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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소방관’ 곽경택 감독

공포의 화재현장 역대급 재현…“소방관 숭고한 희생에 대한 헌사”

  •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
  •  |   입력 : 2024-12-03 18:02:2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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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연배우 곽도원 음주운전으로
- 개봉 2년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 지금도 발목에 족쇄찬듯 무거워

- 서울 홍제동 화재참사가 모티브
- 극한현장서 목숨 거는 소방관들
- 고통 이기고 치유하는 과정 그려

영화 ‘억수탕’(1997)을 시작으로 ‘친구’(2001) ‘똥개’(2003) ‘극비수사’(2015) 등 사람 냄새 짙게 나는 영화를 연출해 온 곽경택 감독이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이하 ‘장사리’, 2019) 이후 5년 만에 신작 ‘소방관’(개봉 4일)으로 돌아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소방관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소방관’은 영화 내적으로는 소방관에 대한 진정성을 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한 작품이지만, 외적으로 개봉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4일 개봉한 영화 ‘소방관’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 이 영화는 소방관들의 희생과 일상을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 더 큰 여운을 준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배경으로 한 ‘소방관’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이야기를 담았다. 당시 다세대 주택 화재로 서울 서부소방서에 근무 중이던 소방관 6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알려지면서 개선되기 시작했다.

최근 ‘소방관’의 개봉을 앞두고 만난 곽 감독은 “영화를 여러 편 찍고, 홍보 마케팅 활동도 많이 해봤지만 사실 요즘처럼 뭔가 발목에 큰 족쇄가 채워진 느낌으로 조심스럽게 한 적은 없는 것 같다”며 “모든 질문에도 예민하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있다”고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억수탕’을 촬영할 때부터 만나온 곽 감독은 항상 겸손하긴 했지만 자신에 차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한 마디 한 마디를 조심스럽게 말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했다.

그가 이렇게 어렵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바로 ‘소방관’에서 주연을 맡은 곽도원이 2022년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는 사건을 겪었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사건 때문에 2022년 겨울 개봉 계획도 차질을 빚었고, 배급사를 바꿔 2년이나 늦게 지각 개봉하게 됐다. 시간이 흘렀다고는 하지만 자칫 곽도원의 음주 운전 사건 때문에 영화에 담긴 소방관들의 희생과 그들에 대한 경의의 마음이 왜곡되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곽 감독의 마음에 드리워져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음주 운전 사건은 계속 벌어지고, 그때마다 우리 영화가 개봉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개봉할 수 있게 돼서 감사하고, 영화에 담긴 저를 비롯한 배우들, 스태프들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한다”는 곽 감독. 그에게서 ‘소방관’의 제작 과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소방관의 모습을 담다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을 소재로 소방관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 ‘소방관’ 스틸컷. 바이포엠스튜디오 제공
곽 감독이 ‘소방관’의 연출 제의를 받은 것은 ‘장사리’를 마쳤을 무렵이었다. ‘장사리’는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 상륙 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연이어 진지하거나 어두운 작품을 연출한 곽 감독은 다음 작품은 밝은 소재의 영화를 하고 싶어 ‘소방관’의 연출 제의를 거절했었다.

하지만 ‘소방관’ 시나리오는 그의 마음을 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제 안에 소방관분들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었다. 소방관을 보면 뭔가 미안하고 고맙고, 뭔가 덜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마음 한편에 가지고 있을 소방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소방관’을 연출하게 된 계기가 됐다.

‘소방관’의 큰 뼈대는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에서 가져왔지만 그 안의 인물들은 실제가 아닌 창작된 부분이 많다. 곽 감독은 실제 사건에서 살아남은 대원이나 유족들에게 당시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아남은 대원과의 만남에서도 술잔을 기울이며 마음의 대화를 나눴을 뿐이다. 대신 다른 소방관들을 만나 그들의 일상에 대해서 듣고, 영화에 녹여내기로 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 없는 극한 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고, 그러다 때로는 소중한 동료를 잃기도 하는 분들이다. 그들은 어떻게 고통을 이겨내고 치유할지 궁금했다. 그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고, 위안받는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물론 소방관이기에 가지는 그들만의 특성도 살렸다. “제가 만난 소방관들의 공통점은 의외로 단순 명료하다는 것이었다. 굉장히 덤덤하게 ‘불이 나면 들어가야지, 안에 누군가 있다면 구해야지, 어떤 상황이라도 누구라도 그럴 것’이라고 말씀하시더라.” 소방관으로서의 직업의식과 소명 의식이 본능적으로 발휘되는 것을 영화에서도 볼 수 있다.

