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135> 남가몽도(南柯夢圖)

조선통신사 동경한 에도시대 화가, 꿈에서 만난 화려한 사신행렬 묘사

  • 이근영 전시운영팀 학예연구사
  •  |   입력 : 2025-02-19 18:27:41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박물관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통로다. 찬찬히 유물을 감상하며 시간을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고, 여러 유물을 비교하며 숨겨진 이야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 부산박물관 조선실, 그중에서도 조선통신사 관련 유물 전시 공간은 이러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통신사 행렬을 담은 그림과 정교하게 제작된 판화, 화려한 채색의 도자기 등 다양한 유물들 그림은 당시 일본인들이 조선통신사를 어떻게 바라봤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하나부사 잇포가 그린 ‘남가몽도’. 부산박물관 제공
그런데 이 공간에서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작품이 있다. 에도시대 일본 화가 하나부사 잇포(英一峰)가 그린 ‘남가몽도(南柯夢圖)’다. 언뜻 보면 한 인물의 평화로운 모습을 표현한 그림처럼 보이지만, 이 그림은 엉뚱하게도 조선통신사 유물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어찌 된 영문일까?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림 속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남가몽도’는 중국 당나라 시기 인물인 이공좌(李公佐)가 쓴 소설 ‘남가태수전(南柯太守傳)’의 한 장면을 묘사한 그림이다. 주인공은 순우분(淳于棼)이라는 인물. 술에 취해 잠든 그는 꿈속에서 괴안국(槐安國)이라는 나라의 사신을 만나 홀린 듯 낯선 세계로 향한다. 그곳에서 공주와 결혼해 남가군(南柯郡)의 태수가 되어 남가군 백성들의 존경을 받으며 30년 동안 행복하게 지냈다. 하지만 전쟁과 슬픔을 겪은 뒤 꿈에서 깨어나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는다는 이야기다. 이 그림은 바로 순우분을 맞이하러 온 괴안국 사신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기서 괴안국 사신들의 모습을 조금 더 찬찬히 살펴보자. 사신들의 모습이 마치 조선통신사의 행렬처럼 보이지 않은가. 특히 가마를 멘 관원들의 복식이나 깃발을 든 사람들의 모습은 조선통신사 행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과 겹친다.

이는 당시 일본인들이 ‘남가몽도’ 속 미지의 나라 사신들에게 조선통신사의 이미지를 투영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에도시대, 조선통신사는 단순한 외교 사절단을 넘어 일본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존재였다. 그들의 화려한 행렬은 그림으로, 판화로, 이야기로 끊임없이 재생산되며 일본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남가몽도’는 조선통신사가 일본 문화에 깊숙이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림 속 이미지처럼, 조선통신사는 일본인들에게 현실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존재였을 것이다. 박물관에서 우연히 만난 이 그림은 역사의 한 장면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매개체가 된다. 박물관을 방문하게 된다면, 유물 하나하나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하며 자신만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보자. 역사는 책 속의 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안의 상상력과 만나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낼 때 더욱 빛을 발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3. 3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4. 4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5. 5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6. 6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7. 7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8. 8성장이냐 쇠퇴냐…부산이란 도시 운명은 이것에 달렸다
  9. 9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10. 10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1. 1조경태, 9일 봉하마을서 盧 참배…與 사하을 기초의원들 “복당 반대”
  2. 2부산 기관장 후보 김태호·김명수, 시의회 인사청문서 부적격 판정(종합)
  3. 3김희정 의원 ‘대주주 회생동의 촉구’ 국제신문 농성장 찾아 응원
  4. 4“여야 협치로 市 조직개편·추경 성과…다음은 민생·PK 초광역”
  5. 5박형준, 퇴임 후 첫 공개 행보… 총선엔 “아직 생각 없다”
  6. 6부산시의회, 교통공사·시설공단 대표 후보 ‘부적격’ 의견
  7. 7‘빈총경계’ 前 1군단장, 국감장서 “대비태세 문제 없었다” 주장
  8. 8인천 해수욕장서 北유실지뢰 54일만에 또 발견.. "안전 유의"
  9. 9[속보] 진영승 합참의장 “MDL 지뢰 폭발 사건은 ‘도발’…北 정권 행위 강력 규탄”
  10. 10암살자(들)·北 지뢰 여야 충돌…JYP ‘K-팝 축제 특혜’ 반박(종합)
  1. 1부산 복덩이 ‘부캉이’ 대선소주 모델됐다(종합)
  2. 2산은 회장 “통합 LCC 본사 부산행 결정 땐 적극 지원”
  3. 3부산 찾은 외국인 올 1~8월 343만 명 돌파…프랑스 관광객 작년보다 111%↑
  4. 4전재수 “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조속 통과…소급적용도 추진”
  5. 5[뉴스 분석] 수도권, 가덕신공항 또 트집…국책사업 발목 자성 촉구 목소리(종합)
  6. 6태웅, 1년 갈등 ‘봉합’…노사정 상생협약 체결
  7. 7부산항 오는 배 위치 실시간 확인
  8. 8지자체 ‘비상금’ 3년새 반토막…국고사업 매칭비는 23% 늘어(종합)
  9. 9[증시와이드] 실적 유지·턴어라운드 종목 선별 접근을
  10. 10“AI 해킹범은 中 광둥성 26세” 글로벌보안기업 보고서 추정(종합)
  1. 1전재수 “2028년 G20 정상회의 유치 도전”(종합)
  2. 2양산선 개통 코앞인데…인력 충원 없다
  3. 3동백전 캐시백 상향해 상권 온기…부산형 청년사다리 박차
  4. 4골목길 외국어로만 채운 간판 15개…위법입니다
  5. 5김척수 구청장 후보자 수사 7개월째 표류
  6. 6특혜 논란에도…엘시티 투자이민제 13년 실적 고작 2건
  7. 7“크루즈 관광객 동선, 부산항서 이바구길까지 넓힐 것”
  8. 8박완수, 우주항공·SMR 기반 메가 특구 공들여
  9. 9부산 동백중 교사와 학생 “우리는 와플처럼 달콤한 사이”
  10. 10[한 손 뉴스] 市 굿즈 플랫폼 ‘부산꾸’…디지털 스티커 받으세요
  1. 1니가 치면 나도 친다…프로야구 막판에 안타왕 쟁탈전
  2. 2AG 4개의 金 호령한 바다의 왕자…“다음은 올림픽 포디움”
  3. 3막 오른 ‘HJ중공업·동부건설 챔피언십’…최예본·한아름 공동 선두
  4. 4“핸드볼 8년 만의 아시안게임 金…맏언니로서 기뻐”
  5. 5하현승, 계약금 16억에 키움 입단
  6. 6SON A매치 최다골 대기록에도…뒤숭숭한 韓축구
  7. 7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8. 8롯데, KIA에 4-12 패…8회 7실점 ‘와르르’
  9. 9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10. 10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스타 만나려면 첫 3일·여유롭게 영화 즐기려면 둘째주 공략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효-우리
박세연-Find Your Brave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자화상 /최은지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역사 왜곡 논란에도 ‘암살자(들)’ 정상…애니 ‘극장판 치이카와’ 예매 1위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8일 (음 8월 28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7일 (음 8월 2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주말의 BIFF- 2026년 10월 9~11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8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아름답게 억새 핀 모습 읊은 조선 중기 문신 이정형
조선 중기 문신 택당 이식이 가을의 찬 기운을 읊은 시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