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가을이 되면 책을 읽고 싶고 관공서 등에서는 독서를 권장한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출판업계도 최고의 성수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1년 중 도서 판매량이 가장 줄어드는 시기이며, 오히려 겨울이 최고 성수기이다.
하지만, 올해 가을 시장 상황은 조금 달랐다. 도서 판매량이 폭증하며 출판업계는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지난 10월 10일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덕이다. 한강 작가와 그의 책에 대한 관심이 수직 상승하며 도서판매량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초 ‘텍스트힙’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도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텍스트’와 ‘힙(멋지다는 뜻의 은어)’을 합성한 신조어인 ‘텍스트힙’은 영상이 더 익숙한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며 독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여느 해와 달리 올해는 가을에 시작된 출판업계의 성수기가 겨울에 들어서며 본격적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부산의 출판업 하면 생각나는 보수동 책방골목도 부쩍 발길이 늘었다. 보수동 책방골목에서 서점을 운영하는 한 주인은 “확실히 작년에 비해 사람이 많이 늘긴 했다”며 “특히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의 책을 찾으러 오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여행자들만 알음알음 찾던 곳이 독서에 대한 관심도가 오르며 책을 구매하고자 하는 지역 주민들의 발걸음도 늘어난 것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책 구매 때문만은 아니다. 보물 같은 책을 구할지도 모른다는 설렘과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든 예전의 향수를 경험하기도 한다. 게다가 서점 주인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책 추천까지 해준다. 연제구에서 온 50대 A 씨는 한 서점 주인에게 ‘너무도 쓸쓸한 당신’이라는 책을 추천받았다고 한다. 그는 “독서를 안 한지 오래돼서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엄두가 안 났다. 그런데 이곳에 오면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고 해서 와봤다. 만족스러운 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텍스트힙’과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긴 했지만 이것이 일시적이고 전시적인 것으로 그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는 독서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든 다시 올라왔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영상 콘텐츠의 홍수 속에 ‘직접 책을 펴는’ 능동적인 행위를 할 일이 없었던 사람들에게 계기가 생겼다는 자체가 중요하다는 것. 그러니 독서를 시작하고 싶지만 여전히 책을 펴지 못했다면 보수동 책방골목 방문을 추천한다. 그곳의 특별한 분위기가 ‘직접 책을 펴보는’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