영화는 신입 구조대원 철웅이 서울 서부소방서로 발령받으면서 시작한다. 그곳에는 5년 동안 구조자 전국 1위에 빛나는 구조반장 진섭을 비롯해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 대원들이 함께하고 있다. 철웅은 이들 속에서 진정한 소방대원으로 성장한다. 이야기는 진섭과 철웅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두 인물을 연기할 배우를 찾는 것이 중요했다. 곽 감독은 조심스럽게 캐스팅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진섭 캐릭터로는 곽도원 씨가 바로 떠올랐다. 진섭은 고집도 강하고, 묵직함도 있어야 했다. 외골수적인 모습이 필요했기 때문에 곽도원 씨와 어울렸다.” 화재 속에서 인명을 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진섭과 갈등을 겪지만 결국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소방관의 의무이자 권리를 마음으로 깨닫게 되는 철웅 역 또한 주원이 떠올랐다. “강단이 있어 보이는 곽도원이라는 배우하고 1 대 1로 붙었을 때 질 것 같지 않은 강력한 눈빛이 있어야 했다. 주원 씨는 그런 눈빛을 가지고 있어서 캐스팅했다.”

곽 감독은 두 배우의 이야기와 함께 아쉬웠던 편집에 대한 이야기를 곁들였다. “영화를 보면 소방관들의 ‘치료제’가 등장한다. 취재하면서 그분들이 ‘술이 치료제여서 그것을 먹고 견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일이 터지고 곽도원 씨가 술 마시는 장면에서 클로즈업은 다 빼버렸다. 연기는 액션, 리액션으로 이뤄지는데 곽도원 씨 분량을 빼면 상대 배우까지 날아가게 된다. 그런 것은 싫었다. 다른 배우들, 스태프, 투자자, 배급사가 모두 함께하는 작품이고 저는 이 작품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형평성을 생각해야 했다.”

■리얼한 화재 현장을 담다

‘소방관’은 우리가 본 어느 화재 영화보다 생생한 화재 현장 속으로 인도한다. 곽 감독은 화재 영화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는 ‘타워링’ ‘분노의 역류’를 비롯해 ‘싸이렌’이나 ‘리메라 메’ 등의 한국 영화도 모두 보면서 연구했다. “영화에 큰 화재 현장이 두 번 등장하는데 한 번은 연기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비주얼적으로 사실감을 살려 보여주려 했고, 마지막 화재 장면은 배우들의 표정이나 눈빛이 중요했기 때문에 연기는 거둬내더라도 화재 중심으로 가려고 했다.”

또 화재가 났을 때 화염보다 그을음이나 연기가 더 무섭다고 하는데 ‘소방관’에는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소방관분들도 불보다 연기를 더 걱정하더라. 연기 때문에 시야가 가리면 앞과 주변 상황을 분간할 수 없기 때문에 더 무서운 것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안전이었다. 실제 화재 속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순간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재 장면 촬영 때는 초긴장 상태였다. 당연히 소방차가 와 있었고, 스태프들이 소화기를 들고 있었다. 그리고 비번인 구조대원분이 항상 모니터 뒤에 계셨다.”

‘소방관’은 실제 연립 주택이 몰려 있는 곳에서 촬영했기 때문에 촬영지를 구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주민이 살고 있는 주거지에서는 절대로 촬영할 수 없을 것 같아 전국에 있는 재개발 지역은 다 뒤진 것 같다. 그런데 재개발 지역이라는 곳이 첨예한 이권이 상충된 곳이 많아 오픈되는 것을 싫어하더라. 한 군데 후보지는 원주민들이 투표했는데 한 표 차이로 지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가 경기도 광명시에 있는 재개발 지역의 사무소에 찾아가서 90도로 인사하고, 진짜 부탁드린다고 사정해 다행히 허락받았다. 그게 제일 큰일이었다.” 그 덕분에 두 번의 화재 장면을 비롯해 골목길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소방차로 밀고 들어가는 장면까지 촬영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곽 감독은 ‘소방관’을 세상에 내놓으면서 전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제가 내는 세금에서 얼마를 더 준다고 해도 안 아까울 것 같은 분들이 소방관분인 것 같다. 누가 순직하시면 소방관분들이 만 원씩 모아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 경우 보상에 대한 것이나 장비 등에 대한 것은 곧 돈하고 연결되는 거니까 나라 살림에서 좀 배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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