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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잘 파는 동네서점 입소문…여행객 핫플레이스 됐죠”

비상하는 부산문화 <4> 주책공사 이성갑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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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동 40계단 옆에서 첫 시작
- 유동인구 적고 팬데믹 겪었지만
- 주책영화·주책야독·주책산행 등
- 다양한 독서모임으로 전국 명성

- 광안리 해변 가까운 민락동 이전
- 온라인 확장 등 새로운 영역 개척
- 직원채용 늘려 지역에 기여할 것

“부산 중구 중앙동 40계단 곁에 ‘주책공사’를 처음 연 날이 2020년 2월 2일이었습니다.”

이성갑(43) 대표가 말했다. 부산의 유명한 동네서점 주책공사는 2025년 을사년 2월 2일, 창업 5주년을 맞았다. 원도심 중앙동에서 출발한 주책공사는 2023년 말 주택가와 광안리 해변 사이 수영구 민락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도약을 이어갔다. 주책공사의 ‘철학과 전략이 있는 분투기’에서 배울 게 많아 보였다.
부산 수영구 민락동 동네서점인 주책공사의 이성갑 대표가 심혈을 기울여 가꾸는 그림책 코너를 안내하고 있다. 조봉권 선임기자
1983년생 부산 청년 이성갑이 주책공사 대표로 거듭난 사연부터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목사가 되려고 했죠. 스무 살에 신학교에 들어가 목회도 하며 12년 다녔습니다. 그 뒤 외식업체 피자헛에서 5년 일했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며 동네책방을 열어 사람들과 함께 읽고 나누는 꿈을 품었다. 그는 원래 책 사랑이 남달랐다. “사람은 책을 쓰고, 만들고, 읽고, 팔고, 삽니다. 책은 사람을 잇습니다. 제겐 책 그 자체가 ‘사람’입니다.” 그런 책으로 사람 사이를 잇는 일. 주책공사의 바탕에 깔린 철학이자 믿음이다.

그는 “4, 5년에 걸쳐 준비했다”고 말했다. 전국 동네책방을 찾아다니며 장점을 배우려 했고 경영과 책을 학습했다. 인터뷰 내내 이 대표에게 철학뿐 아니라 전략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꿈꾸되, 무모나 막연은 아니다. 진득한 창업 준비가 그 첫 근거다. 적지 않은 문화 현장 일꾼·활동가가 꿈과 의욕을 갖고 출발하지만, 전략이나 전략형 사고가 모자라 벽에 부딪히는 현실이 언뜻 떠올랐다.

중앙동 40계단 곁에 처음으로 주책공사를 열 때 “여기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면 전국 어디서든 나는 동네책방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작용했다고 한다. 일부러 어려운 곳으로 들어간 셈이다. 중앙동 일대는 건물과 사무실이 밀집했고, 원도심으로서 매력이 있지만 ‘책을 살 만한 유동 인구’는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휴일 저녁이 되면 적막하다. 서점 처지에서 보면, 사람이 모이는 곳이 아니라 흩어지는 공간이다.

■중앙동에서 민락동으로

부산 수영구 민락동 주책공사 입구.
여기서 그는 긴 준비기간에 구상한 프로그램과 독서모임 등을 하나하나 실행하며 주책공사의 역량 확장과 새로운 영역 개척에 나섰다. 창업 날짜를 일찌감치 2020년 2월 2일로 정해둔 이유가 있다. “하나보다는 둘이 좋고, 하나를 둘로 늘려 함께 나누며, 1등보다는 2등을 기꺼이 택하는” 주책공사의 정체성을 상징한다. 문을 열자마자 코로나19가 덮쳤다. 생각지도 못한 어려움이었다. 그는 정체성에 더욱 집중했다.

“내 삶의 책 한 권을 나누는 독서모임 주책꽂이, 영화의 원작이 된 책을 읽는 주책영화, 오후 8시에 함께 책을 읽기 시작해 완독하고 토론한 뒤 다음 날 새벽 5시에 헤어지는 주책야독, 환경 관련 책을 챙겨서 산행하면서 청소도 하며 생태를 생각하는 주책산행 같은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함께 읽고 함께 사유하는 동네책방’이라는 소문이 나면서 독자는 늘고, 부산 동네서점계에서는 ‘주책공사는 책 잘 파는 동네서점’이라는 소문이 번졌다. 동네서점을 창업하려는 이들이 상담하러 왔다.

막상 이 대표는 책 판매나 서점 홍보 자체에 급급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떠올렸다. 함께 책을 나누는 동네책방으로서 정체성을 강조하는 가운데 ‘변화’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왜 2023년 말 중앙동에서 민락동으로 옮겨왔을까? 이 대표가 답했다. “그 또한 오래된 플랜이었어요.”

입지상의 불리함에 코로나19 등 예상치 못한 악재가 겹친 중앙동 시절을 보내며 근력과 맷집을 키운 그는 동서남북으로 주택가가 있고 광안리 해변과도 멀지 않은 민락동에 주목하고 차근차근 준비해 주책공사를 옮겼다. ‘함께 책을 나누고 같이 읽고 더불어 사유한다’는 지향을 간직한 채, 옮겨온 뒤 한동안은 서점 운영 자체에 집중했다. 그러다 새로운 시도를 해나갔다. 서너 달 궁리 끝에 지난해 3월께부터 시작한 ‘생일책’도 그중 하나다.

■인기 높은 ‘생일책’

“모든 책에는 초판 발행 날짜가 찍혀 있습니다. 초판 발행 날짜별로 좋은 산문과 에세이 책을 준비해 둡니다. 생일을 맞은 독자가 왔을 때, 그분 생일과 같은 날짜에 나온 책을 제시하죠. 그 책을 구매한 독자는 참 좋아합니다. 더 특별한 생일책을 원하는 경우에는 미리 주문을 받아 책을 찾아두기도 하죠.” 생일책 서비스는 인기가 높다. 인터넷에서 주책공사를 검색하면, 두 가지가 가장 많다. 주민 또는 전국에서 광안리를 찾은 고객이 생일책 서비스에 만족했다는 내용, 그리고 책방 주인이 친절하고 재미있다는 후기다.

이 대표는 “자립 토대를 단단히 다지면서 지역에도 이바지하고 싶다”고 새해 바람을 밝혔다. 최근 정식 직원을 한 명 고용했다. 동네책방으로서 ‘고용을 창출’했다. 그는 “더 노력해 함께 일하는 직원도 늘리고 싶다”고 했다. 주책공사는 크고 유명한 출판사가 아니라 독립출판을 통해 나온 유명하지 않은 책을 가장 좋은 자리에 ‘눕혀서’ 배치한다. 독립출판 서적에는 저자들이 손 글씨로 쓴 책 소개문이 편지처럼 일일이 붙어 있다. 그리고 그림책과 일반 서적을 함께 판다.

이렇듯 아날로그 감성의 끝판왕 같은 주책공사는 최근 홈페이지(https://lordbook04)를 새로 열어 책 배송을 포함한 온라인 기반을 강화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오랜 준비 끝에 시작한 동네책방이 독자를 늘리고 여행객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문화 영역 고용 창출에 온라인 확장까지. 이 정도면 주책공사를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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