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오리로 남은 너를 언제까지 두고 볼 거나
추억을 건드리면 부서지고 말 것 같아
쌓이는 먼지 불어내며
차마 너를 두고 보네
못 견디게 그리웁더니 그리워 눈물나더니
살 부비는 우리도 가을에 이르렀다
낙엽이 길들을 지운 뒤
꿈길조차 바람소리
나는 한 마리 작은 새, 끝없는 추락에 울고 있었다. 영원한 것은 없지만 잠깐이라도 푸른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을 열고 싶었다. 두고 온 그리움도 울창한 숲들의 노래도 가슴에 묻어야만 했다. 마른 꽃으로 남아버린 추억이 우리들 가슴에 박제된다.
추억은 쉽게 영원히 죽지 않는 고사리 나무 같은 것이다. 또 다른 가슴에서 피어나 영원히 이어진다. 인생의 가을에 이르러 시인은 말한다. 꿈길조차 바람 소리라고. 말라붙은 꽃잎들도 바람 소리에 답한다. 꿈꾸는 자 홀로 피어난다고.
행복했던 기억이 사라질까 봐 추억으로 말려둔다. 영원한 겨울은 없다. 봄날의 따뜻했던 추억들이 어김없이 겨울을 몰아낸다.
내게도 말려놓은 수국이 한 묶음 있다. 가장 행복했던 웃음이 묻어있는 꽃다발이다. 생사를 오가는 치료를 마치고 역에 도착했을 때 가족이 내게 안겨준 꽃이다. 사랑이 담겨 있었고 위로가 전해졌다. 한마음이 되었고 서로를 그리워한 시간이었다. 이젠 책꽂이 위에 얹혀 마른 꽃이 되었지만, 마주 보고 웃었던 기억은 영원히 살아있는 꽃이다. 모든 어둠은 지나가고 사랑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