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모로 뽑은 4개 프로젝트 구현
- 국내외 초청 다양한 작품 눈길
어두운 방을 밝히는 수조와 스크린. 자신의 고민을 적은 종이를 수조에 넣자 물속에서 흩어져 사라져 버린다. 마음을 울리는 가야금 연주 소리와 힘 있는 여인의 몸짓 영상은 종이 속 고민, 각자 마음에 지닌 응어리를 풀어주는 듯하다. 시각예술과 현대무용, VR, 인터랙션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가 모인 그룹 서소의 ‘해심서(解心書)-전하지 못했던 말’은 관객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않지만 조용히 위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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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현대미술관의 연례전 ‘부산모카플랫폼-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 전시작품들. 프로젝트 그룹 서소의 ‘해심서(解心書)-전하지 못했던 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또 다른 공간으로 들어서자 책상에 로봇팔과 노트북, 컴퓨터 화면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로봇팔이 열심히 키보드를 치면 입력한 데이터가 컴퓨터 화면에 이미지로 나타난다. 의미 없이 반복되는 작업은 흡사 영혼 없이 일하는 직장인의 모습과 같다. 조영각 작가의 ‘정직원’은 인간의 노동이 기술로 대체되는 현상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변화한 노동 환경에서 인간의 역할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인간과 환경, 기술의 연결과 교감을 주제로 한 전시 ‘부산모카플랫폼-미안해요 데이브 유감이지만 난 그럴 수 없어요’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초대형 프로젝트 ‘백남준, 백남준, 그리고 백남준’전과 함께 시작한 이 전시는 현대미술관의 정체성을 찾으면서 관객에게 공감과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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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각 작가의 ‘정직원’. 부산현대미술관 제공 |
현대미술관은 지난해 개관 5주년을 맞아 연례전 ‘부산모카플랫폼’을 시작했다. 을숙도란 천혜의 환경을 갖춘 미술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돋보이게 하는 의미 있는 전시를 이어가겠다는 것이 취지였다. 이에 대주제 ‘자연과 환경’을 내걸고 공모를 통해 3개 팀을 선정, 인간과 자연의 원초적인 관계성을 사유하는 오픈형 전시를 선보였다.
올해는 전시의 주제와 외연을 확장했다. 대주제는 같지만 디지털 시대에 맞춰 인간과 환경, 기술의 연결과 교감을 드러낼 작품들을 골랐다. 공모로 선정한 4개 팀과 국내외 초청작가 16개 팀의 작품 56점을 전시해 내용과 규모가 훨씬 풍성해졌다. 전시의 제목은 스탠리 큐브릭 감독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1968)’의 주인공인 인공지능 컴퓨터 할과 인간 데이브의 대화에서 가져왔다. 기술과 사람의 연결, 교감에 대한 탐구를 대표하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공모로 뽑힌 4개 팀은 다양한 영역의 예술가와 기술자가 참여해 이색 프로젝트를 구현했다. 서소의 ‘해심서(解心書)-전하지 못했던 말’을 비롯해 ▷예술 감각 혁신 공장 ▷초원지 건축사무소 ▷판테온의 사도들 등은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예술의 순간을 선사하며 동시에 인간과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초청작가로는 미국을 대표하는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를 비롯해 목진요, 유니버셜 에브리띵, 마리오 클링게만, 블라스트 씨어리, 옥승철 등 국내외 작가와 기술자들이 함께한다. 다양한 기술이 동원된 만큼 관객이 흥미롭게 참여하며 감상할 작품도 상당수 포함됐다. 또 NFT 아티스트로 유명한 DK의 작품도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기간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강연과 워크숍, 참여형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특히 관람을 끝내고 전시장을 나오면 로봇이 카메라로 인식한 얼굴을 그려주는 ‘휴먼 스터디#1’과 데이터 수집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얼굴 도둑 시대의 자화상’을 체험할 수 있다. 인간의 모습을 담은 기술의 이면성을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강승완 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예술 창조 의지가 진화하는 디지털 환경과 어떻게 대립 혹은 융합하는가에 대한 흥미로운 탐구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13일까지 무료. (051)220-7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