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의 세상 오디세이’를 읽으며 감전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은 부산의 IT 스타트업인 ㈜글로벌탑넷 이현호(31·사진) 대표가 써 내려간 인생 분투기를 담았다. 그는 26세에 글로벌탑넷을 창업했고 성과를 일구고 있다. 그런데 그 분투기가 우리 사회에 많은 이야기를 하고 뜻깊은 메시지를 던진다.

청소년기를 담은 책 전반부를 읽을 땐, 아! 벽에 부딪혀 막막하고 포기하고 싶은 중·고생 독자와 이 책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게 들었다. 저자는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부 활동을 시작해 중학교 때 안팎의 이유로 좌절하면서 축구를 그만두고 특성화고인 대양전자정보고등학교(현재 대양고등학교)로 진학한다.

이현호 대표는 공고 출신 실습생이 되어 공장에 다니나 벽에 부딪히고, 군대 가서 컴퓨터 서버 쪽으로 눈 뜨고, 대기업에 취업했다가, 끝내 스타트업 창업에 성공한다. 이 과정을 읽을 땐 지독한 학벌 중심 사회에 던지는 그의 투지와 노력이 통렬했다. 대한민국 사회에 ‘보시라! 이런 청년이 있다. 지긋지긋한 학벌 타령 좀 그만해라’고 외치고 싶어졌다.

26세 청년이 대기업 직원의 안정감을 버리고 창업한 글로벌탑넷은 초창기 심각한 위기를 겪는다. 이 기업을 뺏으려는 음모에 휘말리고 기성 업계의 벽에도 부딪힌다. 저자는 그 내용을 간략하면서도 또렷이 책에 써 두었다. 주력 제품을 무형의 소프트웨어에서 유형의 컴퓨터 서버로 바꾸고, 로또 2등 당첨이라는 하늘의 계시 같은 행운으로 위기를 건넌 뒤, 코로나19 사태로 펼쳐진 비대면 환경에 서 엄청난 성장 기회를 잡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드라마다. 게다가 블록체인 쪽으로 진출해 암호화폐 원화거래소 고팍스에 자체 개발한 카멜 코인을 상장하는 데 이른다. 글로벌로 가는 길을 뚫었다. 이런 대목에서는 ‘바보의 세상 오디세이’는 지역의 작은 IT 기업이 의욕 있는 젊은 기술진과 함께 어떻게 경영·기술·창의 측면에서 성과를 일구는지 보여주는 책으로 또 변신한다.

앞서 ‘이 책은 많은 이야기를 한다’고 쓴 그대로, ‘바보의 세상 오디세이’는 다채로운 얼굴로 다양한 독자를 찾아가서 만난다. 저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학업을 재개해 한국해양대학교 경제학과와 산업대학원에서 공부했고 현재 국립부경대학교에서 공학박사 과정을 밟고 있다. 기술의 사회적 가치와 기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요즘도 모교인 대양고 등에서 특강을 꾸준히 하고 기부에도 관심을 기울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