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채장수 아저씨 트럭 세워 외치다
파 옆에 시금치, 시금치 옆에 감자, 감자 옆에 배추, 배추
옆에 당근, 당근 옆에 양배추, 양배추 옆에 무시*, 무시 옆에
호박, 호박 옆에 고추, 고추 옆에.…….
풀죽어 돌아오는 길
옆이란 말 신선하다
*무
인생의 모퉁이를 돌아 오늘에 서니, 인생은 굴욕이나 삶은 향기롭다. ‘옆에’라는 말이 주는 힘에 자석처럼 끌려 이 한 편의 시조를 찾아들었다. 이처럼 따뜻한 말이 또 있을까? 넉살 좋은 야채장수 아저씨의 ‘옆에’ 라는 한마디 말에 풀 죽은 마음이 싱싱하게 살아난다. 깨어진 영혼을 아물게 하는 마력을 지닌 이 한마디를 어루만진다. 시인이 던지는 언어의 힘은 무한하다. 서로가 서로에게 눈길을 나누는 행복한 하루가 열린다.
온기를 함께 나누는 시어를 건져 올린 시인의 마음이 담쟁이덩굴처럼 기어오른다. 파 한 단에 가득 실린 희망을 읽게 된다. 윤기 나는 언어, 살아 숨 쉬는 언어이다. 양념 바르지 않아도 시원하게 입맛을 위로하는 겨울 무 같은 상쾌함이 전해진다. 오늘을 견딜 수 있게 해준 영혼은, 옆이라는 말 없는 온기에 위로를 얻는다. 트럭에 실린 무수한 옆의 그들이 있기에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의 온기가 세차게 내리는 눈을 녹이고 몰아치는 비바람을 막아선다.
찰나의 단어에서 마음을 읽어내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길거리 소음에서 행복을 찾아내는 고운 마음을 읽는다. 트럭에 실린 채소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습 같다. 네가 있어서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그대와 나눈 따뜻한 말 한마디가 행복이 된다. 옆의 그대가 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