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1> ‘동래진상’명 투구

‘동래진에 바친다’ 글귀 새긴 투구… 동래읍성의 군사적 중요성 방증

  • 박정욱 부산박물관 조사연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10-21 19:15:09
  •  |   본지 1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지난 11~13일 부산 동래읍성 일대에서는 동래읍성 역사축제가 펼쳐졌다.
동래읍성 해자에서 출토된 투구(왼쪽)와 이 투구에 새겨진 글씨 東萊鎭(동래진). 부산박물관 제공
올해 30회를 맞은 동래읍성 역사축제는 동래구의 문화유산인 동래읍성을 중심으로 많은 시민이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는 행사다. 축제를 잘 즐기셨다면 동래읍성에 잠든 우리 선조의 역사를 좀 더 되새겨보면 어떨까. 바로 430년 전 벌어진 동래성전투 이야기 말이다.

기록에 따르면 동래읍성은 고려 말부터 조선 전기에 걸쳐 축조되었으며, 임진왜란 뒤로 폐허가 되었다가 18세기에 동래부사 정언섭에 의해 재건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는 복천박물관 주변과 뒷산인 마안산을 따라 조선 후기에 축성된 성벽과 문루 등이 복원되어 있다.

후대의 그림이나 역사책에서 간접적으로 알려졌던 임진왜란 동래성전투는 2005년 동래읍성 해자(垓字) 발굴 조사를 통해 그 실체가 밝혀졌다. 해자는 성곽 주변에 땅을 파서 인공 하천을 만들거나 자연 하천을 이용하여 적의 접근을 막는 방어시설을 말한다. 동래읍성 해자에서는 읍성 바깥으로 땅을 파서 고랑을 내어 언제나 물이 흐르게 하고, 바닥에는 뾰족한 나무를 박아 넣었던 흔적이 확인되었다. 또한 해자 내부에서는 동래성전투에 참전한 조선군이 썼던 무기와 방어구가 다량 출토되었다. 주로 활과 화살, 둥근 칼, 창, 갑옷 등으로 당시 조선군의 주된 무기와 방어전략을 잘 보여준다. 이렇듯 동래읍성 해자 발굴조사 내용과 결과는 임진왜란 당시 동래읍성이 치열한 격전지였음을 확인시켜준 놀라운 고고학적 성과였다.

이 유물 가운데 조선군이 착용했던 투구가 있는데 당시 발굴 유물로는 국내 첫 사례였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햇빛을 가리는 챙이 달린 투구를 첨주라고 불렀는데, 동래읍성 해자에서는 같은 형태로 만든 첨주가 2점 출토됐다. 투구 높이는 20㎝ 정도이며, 넓은 철판 4매를 사용하여 마치 절구통을 뒤집어놓은 듯한 형태로 제작했다.

철판 사이는 사다리꼴의 좁은 철판 4매를 십자로 덧대었으며 여러 개 못으로 고정하였다. 윗부분 중앙에는 원형 철판을 둥글게 돌출시켜 볼록한 모양의 꼭지를 만들었다. 햇빛가리개인 챙 부분은 투구 안쪽에서 직각에 가깝게 꺾어 못으로 고정했다. 특히 2점 중 하나의 투구에서 글자가 발견되었다. 챙 바깥면에 ‘東萊鎭上(동래진상)’, 안쪽면에 ‘東萊鎭(동래진)’이라는 한자를 못으로 찍어 누르며 새겼다. 이에 대해 한 연구자는 ‘上(상)’이라는 글자에 주목해 다른 지역에서 투구가 제작되어 동래진에 바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 초기 동래 주변으로 왜구 침입이 빈번해지자 태조대에 동래를 중심으로 군사력을 응집할 군사체제인 ‘鎭(진)’을 설치했다고 전해진다. 따라서 ‘동래진상’이 새겨진 투구는 동래읍성이 백성을 지키는 보루로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부산박물관 부산관에는 복원된 동래읍성 해자와 더불어 ‘동래진상’명 투구를 비롯한 출토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우리 선조들이 외적의 침입에 치열하게 저항하여 나라를 지키고자 한 동래성 전투의 의미를 되새기길 바란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7. 7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8. 8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9. 9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0. 10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0. 10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3. 3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4. 4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5. 5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6. 6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7. 7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8. 8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