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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들어와 싸우라는 어명에 “신에겐 아직 열두 척 배가 …”

의역(意譯) 난중일기-이순신 깊이 읽기 <61> 정유년(1597년)8월 13~27일

  •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선일회계법인 고문
  •  |   입력 : 2024-06-23 19:09:02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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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계 올려 수군 지킬 수 있게 돼
- “약속했던 배 안보낸 배설 괘씸
- 왜적 왔다며 헛소문 퍼뜨리고
- 소 훔치려한 어부들 목 베게 해”

- 김억추가 끌고 온 배 한 척까지
- 총 열세 척 명량해전에 투입돼

*이달 4일부터 10월 8일까지는 일기가 두 개로 중복되는바, 뒤에 적은 일기를 앞의 것과 대조해 보기 편하도록 지면 기사에서는 밑줄을 그어 표시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서는 첫머리에 # 표시를 별도로 한다. 무엇을 다르게 썼는지를 대조해 봄으로써 그가 왜 그 기간에 두 번의 일기를 썼는지 그 까닭을 짐작해 볼 수 있다.
2005년 해군사관학교 주최로 충무공 이순신 순국 407주기를 맞아 충무공의 첫 해전지인 옥포만에서 ‘충무공 장검비’ 제막식이 열린 장면이다. 이 비에 ‘신에게는 아직 전선 열두 척이 있습니다(今臣戰船 尙有十二)’ 문구를 새겼다. 국제신문 DB
8월13일[9월23일] 맑음.

거제현령과 발포만호가 와서 인사하고 돌아갔다. 수사(배설)와 여러 장수 및 피란하여 나온 사람들이 유숙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후 이몽구가 오긴 했으나 만나지 않았다. 하동현감(신진)을 통해 정개산성과 벽건산성의 외진(外陣)을 전라병사(이복남)가 스스로 파괴시켰다는 소식을 들었다. 비통하다.

#날이 맑았다. 거제현령 안위, 발포만호 소계남이 하직을 고하였다. 우후(虞候) 이몽구가 들어왔기에 본영(전라좌수영)의 군기 군량을 하나도 옮겨 놓지 못한 죄로 곤장 80대를 때렸다. 하동현감 신진이 와서 전하기를 3일 내가 떠나 온 이후 진주의 정개산성과 벽견산성도 전라병사가 모두 불 질러 버렸다고 한다. 통탄할 일이다. 통탄할 일이다.

****** 아마도 이날 경상수사 배설과 도주한 경상수군의 소재와 12척이 회령포에 정박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것이다.

8월14일[9월24일] 맑음.

아침에 이몽구에게 곤장 80대를 쳤다. 식후에 장계 7통을 봉하여 윤선각(尹先覺)에게 주어 보냈다. 오후에 어사 임몽정(任蒙正)을 만나기 위해 보성군에 가서 잤다. 밤에 큰비가 물 쏟아지듯 내렸다.

#날이 맑았다. 아침에 각종 장계 7통을 봉해 윤선각(尹先覺)을 시켜 올려보냈다. 저녁에 어사 임몽정과 만나기 위해서 보성군에 왔다. 이날 밤에 큰비가 왔다. 열선루(列仙樓,보성읍성의 객관 북쪽에 있었다고 한다)에서 잤다.

8월15일[9월25일]

비가 계속 오더니 늦게야 쾌청하였다. 식후에 열선루(列仙樓)에 나가 앉았다. 선전관 박천봉(朴天鳳)이 유지(有旨)를 가지고 왔다. 그것은 8월 7일에 작성된 것이었다. 영상(류성룡)은 경기 지방으로 나가 순행 중이라고 한다. 곧바로 잘 받았다는 장계를 작성하였다. 보성의 군기를 검열하여 네 마리 말에 나누어 실었다. 저녁에 밝은 달이 열선루 마루 위를 비추니 누대 위에 앉은 마음이 매우 편치 않았다.

#비가 죽죽 내리다가 늦게 개었다. 선전관(宣傳官) 박천봉(朴天鳳)이 임금의 분부를 전달하는 서한을 가지고 왔는데 8월 초7일에 작성된 것이었다. 곧 그 접수를 확인하는 장계를 만들었다. 술을 많이 마셔서 잠들지 못했다.

