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27> 어전준천제명첩 (御前濬川題名帖)

조선판 청계천 프로젝트 자취 담은 28면 화첩

  • 정주희 부산박물관 유물관리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4-12-03 18:50:24
  •  |   본지 14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청계천(淸溪川)은 서울 도심 한복판을 지나는 물길로, 서울의 도시 개발 역사를 상징하는 하천이다. 2003년부터 물길 위를 덮고 지나는 청계고가를 허물고 하천의 정비·복원이 이루어진 청계천 복원 사업에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주목하고 바라보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후 청계천은 세계인이 찾는 대한민국의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아 벌써 내년이면 개장 20주년을 맞는다.
영조 시대 개천의 준천(濬川) 과정을 기록한 화첩 ‘어전준천제명첩’. 부산박물관 제공
지금으로부터 260여 년 전, 조선판 청계천 프로젝트가 있었다. 청계천은 조선시대까지 개천(開川)이라 불렸는데 제대로 된 치수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큰비가 내리면 범람, 인근 행랑과 민가가 피해를 보기 일쑤였다.

부산박물관 소장 어전준천제명첩(御前濬川題名帖)은 영조 재위 36년인 1760년 2월 18일부터 4월 15일까지 57일간에 걸쳐 21만여 명의 인력을 동원하여 실시한 개천의 준천(濬川: 물이 잘 흐르도록 하천을 파서 정비함)이 성공적으로 끝난 것을 기념하여 남긴 기록 화첩이다. 모두 28면으로, 자신의 행적과 공사에 참가한 공로자들의 공을 치하하는 장면을 그린 그림과 영조와 신하들이 지은 시가 함께 들어 있다. 그 안에 있는 ‘수문상친림관역도(水門上親臨觀役圖)’는 조선시대에 왕이 백성들이 일하는 장면을 지켜보는 거의 유일한 그림으로, 준천 공역이 한창이던 3월 10일 개천에 있던 두 개의 수문 중 오간수문(五間水門) 위에 영조가 행차하여 준천의 현장을 살펴본 사실을 묘사했다.

그림의 상단 성벽에 몸소 나온 영조와 관원들을, 그리고 오간수문 아래에는 인물과 수목, 누각들을 배치했다. 굳게 닫힌 다섯 개 칸의 수문 아래에 드러난 개천 바닥에는 일꾼들이 소의 힘을 빌려 흙을 퍼내고 있거나, 세 명이 한 조를 이루어 가래질을 하고 있으며 행사에 참여한 많은 사람이 개천 양안에 서서 구경하는 모습, 음식 소반을 앞에 두고 앉아 있거나 음식을 나르는 모습 등이 묘사되어 있다. 그림에는 어좌(御座:왕이 앉는 자리)만 있고 영조는 그려져 있지 않은데 이는 어진(御眞) 이외에는 그림에 왕을 그리지 않는다는 당시 예법에 따른 것이다.

영조는 80세에 자신의 정치적 업적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고 평가하면서 탕평(蕩平), 균역(均役)에 이어 준천을 세 번째 업적으로 꼽았다. 영조는 1752년부터 백성을 아홉 차례나 직접 만나 준천의 필요성을 알린 후에야 준천 공역에 착수했을 만큼 영조의 청계천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끝까지 백성과 소통하며 백성을 위하는 마음이었다. 영조의 명에 따라 1760년 준천 사업 내용과 그 결과를 기록한 ‘준천사실(濬川事實)’에는 “개천의 준설은 첫째도 백성을 위함이요, 둘째도 백성을 위함이니”라 하여 그 뜻이 잘 드러나 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4. 4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5. 5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6. 6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7. 7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8. 8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9. 9“‘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10. 10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6. 6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7. 7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0. 10“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 1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2. 2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3. 3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4. 4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5. 5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강동윤-Pixelated Oasis
윤상건-Creatur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경비원 /박필상
자화상 /최은지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9일 (음 9월 9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5일 (음 9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신라 말 고운 최치원이 비 오는 가을밤에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