고 돌아왔다. 곡성의 석곡(石谷)에 있는 강정(江亭)에서 잤다.

8월8일[9월18일]

새벽에 출발하여 부유창(순천 주암면 창촌리에 있었다)에서 아침밥을 먹었는데, 병사(兵使) 이복남은 이미 명령하여 창고에 불을 질러 놓았다. 광양현감 구덕령, 나주판관 원종의, 옥구현감(김희온) 등이 근처에 있다가 내가 당도했다는 말을 듣고 급히 달려 배경남을 데리고 함께 구치(鳩峙)로 왔다. 내가 말에서 내려 군령을 내렸더니, 동시에 나와 절을 하였다. 내가 피해 옮겨다니는 것을 꾸짖었더니, 모두 그 죄를 병사 이복남에게로 돌렸다. 곧장 길에 올라 순천에 당도하니 성 안팎은 인적도 없이 적막했다. 승려 혜희(惠熙)가 와서 인사하므로 의병장의 직첩을 주었고, 또 총통 등을 다른 곳으로 옮겨 묻어두라 일렀다. 장전과 편전은 군관들에게 나누어 소지하게 하고 그대로 순천부에서 잤다.

날이 맑았다. 새벽에 떠나서 부유(富有)로 오다가 중도에서 이형립(李亨立)을 병사에게 보냈다. 부유에 이르니 병사 이복남이 벌써 부하들을 시켜 불을 질렀기 때문에 남은 것이 잿더미뿐이라 보기에 처참하였다. 점심 후 구치(鳩峙)에 이르니 조방장 배경남, 나주판관 원종의, 광양현감 구덕령이 복병하고 있었다. 저문 후 순천부에 다다랐다. 관청과 창고는 그대로 여전하나 병기등을 병사가 처리하지 않은 채 달아나 버렸으니 놀랍고 놀랍다. 상동땅에 들어간즉 사방이 괴괴하고 오직 혜희(惠熙)라는 중이 와 인사할 뿐이므로 그에게 승병(僧兵)의 직첩을 주었다. 군기(軍器) 중 긴 편전은 군관들더러 지니거나 져 나르도록 하고, 총통과 같이 운반하기 어려운 것은 깊이 묻고 표를 세워두라고 하였다. 그대로 상방(上房)에서 잤다.

8월9일[9월19일] 맑음.

일찍 출발하여 낙안에 이르니 5리 밖에까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인사하였다. 백성이 흩어져 달아난 까닭을 물으니, 모두들 말하기를 “병사(이복남)가 먼저 적이 쳐들어온다며 창고에 불을 지르고 달아난 까닭에 백성들도 도망하여 흩어졌다”고 하였다. 관사(官舍)에 이르니 적막하여 인기척도 없었다. 순천부사 우치적, 김제군수 고봉상 등이 와서 인사했다. 늦게 보성의 조양(兆陽)에 가서 김안도의 집에서 잤다.

일찌감치 떠나서 낙안에 왔다. 관청, 창고의 곡식, 군기 등은 모두 불타버렸고 관리와 백성 중 눈물을 흘리지 않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참 지난 후 순천부사 우치적, 김제군수 고봉상이 산골로부터 내려와서 병사의 처사가 엉망인 것을 말하면서 그 하는 짓을 보면 패망할 것이 뻔하다고 했다. 점심 후 길을 떠나 10리쯤 오니 길옆에 늙은이들이 죽 늘어서서 서로 다투어 음식을 바쳤다. 받지 않았더니 울면서 떼를 쓰며 주는 것이었다. 저녁에 보성 조양창(兆陽倉)에 왔다. 사람은 하나도 없으나 창고의 곡식만은 봉해놓은 대로 있다. 군관 4명을 시켜 파수를 보게 하고 나는 김안도의 집에서 잤다. 그 집 주인은 벌써 피란 가고 없었다.

8월10일[9월20일] 맑음.

몸이 불편하여 그대로 안도의 집에서 묵었다.

날이 맑았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그대로 거기서 묵었다. 배동지(배흥립)도 와 같이 묵었다.

8월11일[9월21일] 맑음.

아침에 양산항(梁山杭)의 집으로 옮겨서 거기서 잤다. 송희립과 최대성이 와서 만났다.

날이 맑았다. 아침에 박곡(朴谷) 양산항(梁山杭)의 집으로 옮겼다. 이 집 주인도 벌써 바다로 피란해 갔고, 곡식은 가득 쌓여 있었다. 늦게 송희립(宋希立)과 최대성(崔大晟)이 보러 왔다.

8월12일[9월22일] 맑음.

장계 초고를 정서했다. 그대로 거기서 묵었다. 거제현령(안위)과 발포만호(소계남)가 와서 만났다.

날이 맑았다. 아침에 장계 초고를 수정하였다. 늦게 거제(안위), 발포(소계남)가 들어와 명령을 들었다. 그들에게서 경상수사 배설의 겁먹고 있는 꼴을 들으니 괘씸하고 한탄함을 금치 못했다. 권세 있는 사람들에게 아첨이나 하고 다니면서 제가 감당치 못할 지위에까지 올라 나랏일을 크게 그르치건마는 조정에서 이를 살피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하랴. 어찌하랴. 보성(寶城) 원이 왔다.

*** 처음에는 소홀하게 다루었던 배설의 행적을 자세히 기록하는 것을 보면 정유년 일기를 중복해 쓴 이유 중 하나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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