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은 과도정부 뒤안길을 떠돌았다
껴입은 겉옷 벗고 출렁이던 오월 내내
시린 등 펼 수도 없이 가시길만 디뎠다
무서리 응달에도 한 번은 피워내야
그 오랜 엽서마냥 웅크리고 닫힌 말문
견뎌 낸 붉은 함성이 폭죽으로 터진다
고된 인생은 덜 된 밀반죽처럼 뚝뚝 떨어지고 정의 내릴 게 없었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했다면 열렬히 피워낸 네댓 장 꽃잎만으로도 충분하다. 세 아이를 키워냈고 열심히 일터로 나가 입바른 소리를 하고, 백 년 사랑을 맹세한 내 반쪽은 건재하다. 무서리에 피어오른 겨울 장미처럼 영혼의 근육은 단단하다. 시인이 건져 올린 겨울 장미는 자화상이 되어 내 심장에 다시 피어난다. 천지가 얼어붙은 한겨울, 산사의 담장에 기대어 편안한 웃음 지으며 피어 있던 장미꽃 앞으로 달려간다.
시인의 언어가 내게 따뜻한 말을 건넨다. 괜찮다고 많이 이룬 것보다 내일을 향해 달리는 너의 무모한 발걸음이 고맙다고. 낮은 자장가가 되어 귓전을 울리는 그 말. 잘 살아내어 고맙다고 토닥여 준다. 늦은 꿈을 부끄러워하는 너에게 말해주었다. 이렇게 피어올라 서 있는 것만으로도 대견하다고. 세차게 밀려드는 세월의 파도도 고통의 시간도 견디고 피어올라 고맙다고. 스스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최고로 빛난다고,
추위에 향기는 얼어붙어도 너의 숨결은 잊히지 않았다고.
한겨울에 너는 왜 꽃망울을 터뜨렸는지 물으며 끝내 울고 말았다. 이유 없는 눈물이 흘렀고 왜 우는지도 모른 채 오래오래 연분홍 꽃잎을 바라보았다. 싱그러운 웃음이 다가와 안아주었다. 그래 너도 괜찮아, 나직이 답했다. 고난에 꺾이지 않고 일어서는 네가 최고야. 붉은 함성이 귓전을 스친다. 시인의 마음이 간절한 기도가 되어 내 손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