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7>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

'왕' 크기라 맛있네…코끼리 닮은 이놈들, 살강살강 씹는 맛이 살랑살랑 봄의 향연

  • 최원준 시인·음식문화칼럼니스트
  •  |   입력 : 2025-03-04 19:15:10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주둥이 쭉 내민 모습 얄궂지만
- 최대 1㎏ 크기만큼 귀하신 몸
- 동해산 코끼리조개는 향 짙고
- 남해산 왕우럭조개는 식감 굿

- 냉이·봄동 넣은 샤부샤부 육수에
- 조개 살짝 익히면 쫄깃함 극대화
- 제철 맞아 신선한 회로 즐기기도

생긴 모습이 얄궂다. 언뜻 보면 남성 성기 모양처럼 보이고, 어떻게 보면 코끼리 코처럼도 보인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낯부끄럽기도 하고 익살스럽기도 하다. 바다의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를 두고 하는 이야기이다.
왕우럭조개와 봄나물을 넣은 샤부샤부. 조개 특유의 향과 단맛이 짙게 나면서 봄나물과 함께 씹어 먹으면 향긋한 봄향이 물씬 풍긴다.
코끼리조개는 동해의 모래밭에서, 왕우럭조개는 거제를 중심으로 남해에서 주로 서식하는 대형 조개류이다. 코끼리조개는 이매패강 우럭목 족사부착쇄조개과의 조개, 왕우럭조개는 백합목 개량조개과의 조개이다.

두 조개 모두 패각 밖으로 주둥이(수관)를 늘 빼물고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코끼리 코같이 생겼다. 그래서 남해안 일대에서는 두 조개 모두 코끼리조개라 통칭하며 겨울철 별미로 즐기고 있다. 둘 다 잠수기 어업으로 생산하는데, 잠수부가 직접 채취해 시중에 유통하고 있다.

■창원·거제서 즐겨 먹는 귀한 조개

왕우럭조개(위)와 코끼리조개를 비교한 모습. 두 조개 모두 수관을 빼물고 있기에 통칭 코끼리조개라 부른다.
보통 일반 조개는 수관을 패각 속에 넣었다가 빼물었다 하는데,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는 늘 수관이 패각 밖으로 빠져나와 있다. 그 크기가 최대 1㎏ 내외까지 이르는데, 크기만큼 귀하고 비싸기도 하다.

패각이 두툼한 몸집을 다 집어넣지 못해 수관은 늘 패각 밖으로 빼물고 있는 두 조개이지만 비교적 구분은 쉽다. 외형으로 그 모습의 차이가 많다. 코끼리조개는 수관을 길게 빼물고 있고 왕우럭조개는 코끼리조개보다는 수관이 적게 나와 있다.

코끼리조개는 패각이 전체적으로 흰색을 띠고 수관이 크게 잘 발달해 있다. 반면에 왕우럭조개는 수관이 코끼리조개보다 적고 숯처럼 새카만 표피를 가지고 있다. 패각도 크고 두껍고 상대적으로 검다. 그래서 한때 지역 사람들이 왕우럭조개 패각을 밥주걱으로 쓸 정도였다고 한다. 두 조개 모두 겨울이 제철로 3월까지 그 맛을 볼 수가 있다.

동남해 지역인 창원, 거제 지역에서는 이 두 조개 모두를 즐겨 먹고 있다. 왕우럭조개는 거제를 중심으로 남해안 일대에서 생산이 되고 코끼리조개는 동해안 일대에서 잡히다 보니 이 두 조개를 함께 맛볼 수 있는 지역적 위치에 있는 것이다. 두 조개 모두 수관을 빼물고 있기에 통칭 코끼리조개라 부르고 있다.

주로 수관은 잘게 썬 뒤 회나 숙회 샤부샤부로, 내장은 찌거나 삶아서 먹는다. 산뜻한 봄나물과 함께 무쳐서도 먹고 된장국에 넣어서도 먹는다. 특히 된장국에 넣어 먹으면 조개 특유의 감칠맛이 좋은 데다 봄나물과 함께 먹으면 더욱 그 맛을 더하는 별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요즘은 회나 샤부샤부로 먹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새조개만큼 귀한 데다 가격대가 만만치 않기에 그렇다. 특히 코끼리조개는 남획으로 인해 개체수가 현저히 떨어져 특히 강원도와 경상북도 지역에 한해 4월부터 6월까지 채취를 금하고 있다.

