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에도 프로젝트 극단 아프로디테가 공연을 무대에 올립니다. 다들 입장료는 ‘컵라면’인 거 아시죠?”

‘프로젝트 극단 아프로디테’ 단원들이 입장료 대신 기부받은 컵라면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아프로디테 제공

2020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프로젝트 극단 아프로디테’는 전문 연극인과 직장인, 프리랜서 배우 등으로 구성된 합작 극단이다. 아마추어 연극인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극단 해풍’ 이상우 대표와 동료 연극인들이 뜻을 모아 창단했다.

이들의 주요 활동 시기는 겨울. 그것도 1년 중에 3개월 정도만 ‘짧고 굵게’ 활동한다. 전문 극단 대부분이 휴식기에 접어드는 매년 2월께 공연을 무대에 올리며 연극 팬들의 갈증을 달래주고 있다. 올해 역시 오는 28일과 다음 달 1일 연극 ‘아빠들의 소꿉놀이’를 일터소극장 무대에 올린다. 직장에서 해고된 40대 가장들과 아내들의 이야기를 다룬 사회풍자극으로, 실직 사실을 숨기려는 남편과 애써 이를 모른 척하는 아내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이들의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입장료를 별도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공연이 ‘공짜’란 뜻은 아니다. 관객들은 관람료 대신 각자 가져온 컵라면을 낸다. 이렇게 십시일반 모인 컵라면은 부산의 쪽방 주민에게 기부된다. 이 대표는 “컵라면이 긴급 구호 식품으로 흔히 이용된다는 사실을 듣고, 첫 공연부터 5년째 입장료 대신 컵라면을 받아 기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들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공연은 보지 못해도 컵라면은 꼬박꼬박 보내주는 열성팬도 생겼다. 지난해에는 후원받은 컵라면이 중형 트럭을 가득 채우기도 했다. 관객도 차츰 불어나 올해는 두 차례의 공연 모두 티켓이 팔렸다.

물론 객석은 만석이라도 수익이 나지 않다 보니 매년 공연을 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제작비라고는 주머니를 털어 내놓은 사비와 동료들이 건네는 후원금이 전부다. 그럼에도 이 대표는 아프로디테 활동을 멈출 생각은 없다며 웃어 보였다. 그는 “배가 고픈 이웃에게도, 무대가 고픈 아마추어 연극인에게도 따뜻한 위로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