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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삼식이 삼촌’ 송강호

드라마 데뷔한 35년차 배우 “여전히 힘든 연기, 계속 도전해야”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07-02 18:10:45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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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 격변기 살길 개척하는 삼촌역
- 나쁜듯 아닌듯 모호한 인물 매력
- 소재 의미있다 생각에 출연 결심
- 주 2화씩 공개하니 더 재밌더라

- 신인 자세로 현장 나가는건 축복
- 변요한 등 후배들 당찬 연기 감탄
- 성공보다 가치 있는 작품 찾게돼
- 창조의 고통·표현은 평생 숙제죠

“이제 좋으나 미우나 다 공개되고 끝났으니까 좀 홀가분하기는 하다.” 연기 생활 35년째인 송강호이지만 자신의 첫 드라마 출연작이인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이 아무래도 부담이 됐던 모양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송강호는 뭔가 후련한 모습으로 첫 드라마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삼식이 삼촌’에서 사람들의 욕망을 간파하고, 빠른 판단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전략가 기질을 가진 삼식이 삼촌 역을 맡은 송강호. 그는 35년 연기 인생 첫 드라마로 ‘삼식이 삼촌’을 택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숨을 돌린 그는 “드라마와 영화가 뭐가 다르겠는가. 공개와 개봉이라는 말만 다를 뿐이지 시청자, 관객에게 선보이고 소개하고 소통하는 것은 다 똑같은 과정”이라고 본질적으로 면에서 드라마와 영화가 다르지 않음을 밝혔다. 다만 “영화가 2시간이라는 시간 동안 모든 걸 다 쏟아낸다면, 드라마는 디즈니플러스에서 16부작을 1주일에 2화씩 공개하니 두 달 정도를 계속 노출되고 이야기를 해서 재미있기도 했다. 또 ‘영화와는 좀 다르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생경하기도 했다”고 첫 경험한 드라마 공개 시스템에 대해서 흥미로워했다.

지난달 19일 최종화인 16화까지 모두 공개된 ‘삼식이 삼촌’은 6·25 전쟁 중에도 하루 세 끼를 반드시 먹인다는 삼식이 삼촌과 모두가 잘 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엘리트 청년 김산이 혼돈의 시대 속 함께 꿈을 이루고자 한 뜨거운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송강호가 출연한 영화 ‘거미집’ 시나리오를 쓴 신연식 감독이 대본과 연출을 맡았으며, 한국 대표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라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다.

삼식이 삼촌으로 불리는 박두칠 역을 연기한 송강호는 사람들의 욕망을 정확하게 간파하고, 빠른 상황 파악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우는 전략가 기질을 가진 인물을 섬세한 연기로 표현했다.

송강호가 처음 드라마에 출연했기 때문에 유력한 신인상 후보라는 말이 돌기도 했고, 지난 5월 열린 ‘삼식이 삼촌’ 제작발표회 때는 “(신인상을 준다면) 감사히 받겠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그는 “저도 재밌고 후배들도 재밌어하더라”며 “신인상은 진짜 앞으로 주축이 될 진짜 보석 같은 신인 배우들이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상이 문제가 아니라 신인의 마음으로 연기하고 신인의 자세로 현장에 나가는 것은 정말 축복된 감정인 것 같다. 신인의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전했다.

■송강호, 드라마에 도전하다

팬데믹이 길어지면서 많은 영화인이 OTT 시리즈물에 참여하며 좋은 성과를 보였다. 특히 영화 제작 편수가 줄면서 배우들도 OTT로 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송강호는 ‘브로커’, ‘비상선언’, ‘거미집’ 등에 출연하며 영화에 집중했다. 그런데 그가 ‘삼식이 삼촌’에 나온다고 해서 ‘무엇이 그를 드라마로 이끌었을까’가 영화계의 궁금증이었다. 송강호는 “신연식 감독을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 ‘동주’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윤동주 시인과 시에 대해 우리는 너무나 잘 알지만 사실 그 시인의 뒤안길이나 발자취 같은 것은 잘 모르지 않나. 그런 신현식이라는 작가가 흥행 공식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창의적인 시선으로 대본을 썼더라”고 신 감독의 존재를 알게 된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그리고 신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거미집’에 출연했고, 그 인연으로 ‘삼식이 삼촌’까지 출연했다. 물론 신 감독만 믿고 드라마 출연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 ‘삼식이 삼촌’에게 끌린 이유가 있었다. 그는 “지금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고,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요소로 승부를 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시대다. 그런데 창조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위험적 요소가 있더라도 이런 소재와 이야기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된다. 결과를 떠나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말하는 ‘우리가 얻을 것’은 무엇일까? 그는 “‘삼식이 삼촌’의 배경이 되는 1960년대는 전후 새로운 사회가 자리 잡기 위해 진통을 겪던 대한민국의 격변기였다. 지금 보면 60여 년 전이어서 시대감 자체가 현실적이지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먼 시대를 통해 현재 사회 모습들,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삶의 이상을 반추해 보고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삼식이 삼촌’에 담긴 메시지와 의미를 전했다.

