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구닥다리 골동품? MZ수집가에겐 힙한 신세계

골동 골동한 나날- 박영빈 지음/문학수첩/1만7000원

  •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  |   입력 : 2024-10-10 19:17:5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골동품 매력에 빠진 90년대생
- 수집에 얽힌 사연과 삶 들려줘
- 잊혀져가는 우리 전통 지키기
- SNS로 선한 영향력도 퍼트려

박영빈의 ‘골동 골동한 나날’은, 골동품이 연세 지긋한 분들의 관심 분야일 거라는 편견을 깨버리는 책이다. 책에 조선시대에서 온 꽃선비(?) 같은 저자 사진이 있다. 한복 차림이다. 머리에 무엇을 쓰고 있는지 출판사에 물었더니, 저자의 답이 왔다. “머리에 쓰고 있는 관은 ‘방건’이라고 하는 관입니다. 말총으로 만들었고 조선말~일제강점기 쯤의 유물입니다. 방건만 말총으로 된 유물이고, 탕건과 망건은 현대에 천으로 만든 것입니다.” 총 3개를 쓰고 있는데 가장 겉에 쓰고 있는 것이 방건이다. 저자가 골동에 얼마나 진심인지 느껴진다.
말총으로 만든 전통 유물 ‘방건’을 쓴 박영빈(왼쪽) 저자와 부산에 있는 저자의 단골 골동집 일품당. 옛날에 다방이었던 곳을 비워 가게로 쓰는 듯한데, 레트로한 공간에서 내 안목으로 하나둘 물건을 찾는 재미가 있는 곳이다. 문학수첩 제공
박영빈 씨는 1990년대생 골동품 수집가이다. 이 책은 그가 골동의 매력에 빠져 골동품을 수집하게 된 이야기, 수집 과정에서 맺은 인연과 느꼈던 감정들을 풀어놓는다. 골동품 자체의 아름다움에 관한 이야기, 취미를 넘어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된 골동과 함께하는 삶이다.

여러 이야기 중 하나. 저자는 서울 인사동, 부산의 망미동 등 골동품 가게도 찾아가지만, 인터넷 중고 사이트나 앱을 훑어 보는 게 일상이다. 어느 날 중고 사이트에서 대나무 발을 발견했다. 대나무 마디나 문양을 하나하나 맞추어 만든 물건인데다 그동안의 골동생활에서 저렇게 멀쩡한, 한국에서 만든 대나무 발이 나온 건 처음이라 생각해 구입했다. 구입 후 이 골동이 어디서 왔는지 추적하다가 대나무 발 상자에서 ‘김두옥’이라는 이름을 발견했다. 김두옥을 검색했더니 1982년에 작고한, 이승만 대통령의 생일선물로 들어간 발을 짠 장인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더 자세한 것이 알고 싶어 담양에 계신 박성춘 죽렴장을 찾아갔다. 박성춘 선생은 김두옥이 한 동네 사람이었다고 확인해 주고, 발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이거 진품이네. 김두옥 씨 짜던 발 맞어잉. 가(테두리)도 그때 공단이고, 실도 옛날 명주실이구먼. 인자는 이리 짜라 해도 짤 수도 없고, 짜는 사람도 없어야.” 중고 사이트에 올라온 대나무 발은 김두옥 장인이 만든 ‘담양죽렴’ 진품이었다.

뒷이야기도 감동적이다. 박성춘 죽렴장은 연세가 들어서 이제는 눈도 어둡고, 손이 둔해지고, 죽렴을 배우겠다는 사람도 없고, 죽렴을 찾는 사람도 없어서 더 이상 발을 짜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소소한 수입 거리로 김밥발을 짜고 있었다. 저자가 보기에 박춘성 죽렴장이 굵은 무명실로 귀갑문을 넣어 짠 김밥발은 영락없는 담양죽렴이었다. 우리 무형문화재가 스러져 가는 슬픈 현실을 알리기 위해 김밥발을 인터넷으로 구매하는 링크를 SNS에 올렸다. 그랬더니 하룻밤 새에 김밥발이 전량 품절됐고, 구매를 위해 사람들이 기다리는 일이 생겼다. 담양의 죽공예가 한 분은 죽렴을 배우겠다며 박춘성 선생을 찾아갔다. 중고 사이트에서 대나무 발을 발견한 것이 시작이지만, ‘죽렴’이라는 우리의 전통공예 이야기까지 이어진다. 저자의 골동은 이렇게 현재의 우리와 연결된다.

