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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시기만 했을까…60년대 청춘의 일탈

권여현 개인전 ‘태양은 가득히’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25-03-25 18:39:55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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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랭 들롱 영화 등 회화에 담아
- 내달 6일까지 해운대 오케이앤피

수영복을 입은 젊은이들이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다. 평범한 여름날 바다의 풍경인가 싶었는데, 화면 중간에 멋을 잔뜩 부린 여성들과 선글라스를 쓴 무표정한 아이가 주인공처럼 서 있다. 시대와 장소를 가늠하기 어려운 장면이지만 밝은 색감에 멋을 잔뜩 부린 인물들의 표정이 경쾌하다. 하지만 그들은 마냥 즐겁기만 할까. 어쩌면 자신의 불안함과 초조함을 숨기기 위해 화려한 패션에 허세 섞인 포즈를 취한 것은 아닐까.

부산 해운대구에 위치한 오케이앤피(OKNP)에서 열리고 있는 권여현 작가의 개인전 ‘태양은 가득히’에 전시된 작품 ‘낯선곳의 일탈자들’. 다양한 이미지를 편집한 회화를 통해 현대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오케이앤피 제공
한국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권여현(64) 작가의 개인전 ‘태양은 가득히’가 오케이앤피(부산 해운대구 해운대해변로)에서 열리고 있다. 1987년 작품 활동을 시작해 단색화와 민중미술이 지배하던 시기 자신만의 독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며 국내외에서 찬사를 받은 작가는 현재 홍익대 회화과 교수로 재직하면서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개인전만 60회를 넘길 정도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했지만 부산에서 이처럼 대형 전시를 여는 것은 처음이라 더욱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그동안 고도화되고 응축된 자신의 작품 세계를 자유롭게 펼쳐 보인다. 전시 제목인 ‘태양은 가득히’에서 연상할 수 있듯이, 1960년 청춘의 욕망을 과감하게 드러낸 알랭 들롱 주연의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장면부터 해변에서 자유롭게 젊음을 만끽하는 남녀의 모습, 그리고 시대를 넘나든 이미지를 편집해 회화로 풀어낸 대형 작품 등 50여 점을 소개한다.

그는 작품에서 화려한 이미지를 과감하게 펼쳐 놓는다. 현대사회에서 넘쳐나는 영상의 이미지처럼 ‘광선(빛)의 색감’을 더한 그림은 맑고 투명하면서도 화려한 색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붓의 터치를 줄이고 여백을 준 화면은 연하지만 수채화 같지 않고 되레 이미지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영상을 포착한 것 같다. 하지만 화면 속 인물들의 표정은 불안하거나 무표정하며 어딘가 불안정해 보인다. 화려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살지만 불안과 빈곤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모습일지 모른다.

영화 ‘태양은 가득히’의 한 장면을 그린 작품(제목 동일). 오케이앤피 제공
권여현 작가는 “1960년대 사회적으로 금기시됐던 여성의 모습과 반항하는 이들의 사진을 모아 금기에 대한 도발, 일탈자로서 자유를 갈구하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작품 곳곳에 드러나는 ‘밈(인터넷 커뮤니티나 SNS 등에서 퍼진 여러 문화의 유행과 파생, 모방 등을 총칭하는 용어)’에서 가져온 이미지에 대해 “제도권에서 억압된, 정신적으로 가위 눌린 젊은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발설하는 수단이 밈이라고 생각했고, 그들의 빈곤적인 상황을 스펙트럼하게 표현하고자 밈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넣었다”고 설명했다.

올해로 38년째 활동하면서 한국비평가협회의 ‘올해의 작가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는 작가이지만, 그는 여전히 젊은이들과 소통하고 그것을 작품에 반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여현 작가는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로 신화 정신분석 현대철학 포스트모더니즘 등을 여겨왔지만, 여전히 새로운 것을 갈망하고 과거와 현재를 결합한 고차원의 조형물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면서 “우스꽝스러운 이미지와 젊고 가벼운 회화 기법 등을 통해 젊은 층을 나의 작품 세계로 초대하고자 하며, 이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다음 달 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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