두 조개 모두 먹기 위해서는 조금 까다로운 장만법을 거쳐야 한다. 수관을 끓는 물에 넣고 데쳐서 표피를 벗겨내야 하는 것이다. 끓는 물에 표피를 익혀서 칼로 조심스레 긁어내야만 뽀얀 속살이 먹음직스럽게 드러난다. 이 수관을 길쭉하게 썰어내서 회로나 샤부샤부로 먹는 것이다.

■봄나물과 즐기는 샤부샤부 인기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로 차린 한상차림.
겨울바람이 한풀 꺾인 마산어시장에 들렀다. 온갖 해산물이 마지막 겨울 어시장 한켠을 지키고 있다. 한 해산물 가게에서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를 함께 팔고 있다. 두 조개를 들고 초장집에서 장만을 부탁한다.

코끼리조개와 왕우럭조개를 한 상 받는다. 먹기 좋게 잘 썰어서 접시에 담았는데, 보기에도 쫄깃쫄깃 탄성있게 생겨 맛있게 보인다. 코끼리조개는 밝은 노란빛을 띠고 왕우럭조개는 코끼리조개보다 흰빛을 띤다.

코끼리조개부터 참기름소금장에 찍어 맛을 본다. 조개향이 달큼하게 입안으로 맴돈다. 살점이 부드럽고 적당한 식감이 흔쾌하다. 뒤이어 참기름이 고소하게 맛을 올린다. 왕우럭조개도 한 점 맛을 본다. 상쾌하다. 비린내가 없고 감칠맛이 좋다. 고추냉이 간장에 찍어 먹으니 알싸한 맛과도 잘 어울린다.

준비된 샤부샤부로도 맛을 본다. 냄비 안에는 냉이 봄동 숙주나물 등이 들어가 봄맛이 완연하다. 샤부샤부로 맛을 보니 코끼리조개는 특유의 조개 향이 더 짙어진다. 단맛도 조금 더 우러난다. 왕우럭조개는 식감이 훨씬 살아난다. 아삭아삭한 것이 씹는 내내 기분이 좋다. 회로 먹을 때와 확연한 식감의 차이를 낸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코끼리조개는 수관이 잘 발달해서 쫀득쫀득한 맛의 회로 장만해 먹으면 좋고, 왕우럭조개는 내장이 큰 데다가 살점에 열을 가하면 더욱 아삭아삭하기에 샤부샤부나 숙회로 먹는 것이 더 좋겠다.

봄을 통째로 넣은 듯한 냄비 안에서는 생동하는 봄나물들이 자지러진다. 국물 한술 뜨니 냉이와 봄동의 푸릇푸릇한 향이 아련하다. 그 국물에 조갯살 한 점 살짝 익혀 먹으니 살강살강 씹히는 식감에 무릎을 치게 된다.

닮은 듯 다른 맛의 두 조개를 남해안 몇몇 지역에서는 함께 즐길 수가 있다. 이 둘을 회나 샤부샤부로 함께 먹을 수 있도록 메뉴가 개발되어 있는 것이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초입 경계에서 맛볼 수 있는 두 조개의 매력, 참 예사롭지 않은 이즈음이다. 봄을 맞아 남해안 지역을 둘러볼 요량이라면 이 두 조개의 맛 또한 함께하는 자리가 되면 좋을 듯싶기도 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9. 9“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10. 10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3. 3[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4. 4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5. 5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6. 6[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7. 7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8. 8‘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9. 9지광(국제신문 대주주) 만난 부산노동청장 “체임 방치 땐 강력 조치”
  10. 10부산교통공사 사장 임명, 시설공단은 보류… 협치 여지 남긴 전재수
  1. 1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2. 2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6. 6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7. 7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8. 8"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9. 9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10. 10전설 수지 수산티 넘은 전설…안세영 47번째 우승 ‘세계新’(종합)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