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이너·사회복지사 의기투합
- 지역 2030 작품 소개 공간 기획
- 평범한 동네 속 ‘힙한 공간’ 소문
부산 동구 초량동의 어느 동네. 산복도로 길을 걷다 보면 골목 사이로 진한 파란색의 건물이 유독 눈에 띈다. 평범한 주택가에 있는 작지만 알찬 전시공간 ‘낭만시간연구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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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동구 초량동 낭만시간연구소에서 진행 중인 손유하 작가의 개인전 ‘밤의 찬가’ 전시 모습.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전시장에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하얀 눈이 화면 가득 쏟아지는 눈 내리는 밤, 노란 별빛으로 물 위가 빛나는 어느 밤의 바다, 칠흑 같은 어둠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는 배가 눈에 띄는 바다…. 부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20대 청년 손유하 작가의 개인전 ‘밤의 찬가’가 펼쳐진 공간으로, 그의 작품은 밤바다를 마냥 어둡지도 우울하게도 그리지 않는다. 밤이 가진 생명력과 어둠을 견디고 맞이하는 아침의 빛이 새어 나와 보는 이에게 평안과 안식, 위로를 건넨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낭만시간연구소는 부산지역 20·30대 청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공간이다. 산복도로 주택가에 위치해 일반적인 갤러리와 결을 달리하지만, 젊은 작가의 열정 가득한 작품을 고집스럽게 소개한다는 점에서 작지만 옹골찬 곳이다.
올해의 시작은 ‘밤’을 주제로 한 시리즈 전시로 열었다. 지난달 최영환 작가의 개인전 ‘야행성’을 열고 종이를 섬세하게 작업해 완성한 동물 작품들을 선보였고, 두 번째로 손유하 작가의 회화를 소개하고 있다. 다음 달에는 이희원 작가의 밤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올해는 청년뿐만 아니라 기성 작가의 전시도 준비하고 있다. 변대용 조각가 등 전국구로 활동 중인 중견 작가의 전시를 열고 청년과 기성의 만남을 주선한다. 젊은 작가의 패기와 열정에 기성의 노련함과 중후함이 더해져 서로가 영감을 받으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담은 기획전이다. 이렇게 다채롭게 준비 중인 전시만 10여 개. 거의 매달 새로운 전시를 선보이겠다는 것으로, 기획자들의 열정 역시 작가 못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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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낭만시간연구소에서 진행한 청년 주간 행사 사진. 낭만시간연구소 제공 |
낭만시간연구소는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김민서 대표와 사회복지사로 근무 중인 여수현 수석연구원이 함께 이끌고 있다. 산복도로를 중심으로 한 공공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김 대표가 초량의 매력에 빠져 건물을 매입했고, 여 연구원이 합류하면서 그들의 ‘낭만 연구’가 시작됐다. 목표는 부산의 청년 작가, 특히 ‘작업에 미친’ 이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 무엇보다 청년 작가의 작품 활동 자체를 지지하며 열정으로 빚어낸 작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창작과 직업 사이에서 고민하는 청년 작가에게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작품을 만들어 소개할 공간을 내어주며 작업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여 연구원은 “이곳은 낭만에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모여 연구하는 공간이기에 다른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뻔한 것이 아닌, 열정 넘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두 사람 모두 직업이 있다 보니 예약을 통해 관람객을 받는다. 하지만 평범한 동네에 비상한 공간이 들어서자 지나가던 이들의 발길도 잇따르고 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선 ‘나 홀로 작품에 온전히 빠질 수 있는 공간’이란 입소문이 난 상태다.
김 대표는 “제가 미술을 전공했기에 청년 작가에게 작품을 소개할 수 있는 공간이 얼마나 절실한지 잘 알고 있다”며 “발전 가능성이 있는 청년들이 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은 네이버 예약. 010-5954-2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