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문의 대재앙 뒤 생존한 남녀
담이, 화이- 배지영 장편소설 /민음사 /1만5000원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이후 세 권의 장편소설과 두 권의 소설집을 출간한 배지영 작가의 신작 장편. 기발한 상상력과 해학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지하에서 하수관을 청소하는 남자 담과 백화점 지하주차장 정산소에서 일하는 여자 화이. 옷깃도 스친 적 없는 두 사람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의문의 대재앙 가운데 살아남는다. 가벼운 농담 같으면서도 서늘함이 앞서고 의미심장한 우화 같으면서도 현실감이 더 두드러지는 이 소설의 백미는 낯선 배경과 익숙한 감정의 부조화에 있다.
# 예술작품 같은 수학그래프·도형
비표준 노트- 팀 샤르티에, 에이미 랭빌 지음 /이충호 옮김 /해나무 /1만8500원
이것은 책인가, 노트인가. “우리 문명은 선으로 가득 찬 종이 묶음을 인쇄하는 기묘한 습성이 있다.” 이 책의 첫 문장이 가리키는 것은 희미한 수평선이 일정한 간격으로 늘어선 노트이다. 그 선들은 상수 함수(y=c)이자 평행선 집단이다. 평행선 패턴을 바꾸면 어떻게 될까. 두 괴짜 수학자가 노트에 새로운 시도를 했다. 이 책은 방향을 바꾼 직선, 포물선과 파동, 원의 겹침과 분할 등 수식이 그려낸 예술 작품 같은 그림을 담고 있다. 수식으로 디자인한 174가지 그래프와 도형이다. 수학의 아름다움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노트.
# 노모 간병기로 엿본 ‘의료 민낯’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유미 지음 /샘터 /1만7000원
엄마를 요양병원·대학병원·요양원으로 옮겨가며 모셨던 딸의 간병기. 경쾌한 문장과 극적 전개로 술술 읽히지만, 돌봄 노동과 의료 시스템 등 누구나 공감할 측면을 건드린다. 고액의 항암 면역주사를 강요하는 요양병원, 과중한 간병인 비용, 환자를 거부하는 응급실과 수술 공장으로 변한 대학병원, 고통에 내몰리는 치매 가족, 딸에게 더 부과되는 돌봄 노동과 현대판 고려장으로 오인되는 요양원의 현실까지. EBS 3부작 다큐프라임 ‘내 마지막 집은 어디인가’의 “죽는 것보다 늙는 게 두려운” 편에도 소개된 사연이다.
# 영화 속 ‘인문의 숲’으로 안내
영화 속 인문학 시네마 오디세이아- 김윤태 지음 /간디서원 /2만원
장뤽 고다르와 왕가위에서 크리스토퍼 놀란과 봉준호까지. 영화를 풍부하게 조망하여 인문의 숲으로 안내해 주는 색다른 영화 평론서.
오늘날 영화는 대중의 일상적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영화는 개인의 문화와 정체성을 형성하고, 제작자와 관객과의 상호작용은 시대와 사회의 문화적 취향을 만든다. 영화를 만들고 보는 행위는 개인적 행위이자 사회적 행위인 것이다. 이 책은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정치적 맥락과 권력관계 이데올로기 차원의 분석이 필요하고 이를 알아야만 전체적인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 자율성 얻기 위한 아이들 여정
두근두근 오프라인- 에이미 노엘 파크스 지음 /천미나 옮김 /초록개구리 /1만7500원
자녀의 머리 위를 맴돌며 모든 일에 간섭하는 ‘헬리콥터 부모’. 1991년 미국 ‘뉴스위크’에 처음 등장한 말이다. 헬리콥터 부모는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어렸을 때는 보호라는 구실도 있지만, 그 탓에 자녀가 미성숙한 어른이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책은 헬리콥터 부모의 과잉보호에서 벗어나, 자율성을 얻기 위해 마음을 모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 소설이다. 휴대전화에 깔린 자녀 추적 앱으로 모든 행동을 감시하는 부모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감각을 되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 우리말 재해석…김복근 시조집
밥 먹고 싶은 사람- 김복근 시조집 /황금알 /1만5000원
경남 의령 출생으로 1985년 ‘시조문학’ 천료로 등단한 시력 40년 김복근 시인의 파자(破字) 시조집이다. 글자를 분해해 의미를 발견하거나 새로운 의미를 캐내는 파자시의 전통을 이어받아 시조에 새로움을 더했지만, 시조의 정형성은 하나도 흩트리지 않았다. 시인의 파자 시조는 언어의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해학과 풍자를 동반해 우리말과 글을 새롭게 해석한 작업이다. ‘하늘 천天’은 이렇게 풀었다. “사람이 기를 모아[大] 머리 위[一]를 바라보면/ 하늘은 눈동자 담청색 물빛 닮아/ 그리움 비워진 자리 너를 찾아 해맑아라”
# 수중 사진으로 본 제주 바닷속
댕글댕글~ 제주 바닷속에서 만나는 친구들- 이상훈 지음 /최윤 감수 /지성사·2만7000원
설악산에 이어 2002년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 지역으로 지정된 제주도. 스쿠버다이버이자 수중 사진가가 약 4년에 걸쳐 제주 바닷속 풍경과 바다 생물을 담아 책으로 펴냈다. 저자 이상훈은 바닷속에서 빛의 역할, 수심에 따른 풍경을 소개한 뒤 아름다운 제주 여러 섬의 바닷속으로 안내한다. 수중 동굴 외돌개 수중 아치 주상절리 인공어초 기차바위 범섬 추자도 성산일출봉 가파도 우도 섶섬 최고의 연산호 군락지인 문섬 등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수많은 바다 생물을 품은 제주 바닷속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