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44> 검은콩과 화순 흑두부

온화하고 순한 화순의 성정 한 움큼…블랙푸드 즐긴 사찰의 비법 두 움큼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08-06 19:26:16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화순천 능주평야서 자란 검은콩
- 맷돌로 갈아 무쇠솥에 콩물 끓여
- 흑두부로 굳힐땐 무안 소금 사용
- 송광사 현고스님께 조리법 배운
- 화순사람 양덕승 씨 원조로 불려

- 홍어·수육과 함께 곁들이는 삼합
- 청국장·순두부도 담박한 맛 개운
- 흑돼지·오골계와 함께 대표 음식

염천에 식욕이 없을 때 고소하게 입맛을 돌려주면서도 영양가가 높아 건강까지 챙겨주는 음식으로, 콩으로 만든 콩국이나 콩국수가 있겠다. 부드러운 우무를 넣고 차갑게 훌훌 들이켜는 콩국은 마치 찬 새미에서 약수 마시듯 그 시원함이 웅숭깊다.
폭염의 나날에 밥알이 모래알 같을 때 걸쭉한 콩국에 말아낸 콩국수 한 그릇은, 후루룩 고소하고 쉽게 입으로 넘어가는 훌륭한 한 끼가 된다. 물론 기력 회복에도 참 좋은 건강식이기도 하다.

■두부의 끝없는 변주

콩은 우리 민족에게는 아주 소중한 곡식이자 주요한 단백질원으로 식생활에 크게 관여하는 식재료이다. 풋콩은 삶아서 먹고, 추수한 콩으로는 콩밥과 콩자반을 해서 먹고, 메주를 떠서 된장과 간장 등 발효 장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싹을 틔워 콩나물로 길러 먹고, 기름으로 짜 식용유로 쓴다. 콩을 갈거나 짜 콩국과 콩국수, 두유 등으로도 먹을 수 있다.

그중 두부는 다양한 음식의 주요 재료로 활용되기에 팔방미인으로 손꼽힌다. 주로 두부를 먹기 좋게 썰어 생으로 간장에 찍어 먹거나, 굽거나 조려서 먹기도 한다. 국이나 찌개 전골 등에 넣어 먹기도 하고, 김치와 곁들여 두부김치로, 돼지 수육과 함께 보쌈으로도 먹는다. 마파두부처럼 두부와 채소로 소스를 만들어 덮밥으로도 먹는다.

동아시아를 비롯해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도 이 두부를 다양하게 즐겨 먹는데, 대표적으로 중화권의 ‘취두부’ ‘두부 푸딩’이나 일본의 두부전골인 ‘도후 나베’나 튀긴 조미 두부 ‘아게다시 도후’ 등이 있겠다.

■검은콩의 약성을 담다

전남 화순의 대표 특산물 중 하나인 흑두부를 활용한 삼합(사진 위)과 검은콩 청국장.
우리 민족이 ‘두부’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시대 즈음이라고 추정한다. 고려말 유학자 이색의 시문집 ‘목은집’에 ‘1365년(공민왕 14) 과거를 치른 후 두부를 먹었다’는 기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후 두부를 기록한 여러 문헌을 살펴보면, 두부는 ‘좋은 날’에 먹거나 ‘고마운 이’에게 선물로 보낼 정도로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요즘은 여러 가지 두부 제조법과 조리법이 발달하면서 전 국민의 영양식으로 사랑받는 음식이 됐다. 지역의 역사와 특성을 잘 담은 두부 요리가 우리나라 여러 곳에 분포하는데, 서울의 ‘추어두부’와 대전의 ‘두부두루치기’, 강원도 강릉의 ‘초당순두부’, 전라남도 화순의 ‘흑두부’ 경기도 파주의 ‘장단콩 두부’ 등이 지역의 대표적 향토 음식으로 자리 잡아 사랑받는다.

‘추어 두부’는 가마솥에 미꾸라지를 넣고 불을 때다 찬 모두부를 넣으면 미꾸라지가 두부 속으로 파고 들어가 익는데, 이를 먹기 좋게 썰어낸 음식이다. ‘두부두루치기’는 돼지두루치기의 돼지고기 대신 두부를 넣고 매운 양념장으로 자작하게 끓여내는 음식이다.

‘흑두부’는 서리태 등 검은콩으로, ‘장단콩 두부’는 장단콩으로 두부를 만들어 낸다.

그중 화순 흑두부는 일반 두부와 제조법은 비슷한데 검은콩의 효능에 방점을 찍은 힐링 식품이란 점이 독특하다. 약성이 좋은 검은콩을 재료로 두부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민적으로 관심을 받는 ‘블랙푸드’의 영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블랙푸드’는 검은색 식재료나 음식을 일컫는 말인데, 안토시아닌 등 항암물질 등을 다량 함유한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콩 또한 그 영양가나 약성이 높아 대표적인 블랙푸드로 꼽힌다.

