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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28> 제주 효제문자도에 그려진 효제충신예의염치(孝弟忠信禮義廉恥)

색·필법·구도에 스며든 제주문화, 독특한 3단 배치 해양의 美 살려

  • 김희경 국립해양박물관 어린이박물관 개편TF 팀장
  •  |   입력 : 2024-07-10 18:52:40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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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무더위가 한창이다. 소서(小暑)가 지나가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었다. 건강하고 즐거운 여름나기를 위해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더없이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국립해양박물관 소장 ‘제주 효제문자도(孝悌文字圖)’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은 자료라고 생각되어 소개하고자 한다.
효제문자도는 조선 시대 유교 핵심 윤리인 ‘효제충신예의염치(孝弟忠信禮義廉恥)’ 여덟 글자를 민화풍 문자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여덟 글자에는 중국 송나라 주희(朱熹, 1130-1200)의 제자 유자징(劉子澄)이 어린이에게 유학을 가르치기 위해 편찬한 ‘소학(小學)’에서 유래한 충효 사상이 중심이 된 유교의 도덕적이고 실천적인 규범이 집약되어 있다.

뜻을 짚어 보면 “부모에게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며, 나라에 충청하고, 이웃끼리 믿음으로 대하며, 예절을 지키고, 의롭고 청렴하며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는 덕목을 지칭함을 알 수 있다. 이런 까닭에 효제문자도는 조선 후기 사대부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에게까지 널리 퍼질 정도로 상당히 인기가 많았다. 제주처럼 지역 정서가 반영된 효제문자도가 제작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히 제주 효제문자도는 제주의 고유한 자연물이 표현되어 있어 다른 일반 문자도와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흥미롭다.

그럼 왜 제주 효제문자도가 일반 문자도보다 더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것일까. 제주지역만의 조형적 특성이 돋보이는 해양미가 잘 나타나서라고 생각된다. 문자도를 보면 가운데 배치된 글자를 중심으로 상·하단에 물고기·새·수목·꽃·사당·고팡상(제주 지역 제사상의 한 종류) 등이 연상되는 소재에서 바다 중심 관점의 민속 요소가 다분함을 살펴볼 수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 섬 문화를 대표하는 제주만의 독특한 향토적 특색이 반영된 소재와 화면을 3단 구도로 구성하는 것 이외 필법과 색에서도 그 대답을 찾을 수 있다. 각 문자와 함께 배치된 도상은 검정색으로 그려 본을 뜨고 청색 적색 황색 흰색을 배치하여 색을 채워 넣는 방식을 취했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글자 안쪽 면을 청색으로 채우고 글자의 시작과 끝, 그리고 꺾이는 부분에 문양을 가미하여 장식성을 준 것이다. 곡선과 직선, 사선을 이용해 간결하게 묘사하고 과하지 않게 오방색을 배치하여 정갈하고 소박한 해양적 미감을 잘 나타낸다. 시공간을 초월한 듯 현대적 미감에 따라 디자인된 작품을 보는 듯하다. 제주 효제문자도의 우수성이 이런 점이지 않을까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제주 효제문자도는 보이는 곳에서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우리 스스로를 경계하여 성숙하고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가짐을 제주의 독특한 해양문화로 해석한 것으로 보인다. 제주 효제문자도처럼 우리 나름의 문자도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 국립해양박물관·국제신문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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