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이 지으신 뜻 내밀히 읊다보면
서정은 눈꽃이다 유배지의 바람소리
겨울을 견디는 소나무, 올곧게 서있다
먼 섬이 우는 소리 가슴에 재워놓고
통고를 삭이시며 갈필을 드는 선비
달님도 새하얗게 떠 시름 반을 읊는다
백파를 일으키며 백파로 무너지는
파도를 갈고 있는 통한의 피리소리
밤별이 울먹울먹하다 별빛하나 떨군다
추위가 맹위를 떨친다. 발목은 붉어져도 하늘 위로 포효하는 진실은 선명해진다. 불의에 맞서지 못하는 창백한 신념은 생명 없는 실리카겔처럼 미끈거린다. 거친 붓이라도 청명한 정신은 살아나지만 아무리 부드러운 붓이라도 혼탁한 정신은 가려지지 않는다. 진실이 눈먼 날이다. 먼 산의 소나무는 추울수록 더욱 푸르고 응달의 바위는 더욱 단단해진다. 시인이 다시 읽은 세한도에서 겨울을 견디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본다.
아름다운 색이 섞이면 검은색이 되지만 모든 빛은 섞이면 흰색으로 영롱하게 빛난다. 모든 빛이 모여 꿈을 만들고 그 꿈들이 흰 파도로 몰려와 섬에 닿았다. 오늘을 사는 우리는 세한도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지.
남의 노동을 훔치지 않고 땀 흘리며 정직하게 살아가는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칡뿌리로도 숭고한 정신을 그려내는 선인들의 기개를 다시 한번 되새긴다.
시인이 떨군 별빛 하나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었던 또 다른 시인의 마음이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