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는 조선 후기 최고 화가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그는 조선 제22대 국왕 정조(正祖 ·1776~1800)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왕실의 각종 기록화와 행사도, 왕실에서 간행한 주요 서적의 삽화, 금강산도 등의 실경산수화를 그렸다. 그는 사대부의 요구에 따라 자신만의 개성적 화풍을 적용해, 문인 취향 산수화와 인물화도 많이 그렸다. 부산박물관이 소장한 ‘산수인물도(사진)’는 바로 이 유형에 속하는 그의 대표작이다. 이 그림은 당대는 물론 후대의 사람이 왜 그를 화가로서 그토록 높이 칭송했는지를 살필 수 있게 한다.
이 그림의 화면 좌측에는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시 ‘어옹(漁翁)’ 한 구절 ‘노 젓는 소리에 산과 물이 푸르네(欸乃一聲山水綠·애내일성산수록)’가 적혀 있다. 이 그림은 바로 이 시 구절을 형상화한 일종의 시화로 불릴 수 있다. 화면 중앙 좌측 상단으로 비스듬히 솟은 바위 절벽이 있다. 그 옆으로는 폭포가 있고, 이곳에서 떨어지는 물은 유유히 흘러 강을 이룬다. 특히 그림 상단에서 하단으로 이어지는 물결 표현은 강물이 그림을 감상하는 이에게까지 닿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강 위에는 두 척 배가 떠 있고, 배 위에는 2명씩 모두 4명의 어부가 앉아 있다. 이들은 어업을 잠시 멈추고 배 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김홍도는 이 그림에서 특히 ‘산과 물이 푸르네’란 시구의 뒷부분 내용을 선명하게 표현한 듯 보인다. 이는 강이 연한 푸른색 안료로 표현되고 절벽은 물을 잔뜩 머금은 먹으로 묽게 칠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우리는 강물이 시원하게 흐르고 녹음이 짙게 깔린 어느 절벽 아래에서 어부들이 한가로이 쉬는 모습을 생생히 보게 되는데, 이 여름의 더위를 피해 곧 그들의 무리에 끼고 싶은 충동에 이끌리게 된다.
이 작은 크기의 명작은 1978년 동양고무를 경영했던 고(故) 현수명 회장이 부산박물관에 기증한 69점의 유물 중 하나다. 그는 타계 직전 모든 소장품을 사회에 환원하라는 유지를 가족에게 남겼다. 소장품 전체를 기증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던 시기에 현 회장의 소장품 기증은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재 이 작품은 부산박물관이 열고 있는 특별전 ‘수집가 傳: 수집의 즐거움 공감의 기쁨’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서는 고 현수명 회장과 아들 현승훈 회장(화승), 고 이병철 회장과 고 이건희 회장(삼성), 고 서성환 회장과 서경배 회장(아모레퍼시픽), 신성수 이사장(눌원문화재단) 등 한국을 대표하는 수집가의 작품 58점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가이기도 한 이들은 모두 부산에서 성장했거나 부산 경제와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다음 달 7일까지 이어지는 특별전에서 더 많은 시민이 ‘삼공불환도’(김홍도 작), ‘화조구자도’(이암 작) 등 명작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