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41> 일본 대마도 고구마 ‘고오코이모’ 그리고 ‘센’

조선통신사가 전래한 ‘영도 고구마’, 그 뿌리는 대마도 먹여살린 ‘효행마(孝行芋)’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6-25 19:19:40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식재료 귀한 섬의 ‘효도작물’
- 일어 ‘고우코이모’라 불린 것이
- 고귀위마→ 고금아→ 고구마로

- 오래 두고 먹기 위해 전분 뽑아
- 그 반죽을 경단처럼 만들어 보관
- 국수·모찌·전·간식 등으로 활용
- 부산의 ‘빼떼기’와 비슷한 역할

흔히들 일본 대마도를 ‘국경의 섬’이라고 한다. 한국과 일본을 사이에 두고 자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마도의 역사를 보면 차라리 경계의 섬이 더욱 맞을지도 모르겠다. 이곳에도 저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경계의 지역. 한때 대마도는 독립된 국가이기도 했고, 대마도의 다양한 시대상 역사적 여건 등으로 조선에 속하거나 일본에 속하는 선택을 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직선거리로 50여 ㎞. 지리적으로 한반도에 더 가까이 위치한 사정도 그러할 것이다.
대마도는 평야가 적고 대부분 척박한 토양의 산간 지역이라 먹을 것이 늘 귀한 지역이었다. 이때 대마도 사람들을 거둬 먹인 식재료가 고구마이다. 고구마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구황작물로 널리 이용되던 작물이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인 고구마는 콜럼버스 시절 유럽으로 전래되고, 아시아에는 필리핀을 통해 중국으로, 일본에는 류큐국(현재 오키나와)을 거쳐 규슈 가고시마로 전래된다.

■허기 달래준 ‘효도작물’

위에서부터 고구마 전분을 한 달간 발효시켜 공모양으로 말린 센, 그 센으로 만든 국수 ‘로쿠베’ 센 반죽으로 쪄낸 떡(센모찌)에 팥이나 고구마 앙금을 넣은 ‘센치마끼’. 일본 대마도시청 제공
대마도에는 하라다사부로에몬(原田三郞右衛門)이 규슈 남부지방인 가고시마에서 몰래 종자를 밀반입, 대마도에 식재함으로써 널리 보급에 이르게 된다. 당시 대마도는 일본의 영토로 인정되지 않아 고구마의 대마도 전래를 금하고 있었다. 이를 하라다사부로에몬이 몰래 대마도로 반입해 재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후 대마도는 이 고구마를 구황작물로 널리 활용하기에 이른다.

원래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사츠마 지방(현재 가고시마)을 통해 전래되었다고 ‘사츠마이모(サツマイモ)’라 부른다. 그러나 대마도에서는 대마도 사람들에게 널리 먹여 ‘효도하는 작물’이라는 뜻에서 ‘고우코이모(孝行芋, 효행마)’라 부른다.

조선통신사 조엄이 1764년 제11차 조선통신사 사행 중 이 효행마를 조선으로 반입해 부산 영도에서 시배한 것이 한반도 고구마 전래의 역사이다. 당시 ‘고귀위마(古貴爲麻)’라 음차하여 부르던 것이, 유희가 사물의 이름을 풀이한 어휘사전 ‘물명고’에 한글로 ‘고금아’로 기록한 것이 지금의 ‘고구마’로 정착된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이 고구마는 동아시아에서는 기근을 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작물이었다. 특히 대마도와 조선은 이 고구마로 인해 많은 사람이 허기를 면했을뿐더러, 다양한 음식으로 조리해 먹기도 했다.

고구마는 맛이 달고 부드러워 먹기도 좋고 영양소도 풍부하다. 그러나 쉬 상하기에 오래 두고 먹을 수가 없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대마도 사람들은 이 고구마를 저장해서 두고두고 먹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센(せん)이다. 센단고(せんだんご), 콧고우단고(鼻高だんご)라 부르는데, 고구마를 발효시켜 만든 전분을 경단 모양으로 말려놓은 것이다. 이 말린 센을 겨우내 저장해 두었다가 물에 풀어 반죽해서 떡이나 국수, 간식 등으로 만들어 먹었다.

■1000번의 정성 거친 ‘센’

센은 만드는 과정에 손이 많이 가고 여간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안 되는 식재료이다. 3개월에 걸쳐 여러 공정을 반복해야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선 잘 씻은 고구마를 잘게 썰어 물통에 넣고 그 물을 체에 걸러 전분을 만들어 낸다. 이 전분을 한 달 정도 발효시킨 후 손으로 공 모양을 만들어 햇볕에 말린다. 말려 둔 전분을 다시 물에 죽처럼 녹여서 고운 체에 거르고 찌꺼기를 제거한다. 몇 주 후 곱게 침전된 전분을 천에 넣고 물기를 짜서 반죽을 만든다. 이 반죽을 경단으로 만들어 세 손가락으로 콧대 모양으로 콕 집어 눌러서 햇빛에 잘 말리면 비로소 센이 완성된다.

