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망초 흐드려져 둔덕에 피고 피고
베이고 베인 몸 미나리도 꽃이 피네
흰 물결 출렁이는 팔월 뭇별들이 내렸나
발목을 물에 담근 베인 자리 싹이 올라
속 비운 투명의 피 초록의 저 몸부림
기다림 흰 꽃으로 피네 미나리도 꽃 피네
미나리가 푸르게 자라는 2월이다. 추위에 더 강해지는 생명력이 놀랍다. 모두가 어깨를 움츠리며 몸 낮추는 이 계절에 홀로 도도하게 짙푸르게 자라는 저 용기가 눈부시다. 색과 향기로 눈을 즐겁게 하는 수많은 꽃을 제치고, 하얀 별빛 닮은 미나리꽃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소박한 마음을 읽는다. 당차고 야무진 시인의 눈매와 꼿꼿한 입매마저 미나리를 닮았다. 베이고도 더 힘차게 자라나는 생명력은 자신만만하게 뿌리내리는 시인의 꿋꿋한 용기다. 추위에 굴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은 언 땅을 온몸으로 녹이고 찬바람을 성장의 온기로 만든다.
은둔의 무논에 발 담근 미나리 숨소리가 할딱인다. 팔월이 되면 생명의 값진 응원으로 피어올라 하얀 우산꽃을 활짝 펼쳐 보인다. 베이고 또 베이는 숙명을 이기고 열매 맺는 꿈을 이룬다. 시인이 지나온 인고의 시간은 미나리꽃으로 핀다. 상처 없는 꽃이 어디 있을까? 얼어붙은 물속에서도 기지개 켜며 쑥쑥 커가고, 달라붙는 진딧물에게도 자존심 꺾이지 않았다. 물웅덩이 역경의 삶 속에서도 질식하지 않고 푸르게 피어올라 꿈을 향해 직진한다. 겨울 한가운데를 걸어가는 뚝심으로 희망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푸른 함성을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