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 신춘문예 당선 동화 단행본
- 다른 이들 고충 이해하는 이야기

신희진(사진) 동화작가는 2023년 국제신문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신춘문예 당선 작품은 그해 1월 1일 자 신문에 발표되며, 시상식은 보통 2, 3주 뒤인 1월 초·중순 열린다.

해와나무 제공

“2023년 1월 17일 저녁에 국제신문 시상식이 열려서 인천에 사는 저는 조금 일찍 부산에 와서 카페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거든요. 그때였어요.” 신 작가는 그때를 떠올렸다. “해와나무출판사에서 제게 전화를 해왔어요. 올해 국제신문 당선작 ‘베토의 하루’를 참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작품을 단행본으로 펴내고 싶다’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무척 기뻤어요.” 신인 작가의 당선작이 곧바로 단행본으로 기획 출판되는 일은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게다가 해와나무출판사가 꾸준히 공들여 펴내는 ‘생각숲 상상바다’ 시리즈에 속한 책을 살피니 우수 도서나 추천 도서에 선정됐거나 초등 국어교과서에 실린 좋은 문학 작품이 많다. ‘베토의 하루’는 ‘생각숲 상상바다’ 시리즈로 출간됐다.

‘베토의 하루’는 짜임새가 좋고 옹골찬 느낌을 준다. 주제의식을 잘 간직하고 살리면서도 작품이 생기를 듬뿍 머금고 통통 튀어 다니도록 이야기를 구성했다. 주요 등장인물인 6학년 영훈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자연스럽고 공감력이 세다. 독일에 사는 바이올리니스트이자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이며 구독자 400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인 고모 또한 영훈 못지않게 ‘살아있는’ 등장인물이다.

신희진 동화작가.

신 작가는 “초등 6학년 영훈에게는 저 자신의 모습도 투영돼 있다. 다른 이의 불편과 아픔에 둔감하게 되기 쉬운 평범한 우리네 모습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영훈이는 씩씩하고 좀 멋진 데가 있는 초등 6학년생이다. 꿈은 ‘유명한 유튜버’ 되기. 할머니가 싸 주신 반찬을 들고 버스 타고 집에 가던 길인데, ‘이동권 보장’을 요청하는 장애인단체 시위에 도로가 막힌다. 이 상황이 불편했던 영훈은 시위 장면을 촬영한 뒤 자기 브이로그에 ‘민폐 장애인’이라는 제목으로 영상을 올린다.

그런데 다음날 독일에서 고모가 영훈네 집으로 온다. 한 달쯤 묵을 예정이다. 독일에서 음악 활동을 하다 사고를 당한 고모는 늘 휠체어를 탄다. 이제 영훈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까? 광화문 광장에서 사람들 사이 갈등이 심해져 부딪히려 할 때 고모가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 깊다.

신 작가는 “그간에 장애인 이동권과 관련한 변동 사항을 반영하고 단행본이라는 형태를 고려해 원작을 다듬고 고쳤으며 분량도 늘렸다”고 설명했다. 김민우 작가의 그림도 책을 빛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