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감독·배우된 결혼이민자들 “좌충우돌 한국 적응기 영화에 담았죠”

BIFF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젝트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4-09-12 19:09:08
  •  |   본지 1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다문화센터 미얀마·중국 출신들
- 단편 ‘욕봤다’ 제작에 참여 눈길
- 낯선 문화와 설움 따뜻하게 풀어

부산의 한 아파트 앞 계단. 짐을 들어준 여성에게 어르신이 “욕봤다”라고 인사한다. 미얀마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여성은 그 말을 듣고 고민에 빠진다. ‘짐을 들어줬는데 왜 나한테 욕을 할까?’ 경상도 사투리가 익숙한 사람이라면 이 질문에 웃음을 터트릴 수 있다. ‘욕봤다’는 ‘수고했다’ ‘고생했다’ 뜻을 가진 경상도 사투리다.
BIFF 마을 영화 만들기 프로젝트의 하나로 단편영화 ‘욕봤다’를 촬영하고 있는 현장.
부산에 정착한 다문화가정 며느리들의 한국 적응기가 따뜻한 단편영화 ‘욕봤다’로 탄생했다. 이 영화는 미얀마·중국 출신의 이민자들이 직접 감독·출연·조감독 등으로 제작 전반에 참여해 더 의미 있다.

‘욕봤다’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동네방네비프(동방비)가 부산여성가족센터, 평생교육진흥원의 부산시민대학 등과 함께 만든 마을영화 3편 중 하나다.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참여하고, 정지혜 감독이 멘토감독으로 촬영과 편집 등을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달 말 센터와 부산시민공원 등에서 진행된 촬영을 완료하고 최근 1차 편집본을 함께 감상했다. 영화는 다음 달 열리는 제29회 BIFF 기간 동방비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만세픽처스 김태균 감독이 제작 과정 전반을 기록한 메이킹 필름도 함께 공개된다.

영화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한국에 살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담았다. 가족이 그리운 사람, 한국말과 문화가 낯선 사람 등 이민자뿐만 아니라 타향살이 중인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주제다. 낯선 땅에서 가족 외엔 아는 사람이 없는 외국인 며느리들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 인연을 맺은 점도 정감 있다.

‘욕봤다’ 제작진이자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회원들인 외국인 며느리 대부분은 한국살이 10년 차를 넘겼다. 이번 영화에서 감독이자 주인공으로 출연한 미소(미얀마 이름 찌위마) 씨는 “한국에 온 외국인에게 ‘넌 혼자가 아니야’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센터를 구심점 삼아 서로 의지한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제작진이 모두) 돕고 의논하며 함께 만든 영화다. 손발이 잘 맞아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미소 씨가 카메라 앵글 안에서 연기할 땐, 잉샤오홍 조감독이 카메라 앞을 지켰다. 그는 “결혼 이민자라면 한국에 와서 겪은 일을 영화를 보고 공감할 것이다. (회원들이) 다들 더운 날씨에도 열심히 참여해 감동 받았다”고 말했다.

센터 회원들은 이번 제작 과정에서 추억과 즐거움을 쌓았다. 위메이상, 허춘옌, 후수찌 씨 등 다른 회원들도 제작 과정에서 동시녹음·촬영감독·출연진 등으로 활약했다. 이들은 모두 “긴장됐지만 너무 재밌었다”며 색다른 경험을 즐거워했다. 멘토 정지혜 감독은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리움이나 서러움 등 결혼 이주민의 공통된 정서를 느꼈지만, 그런 이야기들이 어둡거나 슬프게 담기지 않길 원했다”고 설명했다.

2년 전에도 동방비 마을영화 만들기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 있는 정 감독은 “영화는 공동 작업이어서 혼자 만들 수 없다. 힘들지만 흥미롭게 작업할 수 있고, 참여자들의 ‘즐거움’이 동력이 되니 만족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문화 콘텐츠는 외국인이 한국을 더 친숙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효과적인 분야다. 특히 영화 제작 같은 창작 활동으로 이민자들은 한국의 문화를 더 깊이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다. 영화가 풀뿌리 문화예술로 기능하는 좋은 예가 된다.

한윤정 부산진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처음 다문화여성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떤 이야기가 나올까 궁금했는데, 언어를 소재로 재밌게 풀어내 줘서 고마운 마음이다”며 “다문화가정이 한국에 잘 적응하도록 돕는 분야 중 하나가 문화예술인데,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활동이 꾸준히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4. 4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5. 5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6. 6“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7. 7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8. 8“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9. 9부산 1000억 문화펀드 조성…퐁피두·라스칼라는 이달 결론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6. 6北지뢰 1발 추가 발견…대북 방송 재개 등 상응조치 촉각(종합)
  7. 7“통합 논의 항만公 정부 지분, 지자체로 넘겨야”
  8. 8새 광역단체장 재산 1위 김상욱 50억…전재수 6억(종합)
  9. 9[속보] 김여정, ‘DMZ 북한 지뢰’ 발표 전면부인…“서울의 자작광대극”
  10. 10예상보다 무뎠던 검증 칼날…TP원장 후보 기술고도화 초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0. 10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4. 4[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5. 5“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7. 7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8. 8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9. 9“비영리법인 설립, 법 기준 세워야”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3. 3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4. 4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5. 5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6. 6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7. 7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8. 8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日 70년史부터 ‘올나잇’ 상영회까지…애니 세계로 초대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