※ 임금의 분부가 왔다. 외롭게 수군에 매달리지 말고 육군에 들어와 싸우라는 것이다. 이 말도 안 되는 분부를 하도록 류성룡 대감은 뭘 하고 있었냐고 물었다. 경기도로 출장 가고 임금 옆에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그는 곧 임금께 장계를 올린다.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습니다. 죽기로 싸우면 이길수 있습니다. 신이 죽지 않았으매 적이 감히 우리를 어쩌지 못합니다.” 이날 열선루의 달은 밝았다. 그는 술을 마시지 않고는 잠들 수 없었다.

8월16일[9월26일] 맑음.

아침에 보성군수에게 군관들을 굴암(屈岩)으로 보내어 피란 간 관리들을 찾아내도록 시켰다. 선전관 박천봉이 돌아가기에 그편에 나주목사(배응경)와 어사 임몽정에게 가는 답장을 부쳤다. 박사명(朴士明)의 집에 사령들을 보냈더니 사명의 집은 이미 비었더라고 한다. 오후에 궁장(弓匠) 지이(智伊)와 태귀생(太貴生), 선의, 대남(大男) 등이 들어왔다. 김희방과 김붕만도 왔다.

#날이 맑았다. 박천봉(朴天鳳)이 돌아갔다. 활 만드는 이지(李智)와 태귀생(太貴生)이 보러 왔다. 선의(先衣)와 대남(大男)도 왔다. 김희방(金希方), 김붕만(金鵬萬)이 뒤쫓아 왔다.

8월17일[9월27일] 맑음.

일찍 아침 식사 후 바로 장흥(長興) 백사정(白沙汀)으로 갔다. 점심 뒤 군영구미(軍營仇未)로 가니 온 경내가 벌써 무인지경(無人之境)이 되다시피 했다. 수사 배설(裵楔)은 내가 탈 배도 보내지 않았다. 장흥의 감관(監官)과 색리(아전)들이 군량을 모두 훔쳐가는 판이라 마침 가서 붙잡아다가 곤장을 때렸다. 그대로 잤다.

#날이 맑았다. 밥을 먹고 일찍 길을 떠나 백사정(白沙汀)에 와서 말을 쉬고 군영(軍營) 구미(仇未)에 이르니 경내가 벌써 무인지경으로 되어 버렸다. 수사 배설은 탈 배도 보내지 않았다. 장흥(長興) 사람이 많은 군량을 훔쳐내서 딴 데로 가져가고 있으므로 붙들어다가 곤장을 때렸다. 날이 벌써 저물어 그대로 거기에 머물러 잤다. 배설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 괘씸하다.

※ 배설이 장흥(군영구미)으로 배를 내주면 이순신이 그 배를 타고 12척의 배가 정박해 있는 회령포로 들어가기로 약속했는데 배설이 그 약속을 지키지 않고 배를 내주지 않는 바람에 이순신은 부득이 다음날 육로로 배를 찾아간다. 배설은 그 마음이 이미 수군을 떠나 있었고 그저 도망갈 궁리만 하고 있었다.

8월18일[9월28일] 맑음.

회령포(會寧浦)로 갔더니, 경상수사 배설이 배 멀미가 났다고 핑계 대므로 만나지 못했다. 회령포 관사에서 잤다.

#날이 맑았다. 늦은 아침에 바로 회령포에 간즉, 배설은 배 멀미를 핑계하고 나오지 않고 다른 여러 장수들만 와서 보았다.

8월19일[9월29일] 맑음.

여러 장수로 하여금 교서에 숙배하게 했는데, 배설은 교서를 공경하게 맞아 절하지 않았다. 그 괘씸하고 오만한 태도를 이루 말할 수 없기에 그의 영리(營吏)에게 곤장을 쳤다. 회령포만호 민정붕이 사사로이 피란민 위덕의 등에게서 물건을 받고 전선을 내어준 죄로 곤장 20대를 쳤다.

#날이 맑았다. 여러 장수로 하여금 교서에 숙배케 하는데 배설은 공경하게 맞지 않았다. 그 태도가 극히 놀랍다. 그래서 이방과 영리(營吏)를 붙들어다가 곤장을 때렸다. 회령포만호 민정붕(閔廷鵬)은 위덕의(魏德毅) 등에게서 술과 음식을 얻어먹고 사사로이 전선을 내준 까닭에 곤장 20대를 때렸다.

8월20일[9월30일] 맑음.

회령포 앞 포구가 너무 좁아서 이진(梨津)으로 진을 옮겼다.