이렇듯 추운 겨울 수개월에 걸쳐 손을 녹여가며 일일이 정성을 다해야만 만들어지기에 ‘천 번의 수고’가 따른다고 ‘센(千, 천)’이라고 부르고, 경단 모양이 높은 콧대처럼 오똑하다고 ‘콧고우(鼻高, 비고)’라 한다는 것이다.

대마도 사람들은 이 센으로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고구마 국수인 로쿠베(ろくべえ)이다. 가루를 낸 센단고를 뜨거운 물에 반죽해 ‘로쿠베에즈키’라는 구멍 뚫린 철판의 국수틀에 반죽을 놓고 손으로 밀어 면을 뽑는다. 일본은 거의 면을 칼로 잘라 국수를 만드는 절면 방식인데 한국 재래방식인 국수틀에 넣고 뽑는 방식이라 독특하다.

뽑은 면을 삶아서 대마도 토종닭이나 벵에돔, 표고버섯 등의 육수에 함께 넣고 일본의 찐 어묵 ‘가마보코’를 올리면 고구마 국수 ‘로쿠베’가 완성된다. 면이 국수틀에서 짧게 끊어져 나오기에 마치 강원도의 ‘올챙이국수’가 연상되기도 한다. 그래서 젓가락보다 숟가락으로 떠먹는 것이 편한 국수이다. 면발은 쫄깃쫄깃하고 육수는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감돈다.

그 외에도 센 반죽으로 쪄낸 떡, ‘센모찌(せんもち)’와 센모찌 안에 팥이나 고구마 앙금을 넣고 떡갈나무 잎으로 싸서 찐 ‘센치마키(せんちまき)’, 센모찌에 흑당시럽(黑蜜)을 올린 간식 ‘쿠로미쯔가케(くろみつかけ)’ 등이 있고, 센 전분물을 프라이팬에 얇게 구워 흑설탕을 넣고 돌돌 말아서 먹는 ‘슌(しゅん)’이라는 간식도 있다.

■부산은 말려서 ‘빼떼기’로

이 대마도의 고구마는 우리에게도 고마운 구황작물로 아주 소중한 식재료였다. 예부터 부산과 대마도는 오래도록 선린우호의 교류를 이어왔고, 조선통신사의 일본 첫 기착지였던 까닭에 고구마와 같은 식재료로 다양한 음식문화를 공유해 오기도 했던 것이다.

대마도에 ‘센’이 있다면 부산을 비롯한 남부지방에서는 고구마 저장 음식으로 ‘빼떼기’가 있다. 고구마를 얇게 썰어 바짝 말린 것이 ‘빼떼기’다. 고구마를 말리면 수분이 증발해 빼빼 말라비틀어지는데, 이 상태를 ‘빼떼기’라 한다.

이 빼떼기를 넣고 팥이나 콩 찹쌀 등을 섞거나 이마저도 없을 땐 밀가루를 풀어 죽을 쒀 만든 음식이 ‘빼떼기죽’이다. 빼떼기 가루와 밀가루를 잘 반죽해 멸치육수에 끓여 먹는 ‘빼떼기 칼국수’나 ‘빼떼기 수제비’, 밀가루나 쌀가루와 섞어서 동그랗게 절편처럼 쪄낸 ‘빼떼기 개떡’, 떡 사이에 팥고물을 얹어 쪄낸 ‘빼떼기 시루떡’ 등도 만들어 먹었다.

고구마 전분을 저장해 뒀다가 다양한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 대마도의 센당고와 고구마를 잘라서 말린 후 여러 음식의 식재료로 활용했던 우리네 빼떼기. 만드는 방법과 조리해 먹는 음식은 달라도 저장해서 두고두고 식재료로 활용한다는 방식은 같다.

이렇듯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몇몇 사람이 반입한 고구마는, 양국의 서민들을 거둬 먹이는 애민정신의 효자 식재료가 됐다. 이 고구마로 만든 다양한 음식으로 춥고 주린 겨울을 그나마 따뜻하게 보내게 됐다. 바다를 마주 보고 있는 부산과 대마도. 이 고구마를 통한 양국의 ‘우호선린의 역사’가 새삼스러워진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4. 4‘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5. 5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6. 6[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3. 3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6. 6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7. 7‘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8. 8[속보]조희대 작심 발언 “국회·대통령은 대법원장 제청에 관여 못 해”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2. 2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8. 8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9. 9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10. 10부산지역 농지 41%, 외지인이 소유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8. 8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9. 9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10. 10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 1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2. 2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