■송강호, 삼식이 삼촌이 되다

드라마 ‘삼식이 삼촌’.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송강호가 첫 드라마에서 연기한 삼식이 삼촌은 어린 시절 강성민(이규형)의 집에서 온갖 궂은일을 하며 오직 먹고살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살길을 개척하며 살아온 인물이다. 언젠가부터 국회의원 강성민의 야망이 폭주하기 시작하자 불안함을 느끼던 그는 국가재건사업 꿈을 가진 청년 김산(변요한)을 만나 그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원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송강호는 “삼식이 삼촌은 속을 모르는 나쁜 사람 같기도 하고, 때로는 따뜻한 어떤 감성을 품은 사람 같기도 하다. 그런 지점이 사실 좀 (연기하기는) 어렵지만 매력으로 와 닿았다”며 “이런 캐릭터는 처음부터 성격이 명확하면 재미없다. 속을 모르는 모호함이 매력적이었다. 그렇다고 일부러 모호하게 연기하진 않았지만 매 회 모호한 매력을 유지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짚었다.

삼식이 삼촌은 마지막에 군사쿠데타 세력에 의해 처형당하게 된다. 이 장면은 총소리만으로 연출되는데, 그래서 혹시 그가 살아 있진 않을까 상상하게 된다. 송강호 또한 “저도 마지막 김산의 기공식 장면에서 인파 속에 선글라스를 끼고 삼식이 삼촌이 저 멀리서 미소를 짓고 있는 컷으로 드라마가 끝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니까 그걸 찍어놓자는 말을 진지하게 했었다. 신 감독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했는데, 촬영은 하지 않았다. 지금은 죽은 것으로 처리가 됐지만 (진짜 죽었는지) 궁금하게 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열린 결말로 끝내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한편 송강호가 온전히 삼식이 삼촌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준 이는 바로 젊은 배우들이었다. 김산 역의 변요한, 강성민 역의 이규형을 비롯해 진기주, 티파니 영 등이 함께했다. 그는 젊은 배우들에 대해 “이들에 대해 ‘거침없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드라마를 처음 촬영하니까 이 긴 호흡을 어떻게 조율해 가야 할지 잘 모르고 있을 때 변요한 씨를 비롯해 후배 배우들의 거침없는 연기를 보고 감탄했다. 그런 후배 배우들의 모습을 보며 제가 배우면서 연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당차게 연기한 후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강호, 여전히 연기는 고통스럽다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YMCA 야구단’, ‘효자동 이발사’, ‘관상’, ‘변호인’, ‘사도’, ‘밀정’, ‘택시운전사’, ‘나랏말싸미’ 등 시대극이나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에 자주 출연했다. ‘삼식이 삼촌’도 우리 현대사를 배경으로 한다. 그는 “사실 역사를 좋아하긴 한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영어는 못해도 역사, 세계사는 진짜 거의 만점을 맞았다(웃음)”며 “그런 개인 취향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제가 근현대사를 다룬 소재의 영화나 드라마를 좋아해서 많이 출연한 것은 결코 아니다. 우연히 계속된 것일 뿐이다”고 말했다.

또한 “성공할 수 있는 작품보다는 뭔가 새롭고 의욕이 생기게끔 하는 작품, 어떤 조그마한 가치가 있는 작품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작업을 통해 내가 배우로서 숨 쉬고 있고, 내가 배우로서 살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을 선택하고 있다”고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았던 작품 선택 기준을 밝혔다.

또한 “89년도에 연극 데뷔를 했으니까 35년째 연기하고 있다. 영화는 28년째 하고 있다. 그리고 35년 전부터 지금까지 똑같은 것은, 힘든 게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35년을 했으니까 좀 편해지고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최고의 배우임에도 연기는 항상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창조를 한다는 것이 너무너무 고통스러운 작업이다. 또 표현을 해야 되고, 소통을 해야 된다는 것은 영원한 숙제다. 그것이 얼마만큼 ‘내 뜻대로 될까’ 하는 고통 속에서 35년 세월을 오지 않았나 싶다. 이게 36년째에는 없어져야 되는데 36년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며 천직인 배우의 삶과 그에 따르는 고통이 평생 안고 가야 할 짐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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