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족한 운영비로 어려움 겪다
- 최근 김 대표 타계로 존폐기로
- 고인 기리는 90번째 상영회서
- “횟수 줄여서라도 지속” 다짐
“김미라 대표님! 남겨주신 ‘작은영화영화제’는 저희가 잘 이끌어 나가겠습니다. 하늘에서 꼭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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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영화영화제’ 이신희 신임 집행위원장(가운데)과 집행위원들. 이들은 영화제를 만든 고 김미라 대표의 뜻을 이어 계속해서 행사를 운영해 나갈 예정이다. 김태훈 기자 |
지난 5일 오후 7시30분 부산 수영구 광안동의 카페 딥슬립커피. 약속한 시간이 되자 모든 불이 꺼지고 카페가 이내 어둠에 잠겼다. 한쪽 벽에 마련된 스크린에서는 김라 감독의 단편영화가 상영되기 시작했다. 서른 명 남짓한 방문객은 영화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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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부터 ‘작은영화영화제’를 개최하며 부산의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고 지원해 온 고 김미라 작은영화공작소 대표. |
이날 열린 행사는 보석 같은 단편영화를 발굴해 소개하는 상영회 ‘작은영화영화제’ 90번째 자리였다. 이 행사는 2017년 시작한 영화 상영회로, 매달 첫째 주 수요일 오후 7시30분(홀수 달 딥슬립커피, 짝수 달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에 단편영화 3편을 소개하고 있다. 매달 영화제를 찾는 관객은 30명 남짓이지만, 개성 강한 단편영화를 소개하고 감독과 관객의 만남(GV)까지 주선해 부산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작지만 알찬’ 행사로 입소문을 탔다.
이 영화제는 지난달 타계한 고 김미라 작은영화공작소 대표(감독명 김라)에 의해 탄생했다. 김 대표는 30여 년간 동의대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퇴임 후에는 영화감독 김라로 활동하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2016)’ ‘길위의 시간(2020)’ 등의 작품을 남겼다. 그는 특히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고 조명하는 데 관심이 컸다. 이에 작은영화영화제를 시작하고 영화제작워크숍을 여는 등 예비 영화인을 지원하는 데 힘썼다. 행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살던 집을 팔고 연금까지 보태 수영구 광안동에 문화공간 ‘공간나라’를 열기도 했다.
영화 ‘바이킹(2023)’으로 제78회 작은영화영화제에 초청받았던 박천현(34) 감독은 “영화제 덕분에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며 “상영 기회를 잡기 힘든 단편영화 감독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행사”라고 말했다.
이날 90번째 상영회는 고인의 작품을 상영하는 ‘김라 감독전’으로 진행됐다. 김 대표 없이 열리는 첫 영화제였던 만큼, 작품으로라도 그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관객 역시 고인을 추억하며 작품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상영이 끝난 뒤, 새롭게 작은영화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기로 한 이신희(29) 프로그래머가 무대에 올라 직접 GV를 진행했다. 이 신임 집행위원장이 “평생 젊은 영화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기 위해 힘써오신 분이지만, 정작 본인의 영화를 소개할 기회는 많지 않으셨던 것 같다. 지금이라도 감독전을 마련해 드릴 수 있게 돼 기쁘다”라고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지난달 10일 김 대표가 향년 73세로 세상을 떠나면서, 8년간 이어온 작은영화영화제는 존폐 위기를 거론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영화제에 드는 모든 비용을 김 대표가 사비로 부담했던 터라, 앞으로는 집행위원 8명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운영하던 공간나라도 문을 닫을 예정이라, 영화제를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 하지만 집행위원들은 고심 끝에 영화제를 지속하기로 했다. 이 집행위원장은 “김미라 대표님도 저희가 어떻게든 영화제를 이어가길 바라셨을 것이라고 생각해 다른 집행위원들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대신 영화제는 이번 달을 끝으로 당분간 짝수 달에만 열린다. 운영비를 마련할 방법을 찾을 때까지 행사를 유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이 집행위원장은 “당분간은 행사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운영 예산을 마련할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뜻깊은 행사인 만큼 앞으로도 상영회를 이어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