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개막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특별하다. 지난해 몰아친 ‘BIFF사태’ 이후 첫 영화제이자 내년 30주년 청사진을 준비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어서다. 올해 BIFF는 박광수 이사장 체제로 재편된 뒤 혼란을 넘어 더 나은 영화제로 가는 탄탄한 길을 닦는 데 집중해왔다. 하지만 여전히 온전한 새 시스템 구축과 ‘정상화’까지 길이 멀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번 제29회 BIFF를 이끈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 내년 20주년을 앞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김영덕 위원장을 최근 만났다. 올해 BIFF의 특징과 준비 과정, 강조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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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도신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 대행이 3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올해 BIFF 방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김정록 기자 |
- 개막작 OTT 상업영화 선정으로
- 정체성 어긋난다는 지적 있지만
- 亞 독립예술영화 개척 역할 여전
- 영화제 30주년 향하는 길목서
- 고유기능과 흥행성 다 잡을 것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올초 두 차례 집행위원장을 공모했지만, 적임자를 못 찾았다. 그에 따라 박도신 프로그래머를 부집행위원장으로 위촉해 집행위원장 대행 체제로 올해 제29회 축제를 꾸렸다. 집행위원장이 여전히 공석이다 보니 ‘BIFF 정상화’에 반신반의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박도신 대행은 이를 의식한 듯 “새 집행위원장이 위촉될 때까지 정상 운영에 힘쓴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30주년으로 향하는 길목을 이번 영화제에서 닦으려 했다. 내년 30주년 청사진도 함께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2001년 BIFF 스태프를 시작으로 프로그램실, 홍보실, 지석연구소(소장) 등 주요 부서를 두루 체험한 박 대행은 올해 집행위원장 대행직을 수행하며 미국 영화 일부 프로그래밍도 맡았다. 그는 “영역이 확장되니 적응 기간이 필요했고 신경 쓸 곳이 좀 늘었지만, BIFF에서 오래 일해 큰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올해 BIFF 초청작 라인업이 공개됐을 때, 대중성·흥행성을 고려한 작품이 유독 눈에 많이 띈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일본 스타 사카구치 켄타로 주연 일본 넷플릭스 영화 ‘이별, 그 뒤에도’ 등이 BIFF에서 최초 공개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BTS 리더 RM의 앨범 제작기를 다룬 ‘알엠: 라이트 피플, 롱 플레이스’도 초청작에 올랐다. ‘알엠’은 팬들의 예매가 몰릴 것에 대비해 예매 오픈 시간을 일반 상영작과 달리 지정하기도 했다.
특히 개막작 ‘전,란’을 두고는 영화제 시작 전부터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넷플릭스 영화가 BIFF 개막작으로 적합한지’ 의견이 엇갈렸기 때문이다. ‘전,란’은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에 참여하고,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등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역사극 대작이다. ‘개막작은 재미없다’는 인식을 깰 기회이며 영화산업 흐름이 OTT로 가고 있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긍정 평가가 나오는 반면 아시아 독립·예술영화의 장을 개척하는 BIFF의 정체성과 어긋난다는 지적과 부정 평가도 만만찮게 나왔다.
이에 대해 박 대행은 “개막작으로 무조건 대중성 있는 영화를 선정하겠다는 것도 아니고, 동시에 대중성을 고려한 영화를 배제하지도 않겠다는 의미”라며 “‘공동경비구역 JSA’로 인연을 맺은 박찬욱 감독과 당시 미술감독 김상만 감독이 프로젝트 단계부터 함께 작업한 영화다. 두 감독의 호흡으로 구조가 굉장히 잘 짜인 영화”라고 재차 설명했다. 대중성 쏠림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상업·장르영화 상영작 목록을 보고 영화제 문턱이 너무 낮아진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상영 작품 수와 비율을 놓고 보면 예년보다 조금 늘어난 것일 뿐”며 “기존에 초청했던 완성도 높은 독립예술영화 신진 작품도 유지됐고,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한 화제작도 고루 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를 이렇게 마무리했다. “OTT와 일반 영화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그 흐름에 대한 내부 고민도 크지만, OTT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을 영화제에서도 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좋은 영화라면 플랫폼 상관없이 소개하는 것도 영화제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극장 산업이 위축된 만큼, BIFF에서 많은 관객과 영화관에서 즐기는 분위기를 만끽하고, 그런 열기가 일반 극장 관람으로도 이어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