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각계 인사 등 1600명 참석
- 첫 공연 정명훈 지휘자가 이끌어
- APO와 교향곡 ‘합창’ 등 호흡
- 잔향 짧았다는 일부 관람평 숙제
- 휴대전화 등 관객 매너 아쉬움도

하늘을 떠받들듯 정명훈 지휘자의 지휘봉이 허공으로 힘차게 치솟으며 음악이 멈추자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다. 화합을 노래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웅장한 울림은 ‘클래식 도시 부산’의 상징이 된 부산콘서트홀의 화려한 시작을 알리기에 충분했다.

지난 20일 오후 부산콘서트홀(부산진구 연지동) 개관식이 열리는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 공연장은 부산 첫 클래식 전용홀로, 개관식에 부산 시민과 전국 음악인·예술인 등 많은 사람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의 첫 클래식 전용홀 부산콘서트홀(부산진구 연지동)이 지난 20일 개관식을 시작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궂은 날씨 속에 개관식과 개관 공연이 열렸지만 지역 각계각층 인사와 시민 등 1600명이 모여 뜨거운 열기 속에 부산콘서트홀이 첫발을 내디뎠다.

개관식에는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부산시의회 안성민 의장, 이헌승 김희정 국회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문화체육관광부 용호성 제1차관, 정명훈 클래식부산(부산콘서트홀·부산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지역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부산콘서트홀에 대한 후원을 염두에 둔 듯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과 부산상공회의소 양재생 회장 등 상공계 인사들이 대거 초청됐다. 개관식에서 박형준 시장은 “부산콘서트홀은 부산오페라하우스와 함께 부산을 클래식도시로 뜨겁게 만들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부산콘서트홀의 역사적인 첫 공연이 열렸다. 정명훈 예술감독이 직접 지휘자로 나섰고, 아시아 각국의 연주자가 참여한 아시아필하모닉오케스트라(APO)가 처음으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1부는 베토벤의 삼중협주곡(트리플 콘체르토)을 한·중·일 아시아 연주자(중국 첼리스트 지안 왕, 일본 바이올리니스트 사야카 쇼지, 피아노 정명훈)가 호흡을 맞춰 들려줬다. 짧은 연습 기간에도 불구하고 3명의 연주자가 주고받는 매끄러운 화음은 청중을 집중하게 만들었다. 특히 정명훈 지휘자는 피아노 연주와 지휘까지 종횡무진하며 밀도 높은 연주를 이끌었다.

하이라이트는 2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었다. 평화와 연대을 강조한 천상의 곡답게, 정명훈 지휘자는 섬세하면서도 탁월한 해석으로 APO와 함께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125명에 이르는 합창단(창원시립합창단, 2025 시즌 클래식부산 합창단)은 악보 없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듯 완벽한 합창으로 2000석이 넘는 대형 공연장을 음악으로 가득 채웠다.

클래식 전용 공연장에 대한 반응도 쏟아졌다. 대체로 공연장 운영과 공연에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왔으나, 이형벽돌 마감재의 영향으로 잔향이 짧아 풍성한 음악을 듣기에 아쉬웠다는 의견도 있었다. 클래식 공연 기획자 A 씨는 “음향판의 위치에 따라 공연장의 소리가 달라지는 것 같은데 청중이 꽉 차서 그런지 조금 답답하게 들렸다”고 말했다. 클래식음악 단체 대표 B 씨는 “빈야드 스타일이라 어느 자리에 앉아도 소리가 잘 들려야 하는데 좌석에 따라 조금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합창이 웅장하게 느껴졌고 대체로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클래식 전문가 C 씨는 “아직 벽과 무대 쪽 좌석 음향 차이가 있고 잔향이 짧은 것도 익숙해져야 할 부분인 것 같다. 하지만 음향은 조절할 수 있기에 시간을 두고 다듬으면 될 것으로 보이며, 성공적인 출발을 한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놨다.

다만 이날 관객 매너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각 악장마다 박수가 나왔고, 일부는 휴대전화 매너를 지키지 않아 공연의 집중도를 떨어 뜨렸다. APO의 호흡 역시 조금 더 가다듬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클래식부산 관계자는 “공연장이 소리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공연이 거듭될 수록 나아질 것으로 본다. 관객 인원과 공연장 유리창 등 음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좀 더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