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10년 걸리거나 30분만에 끝내거나…그에게 작업은 깨달음

정신세계 탐구해온 길 후 작가

  •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  |   입력 : 2024-08-08 19:41:59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2000년대부터 불교·불학 심취
- 수행처럼 긴 세월 고뇌한 작품
- 때론 즉흥으로 일필휘지 완성
- “억겁 세월이나 찰나나 똑같죠”

- 빌라드 쥬 아난티 개인전 ‘불이’

#1. 가로,세로 크기가 3m는 족히 될 듯한 캔버스가 온통 짙푸르다.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어둠 위에 빛이 만들어낸 문양은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감각을 초월한 정신을 불러낸 듯하다.
길 후의 작가의 2014년작 ‘현자’(왼쪽), 2022년작 ‘무제’. 학고재 제공
#2. 이번엔 검디 검은 캔버스 위에 색의 조합이 춤을 춘다. 휘어졌다 싶으면 뻗어나가고, 뻗어나가다 갑자기 다시 꺾이는 붓질은 그야말로 거침이 없다. 때로는 ‘무언가’를 형상화 한 듯하지만 대부분은 대상을 특정하기 어렵다.

길 후(64·사진)는 만물의 근원, 감각의 초월을 오랫동안 연구해 온 작가다. 2000년대 들어 깨달음에 관심을 쏟기 시작한 그는 자연스레 불교, 불학에 빠져 들었다.

이 시기 길 후 작가는 깨달음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는 데 집중했다. 2010년 들어 선보인 ‘현자’와 ‘사유의 손’ 연작에서 그는 2m가 넘는 대형 캔버스에 인물을 크게 내세운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그는 모델링 페이스트로 캔버스에 입체감을 얹은 후 원하는 질감과 형상이 완성될 때 까지 수행의 과정처럼 갈고 또 닦는다. 이 같은 그의 작업은 길게는 수 년간 이어진다. 길 후 작가는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도 걸린다. 한 작품 하다가 던져놓고 또 다른 작품을 하다 다시 돌아오곤 한다”며 “2012년 시작했는데 아직 완성하지 못한 작품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침묵’은 ‘깨달음’으로 이어지면서 묵직한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의 조합이다. 역시 2m는 족히 넘을 듯한 대형 캔버스에 일필휘지로 색이 흩어지고 모인다. 깨달음을 주제로 한 그의 구작(舊作)이 인고의 과정을 거쳐 탄생했다면 ‘춤추는 피카소’로 이름 붙은 신작은 이와 완전히 대척점에 서있다. 그는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1시간이 안 걸린다. 실제 붓을 들고 그리는 건 30분이면 족하다. 형상이나 색감에 나의 자아를 반영하지 않고 찰나의 감정을 표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춤추는 피카소’연작 대부분은 추상에 가깝지만 일부 작품에선 구상도 섞여있다. 그러나 이 역시 무엇을 보고 그렸다기 보다는 즉흥 속에서 탄생했다. 그는 “실패한 작품이었는데, 너무 다급해서 꽃을 하나 놨더니 멋지게 조화를 이뤘다”며 “내 의도에서 벗어남으로써 오히려 좋은 작품이 나온 것이다. 내 능력 밖의 무언가를 잡아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작품 제작 방식은 극과 극이지만 그 기저에는 모두 ‘정신 세계에 대한 탐구’가 깔려있다는 점(불이·不二)에서 일맥상통한다. 길 후 작가는 “억겁의 세월이나 찰나나 똑같은 것이다. 한 명의 작가 안에 두가지 모습이 다 있는 것”이라며 “64년을 살았지만 실제로는 찰나를 살았다는 느낌이 든다. 결국 두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 불교 경전 ‘유마경’에서 대립을 떠난 경지를 말하는 ‘불이’라는 개념을 들고 왔다”고 말했다.

오는 31일까지 부산 기장군 빌라드 쥬 아난티 컬처클럽에서 열리는 길후 개인전 ‘불이’에서는 그의 구작과 신작 60여 점이 선보인다. 전시에서는 연필로 완성한 드로잉 작품과 더불어 설치 작품도 전시된다. 대부분이 사람 키를 넘기는 초대형 작품이어서 압도적인 미(美)를 만끽할 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8. 8[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9. 9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0. 10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5. 5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3. 3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4. 4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