#날이 맑았다. 포구가 좁아서 이진(梨津) 아래 창사(倉舍)로 진을 옮기었는데, 몸이 몹시 불편해서 음식도 먹지 못하고 앓았다.

8월21일[10월1일] 맑음.

날이 채 새기 전에 곽란이 일어나서 심하게 아팠다. 몸을 차게 해서 그런가 생각하고 소주(燒酒)를 마셨더니 그만 인사불성이 되어 거의 깨어나지 못하게 될 뻔했다. 꼬박 밤이 새도록 앉아 있었다.

#날이 맑았다. 새벽 2시쯤에 곽란이 일어났다. 차게 한 까닭인가 의심하고 소주를 마셔 치료하려고 하였더니 그만 정신을 잃어 버렸다. 거의 깨나지 못할 뻔하였다. 토하기를 10여 차례나 해 밤새도록 고통스러웠다.

8월22일[10월2일] 맑음.

곽란이 점점 심해져서 일어나 움직일 수가 없었다.

#날이 맑았다. 곽란으로 인해여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용변도 보지 못했다.

8월23일[10월3일] 맑음.

병세가 매우 심해져서 배에 머무르기가 불편하여 바다에서 나와 육지에서 잤다.

#맑았다. 병세가 아주 위중해서 배에서 거처하기가 심히 불편했고, 또 실상 전쟁 중도 아니라 배에서 내려 포구 밖에서 잤다.

*** 몸이 아파 부득이 배에서 내려 육지로 와 잤건마는 그것마저 무슨 흠이 될까 봐 “전쟁 중이 아니어서”라는 이유를 훗날 새로 써 두어야만 했던 사정을 생각하면 당시의 그의 처지가 눈물겹다.

8월24일[10월4일] 맑음.

일찍 괘도포에 가서 아침밥을 먹었다. 어란(송지면 어란리) 앞바다에 도착하니, 여기도 가는 곳마다 텅 비어 있었다. 바다 가운데서 잤다.

#날이 맑았다. 아침에 괘도포(掛刀浦)에 이르러 밥을 먹고 낮에 어란(於蘭) 앞 바다로 왔다. 가는 곳마다 모두 비어있었다. 바다 가운데서 잤다.

8월25일[10월5일] 맑음.

그대로 어란포에 머물렀다. 아침식사를 할 때 당포의 포작(鮑作)이 풀밭에 놓인 소를 훔쳐 끌고 가면서 부대의 시선을 딴 데로 돌리려고 “왜적이 왔다. 왜적이 왔다”고 헛소문을 퍼뜨렸다. 나는 이미 그것이 거짓임을 알고 헛소리를 낸 두 사람을 잡아다가 목을 베어 효시하게 하니, 군중의 인심이 크게 안정되었다.

#날이 맑았다. 그곳에서 그대로 머물고 있었다. 아침을 먹을 때 당포(唐浦)의 어부(漁父)가 피란민의 소 두 마리를 훔쳐 끌고 가서 잡아먹으려고 “적이 왔다”고 거짓말을 외쳐 군사들의 눈을 피하려고 했다. 내가 벌써 그런 줄 알고 배를 굳게 매 고정시키고 그 자들을 잡아들이니 과연 예상한 것과 같았다. 이렇게 해서 인심은 안정시키었으나 배설은 벌써 어디론가 사라지고 보이지 않았다. 거짓말을 한 두 사람은 목을 잘라서 효시했다.

8월26일[10월6일] 맑음.

그대로 어란포에 머물렀다. 임준영(任俊英)이 말을 타고 와서 “왜적이 이진(梨津)에 도착했다”고 고하였다. 우수사(김억추)가 왔다.

#날이 맑았다. 그대로 어란(於蘭) 바다에 머물렀다. 늦게 임준영이 말을 달려와서 적선이 벌써 이진에 이르렀다고 하였다. 전라우수사(김억추)가 왔는데, 배의 격군이며 모든 기구가 형편이 없으니 해괴하다.

*** 이 때 김억추가 전선 1척을 끌고 와서 결국 명량해전에 투입된 전선은 13척이다.

8월27일[10월7일] 맑음.

그대로 어란 바다 가운데서 머물렀다.

#날이 맑았다. 그대로 어란에 머물고 있었다. 배설이 보러 왔는데 두려워 떨고 있음이 역력했다. 내가 불쑥 “수사(水使)는 어디로 피해 갔던 것이냐?”고 질책하며 물었다.

※ ㈔부산여해재단·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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