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선’을 넘지 않는 어른의 자세

베테랑2

  • 조재휘 영화평론가
  •  |   입력 : 2024-09-19 19:10:17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베테랑 2’(2024)에 대한 비판의 요지는 공통된다.

서도철(황정민) 형사의 아들이 겪는 학교폭력의 문제가 끼어들면서 플롯의 중심을 흔들어 극의 시선이 분산되고 어수선해졌으며, 강력수사대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의 개성과 팀워크의 잔재미를 살려낸 전작 ‘베테랑’(2015)에 비하면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조연들의 존재감이 옅어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영화 ‘베테랑2’ 한 장면.
이러한 지적은 다소 당혹스럽다. 단점이라기보다는 작품의 지향점이 달라진 걸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창조적인 걸 바란다지만 실상은 익숙한 틀에 머물고자 하는 대중문화의 모순과 관성. 극장에서까지 사유하고 싶지 않은 오늘날의 대중지성은 표준화된 서사 모델을 준거로 삼고는, 그로부터 벗어나있는 영화에는 거부감을 드러내며 평점의 칼날을 휘두르곤 한다.

가장 손쉽고 안전한 길은 ‘베테랑’의 공식을 답습하고 소재와 악역만 바꿔가면서 변주한 속편을 내놓는 방향이었을 것이다. 창작자로서 류승완의 결기는 그러한 기대를 거스르면서 일그러져가는 시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공유하고자 한 데에 있다.

조금 다른 관점에서 풀어보고 싶다.

‘베테랑 2’는 합법과 불법의 영역에 놓인 두 명의 집행자(영문 제문이 ‘I, THE EXECUTIONER’이다)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서도철로 대표되는 아버지 세대의 관점에서 바라본, 각각 학교폭력의 피해자인 아들과 사적 응징의 가해자 박선우(정해인)로 분열되어 버린 자식 세대의 양상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아들은 해치의 활약에 대한 유튜브 영상에 조용히 ‘좋아요’를 누르고, 사이버 레커와 자경단은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는 법질서의 무능, 복수를 원하는 피해자의 정념에 영합해 번성하면서 악순환의 구조를 이룬다.

그러나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가학마저 대중의 호응을 등에 업고 정의의 이름으로 집행하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사태는 ‘선’을 넘게 된다.

법은 믿고 의지하기엔 미덥지 않지만, 그것을 무시하는 순간 우리는 괴물이 된다. 정의에 대한 광기 어린 요청이 도리어 정의의 실종을 불러오는 역설, ‘선’의 딜레마야말로 이 영화의 진정한 주제이다. 여기에는 갈수록 정의를 빌미삼은 폭력의 정당화, 파시즘화에 무감각해져가는 한국영화와 사회의 윤리적 무감각에 대한 근심, 그리고 파국의 현실을 자식 세대에게 떠넘기면 안 된다는 어른의 고민이 있다.

쓰러진 박선우를 서도철이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는 장면은 ‘선’을 지킴과 동시에 다음 세상의 사람들을 걱정하는, 성숙한 기성세대가 된 류승완의 자세를 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 이래 액션활극을 다루는 류승완의 태도는 언제나 양가적이었다.

반응 숏을 길게 잡고 때리는 동작 못지않게 맞는 반응에 중점을 두면서, 폭력은 엄연히 고통스럽고 나쁜 것임을 전달하는 걸 그는 잊지 않았다. 활동사진적 쾌감에 대한 흥분과 매혹은 있지만, 그 이면에는 폭력을 혐오하며 결단코 미화하고 정당화하진 않겠다는, ‘선’은 넘지 않겠다는 한 줌의 윤리, 결연한 소신이 깔려 있었다.

‘츠바키 산주로’(1962)를 통해 구로사와 아키라가 말했듯 ‘진정 좋은 칼은 칼집에 들어있는 것’이다. 대중영화로서 성실한 만듦새를 추구하면서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아닌 것은 아닌 것이라고 분명히 ‘선’을 긋는 ‘베테랑 2’의 결기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3. 3[시민기자] ‘핑크 가을’ 내려앉은 대저생태공원
  4. 4[도청도설] 발가벗겨진 사우디
  5. 5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6. 6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7. 7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8. 8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9. 9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10. 10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1. 1또 도마 오른 항만공사 통합…“소신없는 사장 책임” 질타
  2. 2與, 추미애 ‘재정 빨대’ 진화 안간힘인데 기름 부은 부승찬(종합)
  3. 3언론노조·국제 비대위 “대주주 엄벌” 청와대 간다
  4. 4여도 야도 시중은행 연쇄 해킹 사태 집중 질타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박철우 서울공소청장 “李 대통령 사건 공소취소 검토한 적 없다”
  7. 7“‘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8. 8[속보] 강화도 해안서 '北 유실 추정' 대인지뢰 또 발견…이달에만 4번째
  9. 9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10. 10이 대통령 지지율 3주만에 반등한 37.3%…민주 36.2%·국힘 40.9%
  1. 1금양 부활할까…AI 데이터센터 진출 임시주총서 가결
  2. 2데이터센터로 돌파구…이차전지 공장 유치권 등은 과제
  3. 3부산 몸집 키우는 해양금융 생태계
  4. 4부산 명물 삼진어묵, 상하이 입맛 잡는다
  5. 5선원노련 김두영 위원장, ITF(국제운수노련) 집행위 선출
  6. 6이번엔 할리스…고객 개인정보 276만 건 유출(종합)
  7. 7기술유출 엄단…산업부 ‘특사경’ 도입 추진
  8. 8양현재단 20년, 해운·항만 새 항로 모색
  9. 9해양진흥공사, 상임이사 공개 모집
  10. 10노르웨이 북극권 누빈 부산 청소년, 극지경험 공유의 場
  1. 1연 300만 찾는 청사포, 대중교통 하루 8회 마을버스뿐
  2. 215년 발암 석면지붕 슬레이트 치웠는데 증가? 실태조사부터 부실
  3. 3공항공사, 김해서 5년간 2575억 벌고도 투자 451억뿐
  4. 4양산 사송신도시 거점 준공…수영장·도서관·건강센터 한곳에
  5. 5어린이집 앞 석면지붕 빼곡…소유주들 빈집 등 이유로 방치
  6. 6태종대 집와이어 안전 괜찮나…시험탑승 정상도착 40% 그쳐
  7. 7상습 음주운전 꼼짝마…후 불어야 시동 걸린다
  8. 8“경남 강점 활용한 SMR 특구 만들자”
  9. 9재개발 조합장 수사 정보 채팅방 올린 공무원 벌금
  10. 10주 15시간 넘기면 인건비 30%↑…생존 위해 쪼개기 고용
  1. 1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2. 2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3. 3KIA 내리 3승이냐, LG 반격 첫 승이냐
  4. 4국대 에이스 곽빈, 최동원상 받는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7. 7‘통산 최다안타 3위’ 손아섭, 두산에서 방출…선수 생명 이어갈까
  8. 8배드민턴 '세계 최강' 안세영, 여자 단식 최다우승 기록세워
  9. 9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10. 10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0일 (음 9월 1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