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문화레시피] 분장실·연습실·객석이 다 무대…청년 연극인 100인의 특별한 실험

  • 김태훈 기자 hiro@kookje.co.kr
  •  |   입력 : 2025-04-15 19:24:23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연극제서 열린 합동공연
- 관객이 공연장 구석구석 거닐며
- 돌발상황처럼 기획된 연극 관람
- 지역 청년들이 기획·연출·연기

- 부산문화회관은 ‘청년배우 모집’
- 신예들 무대 설 기회 마련 잇따라

“그냥 연극 그만둘까 봐요. 어차피 설 수 있는 무대도 없는데….” 분장실에서 만난 청년이 한탄을 늘어놓는다. 건너편 배우 대기실에서는 욕설이 섞인 고함과 함께 의자가 날아다닌다. 앳된 얼굴을 한 막내 단원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눈물을 흘리며 선배들에게 연신 고개를 숙인다.
지난 13일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제43회 부산연극제 청년 합동 연극 ‘Play-back, 100, Back-stage’의 공연 모습. 지역의 청년 연극인 100명이 무대에 올라 각자의 열정을 뽐냈다. 부산연극협회 제공
무대 뒤에서 일어난 돌발상황을 목격한 것만 같은 이 상황. 이는 ‘제43회 부산연극제’에서 펼쳐진 공연의 한 장면이다. 부산연극협회는 지난 12, 13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청년 합동 공연 ‘Play-back,100, Back-stage’를 선보였다. 공연은 청년 연극인들이 겪는 현실과 고뇌를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관객이 직접 연습실 분장실 무대 객석 등을 산책하듯 누비며 관람하는 프롬나드 방식으로 진행됐다.

‘Play-back, 100, Back-stage’의 연출을 맡은 청년 연극인들. 왼쪽부터 강인정 양재영 정유나 최유경 씨. 김태훈 기자
이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가 또 있다. 기획 연출 연기 등 모든 과정이 지역에서 활동 중인 100명의 청년 연극인에 의해 탄생했다. 연극협회는 강인정(30) 양재영(32) 정유나(21) 최유경(27) 등 4명의 청년을 공모로 선발해 이번 무대의 기획과 연출을 일임했다. 지역 청년에게 공연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에서다.

공동 연출을 맡게 된 네 청년은 최대한 많은 배우를 무대에 세우기로 했다. 어렵게 서게 된 무대인 만큼 지역에서 함께 고군분투 중인 다른 청년들과 기회를 나누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인정 연출은 “지역에서 활동 중인 청년들에게는 규모와 관계없이 무대 하나하나가 간절하다”며 “좋은 기회를 얻은 만큼 많은 후배에게도 이 기회를 나누고 싶어 100명의 연극인을 한 번에 무대에 세우는 시도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많은 청년이 연극인을 꿈꾸지만 지역 연극계 현실은 녹록지 않다. 대부분은 무대를 찾아 서울로 향하고, 지역에 남은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현실의 벽에 부딪혀 연극을 포기하기 일쑤다. 양재영 연출은 “지역 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이들 중 열에 아홉은 서울로 올라가거나 지역을 전전하다 끝내 무대를 떠나고 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연극협회가 올해 연극제 슬로건으로 ‘청년이 연극하기 좋은 도시 부산’을 내걸고 다양한 청년 프로그램을 신설한 것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다. 연극협회는 연극제가 막을 내린 뒤인 다음 달 15, 16일에도 또 하나의 청년 합동 공연 ‘오레스테스’를 선보인다. 이를 위해 최근 오디션을 열고 10명의 청년 배우를 선발했다. 연출은 그리스 유명 연출가인 야니스 파라스케보풀로스가 맡는다. 최용혁 부산연극제 예술감독은 “청년 연극인이 지역에 남을 수 있도록, 협회와 연극제 차원에서 이들을 위한 무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계의 ‘젊은 보석’ 찾기에 나선 것은 협회뿐만이 아니다. 부산문화회관은 오는 7월 17~19일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참여할 청년 배우를 모집 중이다. 부산문화회관은 2022년부터 ‘신진청년예술인 인큐베이팅 및 경력개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 청년에게 대규모 공연에 참여할 기회와 급여 형태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앞서 무용과 국악이 어우러진 공연 ‘수퍼 타이거’(2022)와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2023) 등을 제작해 왔다.

올해는 부산시립극단 김지용 예술감독이 각색과 연출을 맡아 새롭게 해석한 ‘로미오와 줄리엣’을 무대에 올린다. 공연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20명의 청년 연극인이 출연한다. 지난 11일 마감한 서류 접수에는 40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안주은 부산문화회관 공연예술팀장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데 그치지 않고 청년들의 지속적인 커리어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려 한다”며 “앞서 제작한 ‘야구왕, 마린스!’는 지난해 11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K뮤지컬 로드쇼’를 통해 해외 무대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 정식 라이선스 공연 계약을 맺는 성과를 거뒀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4. 4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5. 5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6. 6‘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7. 7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8. 8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9. 9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10. 10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1. 1김도읍 "청와대 가덕도신공항 공사비 증액 '선 계약, 후 특별법 반영'으로 결론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4. 4“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5. 5[속보] 강신철 국방장관 “매설지뢰, 北 국경선 요새화 관련 추정”
  6. 6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7. 7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8. 86·3 지방선거 신규당선자 평균재산 13.5억…광역단체장 중 김상욱 50억 최다
  9. 9靑 “DMZ 지뢰사고 현장조사 순전히 군사적 판단…李대통령 유엔 연설 무관”
  10. 10[뭐라노]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
  1. 1기장 일대 동해남부선 폐선 부지 본격 활용 가능해져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4. 4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5. 5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6. 6올해 2분기 부산 경제 2.3% 증가…'12% 급증' 충북의 5분의 1
  7. 7경영난 삼정기업·삼정이앤시 회생계획 인가
  8. 8구멍 뚫린 실업급여…3차례 이상 반복수급 11만명에 6000억 지급
  9. 9'맵리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 시동...이동 조작 하나로
  10. 10“고속도로 잘 못 나가도 걱정 끝”… 15분 내 재진입 땐 기본요금 면제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6. 6헤어질 시간…부산 북항 상어 ‘부캉이’ 구조작전 시작
  7. 7“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8. 8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9. 9거창한마당대축제 내달 1~4일 개최…가을 거창 매력 한자리에
  10. 10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3. 3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세계 최강’ 안세영, 배드민턴 女단식 금메달…아시안게임 첫 2연패
  6. 6한동희 시즌 23호 홈런 '쾅'…롯데, 키움에 4-2 역전승
  7. 7이소희·백하나 배드민턴 女 복식 24년 만에 금빛 스매시
  8. 8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9. 9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10. 10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우리은행
미리보는 제31회 BIFF
연상호 ‘실낙원’ 홍상수 ‘눈 둘 데가 없네’ 등 한자리에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부산의 기사식당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9일 (음 8월 19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