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도심 핵심 문화유산이지만
- 한때 매도까지 거론 논란거리
- 지역사회 뚝심으로 박물관화
- 1층 전시공간 대신 넓은 카페로
- 과감한 시도 핫플레이스화 성공
- 옛 한은 역사 살린 금고미술관과
-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 인기
- 부산 공동어시장 아카이빙 등
- 올해 지역 문화전시 예정 기대
지금 보면 훤칠하고 중후한 부산 원도심 문화유산이지만, 저 건물을 지켜 지금 모습으로 가꾸기까지 어렵고 긴 과정이 있었다. 지난해 1월 5일 개관한 부산 중구 대청동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을 두고 하는 말이다. 1964년 한국은행 부산본부로 지은 이 건물은 사라질 수 있었다. 2013년 한국은행 부산본부가 문현금융단지로 옮기면서 2014년 부동산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등 없어질 고비를 겪었다. 지금은?
“개관 첫해인 2024년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 입장객은 54만 명으로 공식 집계됐습니다. 그런데….” 지난 4일 커피숍 까사부사노(Casa Busano)에 앉아 이야기하던 부산근현대역사관 김기용 관장은 더 설명해야 할 게 있는 듯했다. “본관에 출입구가 세 곳 있지만, 입장객 집계는 한 곳에서만 수작업으로 합니다. 다른 출입구 두 곳으로 들고나는 방문객은 공식 집계에 안 잡혔죠.” 54만 명만 해도 한 달 평균 4만5000명인데, 실제로는 더 많다는 뜻이다. 인기가 만만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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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근현대역사관 김기용 관장이 본관 4층 제2 상설전시실에 있는 부산 산복도로 모형 앞에서 방향과 지향점을 설명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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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웠던 출발한국은행 부산본부로 출발한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은 올해로 지은 지 61년 됐다. 바로 곁에 있는 별관(2003년 옛 부산근대역사관으로 개관했다가 2023년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이 됨)은 1929년 지어 일제의 동양척식회사 부산지점으로 쓰이다가 부산미국문화원(미문화원)으로 이어진 뒤 지금에 이르렀으니 96년 된 건물이다. 본관과 별관을 합쳐 부산근현대역사관이 됐는데, 두 건물에 공통점이 있다. 각각 개관할 때 주변 상인단체 등의 반대가 심했다.
인터뷰에 함께 자리한 담당자는 “선배 공무원들에게서 ‘옛 미문화원 건물을 부산근대역사관으로 바꾸는 일을 할 당시 이견이 심해 의자가 날아다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옛이야기를 들려줬다. 본관 또한 사연이 만만찮아 지난해 1월 개관 당일까지 항의와 이의 제기가 이어졌다고 한다. 상업시설을 넣어 상권을 살리자는 것이 주변 상인 등의 핵심 요구였다, 어쨌든 “지금은 어떻느냐”고 물었다. 김 관장은 “상인을 포함한 지역 여론은 아주 좋아졌음을 피부로 느낀다. 우선은 사람이 많이 오니까”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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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1월 3일 열린 부산근현대역사관 개관식 모습. 국제신문 DB |
한국은행 부산본부 건물을 뭉갤지 팔지 문화공간으로 활용할지 논쟁이 수면 위로 떠오른 시점을 2013년으로 잡는다면, 당시 49년이던 이 건물 역사는 어느새 61년이 됐다. 별관은 4년 뒤 건립 100년이 된다. 근현대 문화유산을 지켜내 모두가 공유하는 건물로 가꾼 부산시의 뚝심은 훌륭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지금부터 어떻게 더 잘 운영할까’이다. 그 전에 개관 첫 해, 어디에 중점을 뒀기에 부산근현대역사관이 좋은 출발을 했는지 알아볼 필요도 있겠다.
“부산 원도심은 부산의 근현대가 집적된 매우 소중한 공간입니다.” 경남 밀양 출신으로 역사학을 전공하고 국가기록원에서 일한 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추진단에 들어가 학예연구실장까지 지낸 김 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박물관의 정체성을 중시하면서도, 누구나 와서 향유하고 다양하게 활용하는 문화공간으로 가꾸고자 했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과 기획전에도 이런 관점을 적용했다. 그런 복합성과 적극성은 최근 박물관의 중요한 경향이다”고 그는 말했다.
본관 1층에는 전시실이 없다. 널찍한 카페 까사부사노를 통으로 넣었기 때문이다. 뮤지엄숍도 1층 잘 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그래서인지 1층은 늘 복작복작하다. 지금은 이런 시도에 호평이 이어지지만, ‘전시실 없는 박물관 1층’이라는 발상은 섣불리 하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공간 배치에도 구성원들의 고민과 모색이 묻어난다.
■박물관이자 발신지 |
| 접근성 좋은 인문·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부산근현대역사관 별관. |
본관의 경우 아무래도 지하에 자리한 금고미술관의 인기가 폭발한 점이 큰 도움이 됐다. 한국은행 시절 돈과 귀금속을 보관하던 지하의 공간이 미술관으로 거듭나자 방문객은 열광했다. 기획 전시와 부산비엔날레 전시 등이 잇따랐다. 별관에는 부산 관련 자료실과 공공 도서관 기능을 넣으면서 공연·강연·인문 행사 등을 배치했다. 그러자 인문·문화 메시지를 내보내는 발신지로 자리 잡았다. 김 관장은 “지난해 부산 출신 대중음악 작곡가 백영호 선생 특별기획전 ‘동백아가씨’를 열었을 때 원로 가수 이미자 선생이 와서 축사를 했다”고 들려줬다.
부산근현대역사관 본관과 별관이 모두 개관해 완전체가 된 점은 부산 문화계에 인상 깊은 ‘사건’이다. 부산 서구 임시수도기념관과 동아대 석당박물관을 기점으로 대청로를 따라 보수동 책방골목~국제시장~부평깡통야시장~부산근현대역사관~한성 1918과 40계단 등 중앙동·동광동 일원을 거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복원이 진행 중인 옛 부산세관 청사, 부산항 1부두에 이르는 구간은 부산 근현대를 담은 ‘근현대 역사 로드’다. 사라질 뻔한 근현대 건물을 살려 부산근대역사관으로 연 것은 이 근현대 역사로드를 구간을 ‘딸칵’ 맞춘 핵심 퍼즐이다. 그래서 문화 사건으로 부를 만하다.
역사관은 올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까. “오는 3월 25일~8월 17일 금고미술관에서 광복 80주년 ‘신선한 유산, 예술로 미래를 열다’를 엽니다.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을 지역 예술인들과 함께 현대미술의 시선으로 해석합니다. 광고사진가 황성준의 사진으로 보는 부산 현대 산업사 전시(Made in Busan), 부산의 보물섬 영도 기획전, 부산시민공원역사관에서 열 예정인 하야리아 관련 전시 등 기획전이 다채롭습니다. 별관의 강좌·강연·기록 축제·세미나·공연·답사는 인기가 높아 좀 더 늘립니다. 지난해 1억 원이었던 유물 구입 예산을 올해는 2억 원 확보했습니다.”
김 관장은 “지난해는 부산 지역문화를 담는 아카이빙 사업을 뜻한 만큼 하지 못하는 등 아쉬움도 큰 만큼, 곧 사라질 부산공동어시장 아카이빙 작업 등을 올해 진행한다. 헌신적인 우리 구성원들과 함께 부산근현대역사관을 더욱 잘 가꾸고자 한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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