검은콩에는 일반 흑태, 늦가을 서리 내릴 때 수확하는 서리태, 알곡이 작고 쥐눈처럼 까만 서목태 등이 있다. 이 검은콩은 대표적인 블랙푸드로 양질의 단백질, 지방과 안토시아닌 등이 풍부하게 함유된 건강식품이다. 이들은 혈액순환을 개선하고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를 낸다. 탈모를 예방하는 등 모발 관리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서목태, 일명 쥐눈이콩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약성이 뛰어나 체중 조절과 혈당 관리를 돕고 비타민과 무기질 함량이 높아 건강 관리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삼합 화룡점정 화순 흑두부

전라남도 화순군은 화순천 유역의 능주 평야를 중심으로 농업이 크게 이뤄지는 곳이다. 콩은 화순의 주요 농산물 중 하나이다. 그러하기에 이 지역에서는 예전부터 두부 등 콩을 이용한 음식이 유명했다.

화순군의 흑두부는 검은콩을 갈아서 끓인 콩물을 바닷물로 굳혀 만든 화순군의 향토식품이다. 흑두부를 이용한 보쌈 전 전골 찌개 삼합 등 다양한 음식이 개발되면서 지금은 명실상부한 화순군의 대표 특산물로 인정받는다.

화순군 흑두부는 검은콩을 5~6시간 충분히 물에 불린 다음 맷돌로 정성껏 갈아 만든 콩물을 무쇠솥에 넣어 주걱으로 저어가면서 끓인다. 이때 소나무로 불을 올린 다음 참나무 장작으로 두부를 끓여낸다. 그래야 본연의 고소함이 발현된다고 한다. 두부를 굳힐 때도 무안 바닷물이나 무안 염전의 천일염을 이용한단다.

원래 흑두부는 오래전부터 사찰 음식으로 통했다. 화순 흑두부는 송광사의 현고 스님에게서 그 제조법을 이어받은 화순 사람 양덕승 씨가 검은콩을 이용해 만든 것이 그 유래다. 이 흑두부가 화순 향토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 화순 흑돼지, 오골계 등과 더불어 화순의 블랙푸드 산업의 ‘완성체’를 이룬 것이다.

이 흑두부를 직접 개발했다는 식당에서 다양한 흑두부 음식을 일별해 보았다. 우선 흑두부 삼합. 흑두부에 잘 삭힌 홍어와 돼지 수육을 곁들여 먹는 음식이다. 큰 접시에 약간 회색빛을 띤 흑두부가 먹기 좋게 자리하고, 그 옆으로 잘 삭은 홍어와 고소한 육향의 돼지 수육이 넉넉하다. 그리고 직접 담근 묵은지, 깻잎지와 무말랭이가 먹음직스럽게 조연을 맡는다. 홍어삼합에 흑두부가 한 합 더해진, 가히 전라도에서나 만들어 낼 수 있는 음식 조합이겠다.

■어우러져 더 풍성한 맛을 내네

이 삼합을 보쌈으로도 먹고 젓가락으로 여러 개 포개 집어먹는다. 들큼하고 쿰쿰하고, 고소하고 칼칼하고, 부드럽고 오돌오돌하고, 아삭아삭하고 쫀득쫀득하다. 이런 오만 가지 맛깔 위로 흑두부가 정점을 찍는다. 특히 서해 새우젓갈 몇 마리 흑두부 위에 올리면, 서해를 한입에 품듯 삼합의 조합이 마무리된다.

흑두부 삼합에 이어 들어온 흑두부 청국장과 순두부. 청국장은 된장국이 살려내는 최적의 맛과 향을 가졌다. 구수하면서도 제대로 콤콤한 냄새. 그러나 퀴퀴하진 않은 담박한 맛이 정겹다. 이어 흑두부 순두부는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하고, 고소하면서도 개운하다. 슴슴한 국물이 떠먹을수록 오래도록 음미하게 되는 깊은 맛이 있다.

가마솥에서 오랜 시간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화순 흑두부. 일반 두부가 주로 식재료 역할을 한다면, 화순의 흑두부는 홍어, 돼지 수육과 함께 어엿한 주연의 자리를 차지하는 삼합의 음식이다. 물 맑고 공기 좋은 화순(和順), ‘온화하고 순한 고을’에서 오랜 정성으로, ‘사람 좋은 음식’으로 만든 음식이 바로 흑두부가 아닐까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정지영·이명세 등 “암살자(들) 정쟁 도구화 말라”
  4. 4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5. 5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6. 6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7. 7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8. 8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9. 9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10. 10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8. 8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9. 9외모·학력차별…민간도 공공도 불공정 채용
  10. 10‘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1. 1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2. 2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3. 3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4. 4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