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웨덴 예테보리 영화제 참가
- BIFF서도 호평, 개봉 준비 중
- 각종 알바로 제작비 버는 감독
- ‘내가 만든 영화를 보고싶다’
- 단 하나 일념으로 현실에 맞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영화를 만드는 것이 영화감독이잖아요. 돈이 없으면 없는 대로, 시간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스크린에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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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편영화 ‘뭐 그런 거지’로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이하람 감독이 지난 8일 해운대해수욕장에서 영화 제작에 관해 말하고 있다. 김태훈 기자 |
‘연출 이하람’ ‘촬영 이하람’ ‘편집 이하람’ ‘미술 이하람’ ‘음악 이하람’…. 부산에서 활동 중인 이하람(43) 감독의 영화 크레딧은 늘 본인의 이름으로 빼곡하다. 각본 연출 촬영 편집은 물론 음악과 미술에 이르기까지 영화가 제작되는 모든 과정을 홀로 해결했다. 진정한 의미의 ‘독립영화’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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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하람 감독의 장편영화 ‘뭐 그런 거지’ |
2022년 첫 작품 ‘기행’을 시작으로 영화계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지금까지 총 3편의 장편영화를 발표했다. 지난해 선보인 영화 ‘뭐 그런 거지’는 오는 24일 개막하는 스웨덴 예테보리 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 성과를 거뒀다. 아름다움과 폭력성을 동시에 지닌 청춘의 부조리한 면모를 그린 영화로, 앞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최근에는 국내 배급사와 계약을 맺고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발표를 앞둔 신작 ‘벌레들’ 역시 일찌감치 전 세계 관객과 만날 준비를 마쳤다. 그의 첫 단편영화인 이 작품은 ‘단편 영화제의 칸’으로 불리는 프랑스 클레르몽페랑 국제단편영화제의 마켓에 초청을 받았다.
그는 본인 작품의 매력으로 ‘비현실성’을 꼽았다. 그는 “저한테 영화란 ‘가짜’다. 가장 영화적인 영화는 비현실적인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애써 현실을 닮으려고 하기보다는 만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이야기를 그려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뿐만 아니라 그 제작 과정도 비현실적이다. 모든 작품은 초저예산으로 제작됐다. 가장 많은 비용이 소요된 ‘뭐 그런 거지’에 들어간 총제작비가 500만 원 수준이다. 외부 투자나 지원을 받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 감독은 “부족한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다 보니 촬영 일수도 일주일을 넘긴 적 없고, 출연 배우들이 각자 알아서 숙식을 해결하는 때도 허다했다”고 설명했다.
얼핏 듣기에도 쉽지 않았을 환경 속에서 그가 영화 제작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는 직접 만든 영화를 보고 싶다는 의지 때문이었다. 이 감독은 “예산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영화 제작을 포기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하지만 저는 무슨 수가 있더라도 직접 만든 영화를 두 눈으로 보고 싶었다. 어떻게든 영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혼자 영화를 만드는 데 이르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작품을 만들기 위한 제작비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아르바이트에 매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이 아닌 아르바이트를 고집하는 것은 일정에 변수가 많은 영화 작업을 병행하기 위해서다. 이 감독은 “당연히 좋은 환경에서 영화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하지만 영화감독이라면 어떤 여건에도 영화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더라도 작품 활동과 멀어지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드라마 등 다양한 영역에 도전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차기작으로 작곡가와 거리 음악가가 우연히 만나 서로를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뮤직 드라마를 생각하고 있고, 각본 중인 작품도 6편 정도”라며 “주어진 상황에 맞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