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오후 6시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 2층에서 부산작가회의(회장 김요아킴 시인)가 주최한 행사 ‘5·7문학협의회 창립 40주년 기념-지금, 5·7을 기억하다’가 열렸다.

지난 7일 부산 중구 동광동 화국반점 2층에서 5·7문학협의회 창립 40주년 기념 행사가 열리고 있다.

5·7문학회는 독재정권 시절이던 1985년 5월 7일 요산 김정한(1908~1996) 선생이 주축이 돼 부산 문학인들과 함께 만든 문학단체다. 창립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은 28명이었다. 군부 독재 정권이 맹위를 떨치던 그때 이들은 독재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다고 분연히 선언했다. 5·7문학협의회 출범식이 열린 장소가 바로 화국반점 2층이다. 지금은 영화 ‘신세계’ 촬영지이자 원도심 노포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은 부산 민주화 운동의 현장으로도 기억돼야 한다.

5·7문학회는 독재정권의 감시와 탄압 속에서 현실을 형형한 눈으로 지켜보며 민주주의를 되살리는 활동을 이어갔다. 현재 부산작가회의 전신이 5·7문학협의회이다. 그러니 ‘화국반점 거사’ 40주년은 부산 민주화 운동사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날이다. 이날 후배 문인들이 마련한 이 자리는 그런 점에서 뜻깊었다.

행사에서는 조갑상 소설가가 축사를 했다. 출범 당시를 잘 기억하는 신진 류명선 시인, 하창수 구모룡 문학평론가는 회고담을 들려주었다. “김정한 윤정규 박태문 김준오 하일 이영찬 김규태 이규정 김중하 이복구 강영환 최영철 신태범 이상개 임수생….” 회고담에 나선 신진 시인이 창립 당시 회원들 이름을 말하며 그 면면을 떠올리자 5·7문학협의회의 비중과 영향력이 새삼스럽게 실감났다. 5·7문학회가 주축이 되고, 당시 동보서적이 헌신해 펴낸 무크지 ‘토박이’에 대한 회고도 있었다.

초창기 섭외간사라는 직함을 맡아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 류명선 시인의 회고담도 흥미로웠다. “섭외간사로 활동하다 보니 5·7문학협의회를 감시하는 경찰을 만나는 일도 많았다. 그때 경찰은 5·7문학회 회원들에 관해 엄청난 정보를 갖고 감시했다. 군부독재 시절에 이렇게 당당히 나선 문학인 단체가 전국에도 많지 않았으니 5·7문학협의회 활동은 전국 차원에서 높은 관심을 끌었고 우리는 자긍심이 있었다.” 요산 김정한 선생은 2년 뒤 1987년 9월 출범한 한국 전체 차원의 문인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 초대 회장으로 추대된다. 이 또한 5·7문학협의회의 영향력을 짐작하게 한다.

문화의 힘은 쌓아올리고 보존하고 기억하는 데서 나온다. 두텁게 쌓아올리고 보존하고 기억하면서 가꾼 문화의 바탕 위에서만, 혁신적인 예술은 자란다. 그런 점에서 5·7문학협의회 40주년 기념 행사는 꼭 필요한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