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경제학 연구 마케팅 전문가
- 고객 행동·심리·소비패턴 분석
- 작은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 담아

책 제목에 들어 있는 ‘작은 브랜드’라는 표현이 흥미와 함께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수많은 작은 브랜드가 경쟁을 펼치며 명멸하는 정글 같은 산업현장을 떠올려 보았기 때문이다, 거대한 브랜드들이 솥발 같은 기세로 자기 영역을 각각 구축한 ‘큰 세계’보다 어쩌면 작은 브랜드의 정글이 더 치열·살벌하지 않을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얼른 책을 펼쳐 어떤 브랜드가 이 책의 연구·분석 대상이 됐는지 살폈다.

곽준식 저자가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프레임의 힘’ 사례로 소개한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사진은 세바시의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다.

▷로우로우(RAWROW)와 본질의 반복-브랜드 철학은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킨다 ▷퀸잇과 감정의 꼬리표-감정으로 끌어들이고 데이터로 붙잡아라 ▷삼진어묵과 서브타이핑(sub-typing)-제품이 아닌 라이프스타일을 팔 때 ▷세바시와 프레이밍 효과-제품이 아닌 관점을 팔아라 ▷마이리얼트립과 타협효과-레드오션 시장에서도 누군가는 새로워 보인다 ▷커피베이와 공정성-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동시에 모색하기.

로우로우, 퀸잇, 삼진어묵, 세바시, 마이리얼트립, 커피베이를 경유하던 기업(브랜드) 목록은 직방·카닥·한솥도시락·곰표하우스·밀당PT·락앤락으로 이어졌다. 기성세대라면 잘 모르는 브랜드도 있고, 이름은 알겠는데 어떤 측면에서 이 책에 소개됐는지 짐작이 안 가는 경우도 있고, 아예 처음 듣는 이름도 있을 것 같다. 삼진어묵 세바시 한솥도시락이야 누구나 알 터이고.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 저자 곽진식 동서대 글로벌경영학과 교수가 책에서 주요하게 거론하고 분석한 작은 브랜드는 모두 한국 기업이다. 한국이라는 치열하고 다양하고 빠르고 놀라운 시장 환경에서 작은 브랜드는 어떻게 살아남고 발전할 것인가? “그렇다면 이 거대한 시장에서 작은 브랜드가 생존하고, 더 나아가 사랑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바로 소비자의 행동심리를 바탕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안하는 행동경제학이다. 소비자는 언제나 합리적이지(는) 않다. 그렇기에….”(머리말 중)

한국마케팅관리학회 학회장 등을 지낸 곽 교수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을 공저로 냈고, 이어 ‘브랜드, 행동경제학을 만나다’를 썼으며, 이번에 ‘작은 브랜드는 행동경제학이 답이다’를 냈다. 그가 집요하고 진지하게 소비자의 의사결정이라는 주제를 연구해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인간에 관한 깊은 이해를 중시하면서 다채로운 방법·도구·관점으로 소비자의 선택과 경제 흐름에 접근하는 행동경제학이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활용된다.

이 책은 경제 전쟁터의 육박전에서 살아남고 번창한 작은 브랜드의 분투기를 담았으니 당연히 흥미롭다. 한편으로 매우 진지하다. 개념·용어·사례도 많이 소개하면서 행동경제학을 우리 곁 가까이로 당겨준다. 서술도 탄탄하다. 또 한 가지 의미가 있다. ‘작은 브랜드’는 사실상 한국인 다수가 발 딛고 서서 삶을 영위하는 현장이다. 국민 다수가 작은 브랜드에 속하는 기업에서 일하거나 관련을 맺고 산다. 요즘 많이 시도되는 문화예술 분야 수많은 공공 프로젝트가 실상 작은 브랜드의 구조·원리와 비슷하다.

그러니 로우로우부터 락앤락까지 ‘거대하지 않은’ 브랜드의 생존과 성공 스토리를 행동경제학에서 수확하는 일은 곧 내 삶, 우리 삶의 경쟁력과 회복력을 다지는 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