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궁리와 시도]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주목받는 한국영화 기대주 ④ ‘뭐 그런 거지’ 이하람 감독

  • 김미주 기자 mjkim@kookje.co.kr
  •  |   입력 : 2024-11-03 19:28:49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 출신으로 퇴직금 털어 입문
- 세 번째 장편인 ‘뭐 그런 거지’
- 폭력과 부조리한 청춘의 자화상
- BIFF 초청돼 파격적 형식 화제
- “차기작은 판타지 요소로 새 실험”

무라카미 하루키의 초단편 소설 ‘빵가게를 습격하다’에는 단지 배가 고프다고 빵가게를 털고 사람을 죽이려는 청춘이 등장한다. 미국 작가 커트 보니컷의 소설 ‘제5도살장’ 주인공은 거리낌 없이 사람을 죽이며 “뭐 그런 거지”라고 내뱉는다. 이들 작품에선 잔혹한 폭력이 일어나지만 이유도 인과관계도 없다. “왜?”라는 질문조차 통하지 않는 불가사의하고 폭력적인 청춘의 기행(奇行). 이하람 감독은 영화 ‘뭐 그런 거지’를 통해 이러한 기묘한 기행(紀行)을 카메라에 담았다.

세 번째 장편 영화 ‘뭐 그런 거지’로 다시 한번 개성을 선명히 각인한 이하람 감독.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지석’ 부문에 초청된 이하람 감독의 세 번째 장편 ‘뭐 그런 거지’는 차를 타고 다니며 사람을 죽이는 젊은 부부가 주인공이다. 정해진 목적지 없이 무의식대로 움직이고, 이유 없이 살인을 저지른다. 스크린은 멸망을 앞둔 디스토피아 그 자체다.

정지혜 영화평론가는 ‘무엇과 비교되지 않고 어디로도 수렴되지 않는 기이한 혼종 세계에서 서부극 공포 고어 SF 로드무비 로맨스의 흔적마저 감지된다. 기꺼이 헤매고 싶은 도발적인 기행’이라고 표현했다.

부산 출신이며 주로 부산에서 활동하는 이하람 감독은 20여 년간 요리사로 일하다가 영화감독이 됐다. 독특한 이력이다. “영화 보는 걸 좋아했고, 그림도 그려 주변에 선물도 했어요. 음악도 좋아해 작곡한 비트를 래퍼 등에게 보내기도 했는데 계속 내면의 뭔가가 채워지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결국 생각을 시각화하는 영화가 좋다는 걸 깨달았죠.” 퇴직금을 밑천 삼아 영화에 뛰어들었다.

장편 데뷔작 ‘기행’(2022)은 제27회 BIFF 비전 부문에 초청됐고, 부산독립영화제 부산영화평론가상과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특별상 등을 받으며 그는 주목받았다. 두 번째 장편 ‘흙으로 돌아가리라’(2023) 역시 부산독립영화제에 초청됐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한 이 두 작품은 ‘독창성이 빛을 발하는 매력적 난장’이란 평을 받았다.

정형화되지 않은 촬영 기법, 독특한 색감, 기승전결을 파괴한 형식은 이 감독 작품의 독보적인 매력이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이러한 ‘난장’이 거칠게 표현되며 더욱 두드러진다. 감독은 “그런 점 때문에 관객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때로 부정적 평가를 받는다”며 “촬영 전에 배우들에게 항상 이런 점을 강조한다”고 웃으며 전했다.

‘뭐 그런 거지’의 한 장면.
‘뭐 그런 거지’는 폭력적이면서도 불완전한 청춘을 부각한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처럼 인간 본성과 사회 규범 사이 갈등이 제약 없이 표출되며, 사람을 죽이는 데 특별한 이유도 없다. 영화는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려 하지 않는다. 관객은 이유 없는 범법 행위에 부조리와 의문을 느낄 수 있지만, 감독은 바로 그때가 ‘영화가 완성되는 순간’이라고 본다. 그는 “영화는 모두의 것이다. 감독은 질문을 던질 뿐, 정답은 없다. 관객 각자 느낀 감정으로 영화는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는 또한 ‘말이 사람을 병들게 하고 죽인다’는 점도 보여준다.

차기작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 영화가 될 예정이다. 그는 “낭만과 판타지 프로젝트 중 첫 시리즈로 논의 중”이라고 귀띔했다. 한 소녀가 할머니가 남긴 열쇠를 통해 햇빛(낭만)이 사라져가는 어둠 세계에 들어가는 이야기이다. 그는 “영화마다 연출법과 형식을 다르게 시도하려 한다. 구상해 둔 이야기가 서른 개 넘지만, 돈과 시간 문제가 있으니 실현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며 “부산에서 활동하다 보니 캐스팅·배급에 한계는 있다. 궁극적으로는 독립적인 스튜디오를 만들어 배급·제작 시스템을 갖추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고]권영적(향년 90세) 부산시의회 (전)의장 별세
  2. 2[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3. 3[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4. 4[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5. 5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6. 6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7. 7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8. 8제1247회 로또복권 1등 당첨번호 8, 14, 21, 22, 42, 45 … 8명 각 36억3744만 원 받아
  9. 9[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10. 10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1. 1[속보] 김정은, 중대장대회 지도.. "군사 혁명 다그치자는 것"
  2. 2[속보]통일부 “김정은 방중…오늘 신압록대교 통해 단둥 도착” 사망설 일축
  3. 3국힘 "與 신천지 개입설, 그토록 좋아하는 특검으로 밝히자"
  4. 4한동훈, "국제신문 1947년 창간 이래 부울경 민주주의 산 증인이자 발전의 버팀목, 끝까지 함께할 것"
  5. 5與, ‘혁명가 박정희’ 포럼에 “국힘, 역사 왜곡 정당이냐” 비판
  6. 6[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7. 7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8. 8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9. 9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10. 10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1. 1고리 3·4호기 '계속운전 허가' 27일 재심의…승인 여부 촉각
  2. 2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7.8원… 전주보다 0.5원 ↓
  3. 3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4. 4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7. 7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8. 8[뭐라노] 북극항로 개척자들 “사투 끝 새 역사”
  9. 9"해양 위협하는 발전소 온배수, 5년간 바다에 3700억t 배출"
  10. 10[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1. 1[속보] 다시만난 부캉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부근 항만서 유영 확인
  2. 2[속보] 추미애, ‘예산 전액 삭감’ 경기도 순직 소방관 추모행사 참석
  3. 3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모레까지 최대 120㎜ 이상
  4. 4제30호 태풍 '참피' 북상, 24일 오후 6시 기해 부울경, 전남 광주, 제주도 풍수해 재난위기경보 '주의' 격상
  5. 5면세구역서 주운 담배 반출하다 걸린 직원, 징계 피해 퇴사 후 재입사
  6. 6제1247회 로또복권 1등 당첨번호 8, 14, 21, 22, 42, 45 … 8명 각 36억3744만 원 받아
  7. 7한전, 사채 한도 19조 초과 위기에 '전기요금 인상론' 재개
  8. 8인천서 노루 사냥 엽총에 밭일하던 80대 부상... "앉아 있어 못 봤다"
  9. 9전북 전주서 승용차 가로수 들이받고 넘어져, 30대 운전자 사망
  10. 10[속보]서울 강서구 '모친 살해'혐의 40대 딸, 24일 구속심사 받아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