‘실생활에 사용할 수 없는 물건은 들이지 않는다’는 철칙 아래 저자는 고려청자 다완에 담아 차를 마시고, 원나라 때 만든 백자 향로에 향을 피우고, 일제강점기 때 제작한 촛대에 초를 꽂아 불을 밝힌다. 1990년대생 수집가가 풀어놓는, 골동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가득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6일 부산국제영화제 팡파르…사상 첫 화요일 개막
  5. 5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6. 6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7. 7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8. 8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9. 9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10. 10“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1. 1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2. 2‘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3. 3부울경 펀드인데 절반가량은 수도권 투자…제도취지 무색
  4. 4장동혁, 육영수 생가 방문…‘암살자(들)’로 진보 맹공
  5. 5軍 “北 지뢰 터져 장병 부상” 결론…군사분계선 이남 제거작전 돌입(종합)
  6. 6부산·울산 국감 쟁점 된 전재수·김상욱…野 파상공세 태세
  7. 7부산시의회 찾은 4선 김도읍, 생곡 소각장 반대 논리 읍소
  8. 8[속보] 李 대통령 지지율 37.4%.. 민주 42.5%, 국힘 38.4%
  9. 9[속보] ‘실탄 없이 경계 근무’ 사례 추가 확인, 국방부 기관 경고 방침
  10. 10‘盧 수사’ 與-한동훈 논쟁 확전…“석고대죄하라”-“성역화 말라”
  1. 1부산 아파트 매매 침체일로…해운대·수영·동래만 웃었다
  2. 2해킹 피해 신한은행 2만5727건 vs 우리·농협 0건…금융기관 ‘보안 체력’이 갈랐다
  3. 3지역상품 우선구매 ‘부산이 삽니다’ 민간 확산 드라이브
  4. 4증권·산업계도 AI 해킹 포비아…휴일 반납 하고 긴급 점검
  5. 5누리호 7일 발사 앞두고 6일 기립(종합)
  6. 6SNS레시피가 제품으로…농심 스낵 ‘너구링’ 선봬
  7. 7“북항 더 핫하게” 시민과 명소화 모색
  8. 8[한 손 뉴스] 양양 송이 ㎏당 171만 원…생산량 줄어 역대 최고가
  9. 9어선원 직불금, 60일 승선하면 받는다
  10. 10주민번호 대량 유출 빈번, 최근 6년 505만 건 털려…‘온라인 번호’는 278만 건
  1. 1기장군수실 1층 이전 놓고 직원 반대 우세
  2. 2“정체성 부재” 비판 많은 ‘부산이즈굿(Busan is Good)’ 손본다
  3. 3다 쓰지도 못하는데…어르신 품위유지비 늘린 중구
  4. 4양산 구불구불 새미기고개 대체길 뚫리나
  5. 5“내가 국회의원 당선시켜” 사하구체육회장 정치개입 정조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6일
  7. 7김해시의원 활동비는 1만 원 깎였다
  8. 83년 표류 창원 제2국가산단…LH 사업비 낮추나
  9. 9출소 한 달 만에 또…유치장 난동 40대 징역형
  10. 10“디지털농업·특화브랜드로 청년농부 유입 이끌 것”
  1. 1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2. 2“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3. 3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4. 4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5. 5공은 웃었고 활은 울었다…경기운영·숙소는 빵점 대회
  6. 6작은 체격·부상 딛고 金 “LA올림픽서 그랜드슬램 이룰 것”
  7. 7“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8. 8AG 4연패 위업 축구 대표팀, 병역 관련 언행 논란
  9. 9스포츠클라이밍 서채현, 한국 선수단 폐회식 기수
  10. 10‘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세연-Find Your Brave
박자현-꾸지 않는 꿈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6일 (음 8월 2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5일 (음 8월 25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